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영하권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음료)’ 인기가 지속되면서 겨울철에도 아이스 음료가 매출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만 유독 지속되는 ‘얼죽아’ 열풍은 이제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실제 올해 10월과 11월, 스타벅스에서의 아메리카노 판매 비중은 ‘아이스’가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10월에는 핫 아메리카노가 30%였던 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70%를 차지했다. 11월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비중은 여전히 60%로, 겨울이 다가와도 ‘얼죽아’ 트렌드는 큰 변동이 없었다.

빽다방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12월에 접어들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전체 메뉴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9~10월과 비교해 판매량에 큰 변화가 없었다.

투썸플레이스에서도 가을과 겨울 사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판매량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여전히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확인됐다. CU의 2023년 컵얼음 매출 비중을 보면 4분기(10~12월)에도 9%를 차지하며, 겨울철에도 얼음컵 수요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 한국의 ‘얼죽아’ 열풍, 왜 계속될까

한국에서 ‘얼죽아’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문화적,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는 커피 소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스 음료는 식힐 필요 없이 바로 마실 수 있고, 출퇴근길에 포장 구매하기 편하다.

또한,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 대부분이 실내 난방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주효한 것으로 꼽혔다. 굳이 따뜻한 커피를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반면,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난방을 약하게 해 따뜻한 음료가 선호된다. 또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를 중시하는 한국인의 취향에도 잘 맞는다.

‘얼죽아’가 드라마, 예능, SNS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며 MZ세대에게 유행이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도 주효했다.

국내 카페 시장은 포화 상태인 점도 한몫했다. 카페 프랜차이즈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특색 있는 메뉴를 선보인 덕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저렴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대중적 음료가 됐다. 한국의 카페 문화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로 정착한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카페의 난방이 잘 갖춰진 환경이 ‘얼죽아’ 문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계절과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상징적 음료가 됐다”고 분석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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