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내란 사태’ 여파에 우려가 컸다. 자칫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어들까 영화 관계자들은 노심초사했다. 코로나 등으로 어려움이 컸던 영화계였기에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우였다. ‘소방관’이 보여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소방관’이 지난 4일 개봉한 후 개봉 6일 만에 83만 관객을 동원, 8일 차인 11일 100만 관객 돌파를 예고했다.

‘소방관’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방화 참사로 순직한 소방관 6인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개봉일을 기준으로 시간이 갈수록 흥행하는 이른바 ‘개싸라기’ 흥행에 들어섰다. 실제로 지난 9일 관객(8만9410명)은 개봉 당일인 4일(8만1673명)보다 많다.

‘대박’ 조짐이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오프닝 톱5에 올랐다. 개봉 첫주 스코어(74만4188명)가 앞서 5위에 이름을 올린 ‘탈주’(73만6629명)를 이미 넘어섰다. ‘범죄도시4’ ‘파묘’ ‘베테랑’ ‘파일럿’에 이은 기록이다. 추석 연휴 개봉한 ‘베테랑2’ 이후 최고 수치다.

현재 ‘모아나2’(11월27일 개봉·224만 관객)를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개봉일 스크린 수(983개)는 ‘모아나2’(1171개)보다 열세였지만, 지난 9일부터 스크린 수(1183개)에서 ‘모아나2’(1078개)를 앞서기 시작했다. ‘소방관’의 열기를 극장에서도 인정했단 얘기다.

높은 좌석점유율로 열세를 극복했다. 개봉 첫날 19.5%로 출발해 개봉 5일차에는 좌석 판매율이 무려 44%로 뛰어올랐다. 제작사 관계자는 “쟁쟁한 경쟁작 디즈니 ‘모아나 2에’에게 단 한 번도 좌석점유을 내주지 않고 전체 영화 예매율 1위까지 탈환했다”고 설명했다.

실화 영화가 가진 힘이 크다. 현직 소방관도 감경깊게 봤다. 제작사 바이포엠스튜디오가 공개한 영상에서 한 소방관은 “현장에서 10년간 일했다. 저희 선배들의 숭고한 희생을 영화로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방관도 “선배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였는데 실제로 보니까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밝혔다.

관객들은 인스타그램, 스레드, 틱톡 등 SNS에 관람 후기를 올리며 인증하고 있다. 한 틱톡커는 ‘안 운 거 인증하겠다고 찍은 영상’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마지막 장면에서 119 구조대장 인기(유재명 분)가 건물 붕괴 뒤 잔해에 깔린 소방대원을 찾기 위해 “조금만 기다려라. 포기하지 마라”고 울부짖는 장면은 눈물샘 버튼이다.

‘119원 챌린지’도 눈길을 끈다. 영화 한 편당 119원이 내년 개원 예정인 국립소방병원 건립에 쓰인다는 소식에 ‘인증 릴레이’도 줄을 잇고 있다.

올 하반기 1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가 ‘베테랑2’ 외에 하나도 없는 탓에 ‘한국 영화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소방관’이 시민의 안전뿐 아니라 한국 영화의 위기를 구하고 있다. 관객들의 성원 덕분이다.

‘소방관’을 홍보하고 있는 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는 “영화 ‘소방관’의 또 다른 주인공은 관객이다. 관객 실관람평이 영화 흥행을 이끌고 있다”며 “이런 선한 영향력이 모여 한국 영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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