[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고운 피부, 맑은 눈을 가졌다. ‘무해한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없이 잘 어울린다. 넷플릭스 ‘경성크리처’에서 악을 표현했음에도, 여전히 해를 끼칠 것 같지 않은 인상이다. 배우 배현성이다.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도 무해한 모습이다. 배현성이 연기한 강해준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처럼 지낸 김산하(황인엽 분)와 윤주원(정채연 분)의 든든한 조력자이다. 극의 중심에서 따뜻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강해준의 매력은 김산하와 함께하는 장면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산하가 실패와 과거의 상처로 힘들어할 때, 해준은 늘 곁에서 그를 응원하며 진정한 친구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배현성은 다정하고 진심 어린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또 윤주원과의 관계에서는 티격태격하며 유쾌한 케미를 선보였다. 그녀가 실수를 저지르고 뾰루퉁해 있을 때, 장난스러운 태도로 마음을 풀어주는 해준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기며 극의 활력을 더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밝은 외면 뒤에는 외로움과 결핍이 있었다. 가족사진을 보며 혼자 눈물을 삼키는 장면에서 배현성의 절제된 감정 연기는 깊은 울림을 전했다.
배현성은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실제로는 애교가 많지 않고 조용한 편이다. 작품 속 캐릭터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해준이는 제가 평소에 가진 성격과는 정말 달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렵기도 했지만, 그만큼 새로운 저를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시청자들이 해준을 사랑해 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뿌듯했다”라고 밝혔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낸 건 배현성의 노력이다. 배현성은 이번 작품을 위해 농구를 배워 자연스러운 운동 장면을 소화했다. 감정선에 맞는 사투리를 익히며 캐릭터의 설득력을 높였다.
배현성은 “작년 8~9월에 ‘경성크리처’ 촬영이 끝났다. ‘조립식 가족’이 12월에 시작했다. ‘경성크리처’ 촬영이 끝나자마자 해준처럼 머리를 짧게 잘랐다. 빨리 갈아입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촬영 준비 기간에도 농구와 사투리 등을 준비하면서 해준으로 가는 과정을 잘 준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 중 농구부 친구들이랑 다 같이 코치님께 가서 배웠다. 힘들기도 했지만 재밌어서 촬영 끝나고도 한 달에 한두 번씩 만나서 농구를 하고 있다. 사투리도 같은 시기에 경상도 출신 연기 선생님께 배웠다. 촬영 중간에도 계속 녹음을 주고받으며 대본 연습하고 사투리 교정하면서 만들어 나갔다”라고 덧붙였다.
배현성은 드라마 속 청춘의 이미지를 넘어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작품들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한 가지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ENA 드라마 ‘가우스전자’에서는 코믹한 매력을,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에서는 복잡한 감정선을 요구하는 캐릭터를 맡아 그만의 색깔을 녹여냈다.
그는 “연기는 저 자신을 표현하면서도 전혀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특별한 작업이다. 그래서 한 작품, 한 캐릭터에 더욱 진심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연기는 단순히 화면에 비치는 모습이 아니라, 그 캐릭터의 삶을 느끼고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즐기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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