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빅클럽도 요리하는 ‘축구도사’ 이재성(32·마인츠)이다.

1992년생 베테랑으로 어느덧 서른 중반을 바라보는 그가 독일 분데스리가 최강팀인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멀티골을 꽂아넣었다. 대표팀 후배인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코리안 더비’에서 웃었다.

이재성은 15일(한국시간) 독일 마인츠 메바 아레나에서 끝난 2024~2025시즌 정규리그 14라운드 뮌헨과 홈경기에 2선 공격수로 선발 출격해 전,후반 각각 1골씩 터뜨리며 마인츠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마인츠는 승점 22(6승4무4패)를 기록하며 6위로 올라섰다. 반면 선두 뮌헨은 이재성을 막지 못하면서 올 시즌 리그 첫 패배(10승3무·승점 33)를 당했다.

‘이재성 쇼타임’이다. 2골을 넣은 것 외에도 세계 최고 빅클럽 중 하나인 뮌헨을 경기 내내 괴롭혔다. 특유의 예측과 타이밍, 골 결정력까지. 완벽했다. 반면 이재성의 수준 높은 활약에 ‘철벽’ 김민재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전반 초반 중원에서 김민재의 헤더 저지 때 이재성은 공의 떨어지는 궤적을 읽고 재빠르게 낚아채 공격수 요나탄 부르가르트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냈다. 부르가르트가 득점에 실패한 데 이어 부상까지 겹쳐 그라운드를 떠나는 악재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재성은 베테랑답게 이후 해결사로 나섰다.

전반 41분 아르민도 지프가 골대 왼쪽에서 시도한 슛이 마이클 올리세 몸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앞으로 흐르자 이재성이 절묘하게 달려들어 왼발로 밀어 넣었다. 그는 1-0으로 앞선 후반 15분에도 지프가 오른쪽에서 낮게 깔아찬 공을 골문 앞에서 이어받아 왼발 터닝 슛으로 마무리했다. 뮌헨은 후반 42분 르로이 사네가 만회골을 넣었으나 더는 추격하지 못했다.

이재성은 시즌 4~5호 골을 터뜨린 것과 더불어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4골 2도움)를 적어냈다.

축구통계업체 ‘풋몹’은 이재성에게 양 팀 선수 중 유일하게 평점 9점 이상(9.1)을 매겼다. 그는 두 차례 슛 모두 득점하며 ‘원샷원킬’을 뽐냈을 뿐 아니라 인터셉트 6회, 리커버리 8회 등 수비에서도 제몫을 해냈다.

과거 K리그 시절부터 이재성의 최대 장점은 공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읽는다. 수싸움에 능하다. 빅리그에 진출한 뒤엔 정교함과 반박자 빠른 타이밍이 더 입혀졌다. 큰 체격이 아님에도 힘과 속도를 지닌 상대 수비수를 극복하는 비결 중 하나다.

올 시즌 공식전에서 터뜨린 득점 중 4골을 헤더로 마무리한 것도 이를 대변한다. 그는 지난 10월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3차 예선 요르단, 이라크전과 11월 도르트문트, 홀슈타인 킬을 상대로 시즌 2~3호 골을 넣을 때 모두 머리로 골 맛을 봤다. 상대 수비의 템포를 빼앗는 빠른 침투, 정교한 마무리가 동력이었다. 뮌헨전에서는 머리가 발로 바뀌었을 뿐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대표팀에 이어 마인츠에서도 이재성은 홍길동 같은 존재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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