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글로벌 콘텐츠 강국 대한민국은 올해도 대중을 웃고 울리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창의적인 이야기 속에서 배우들은 깊이 있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MZ 무당을 표현한 김고은과 벼락스타로 떠오른 변우석, MBTI를 정확히 표현한 장나라-박지현과 한예리-노재원이 눈에 띄었다. 반대로 강동원과 송강호는 위용이 떨어진 면모를 비췄다. 스포츠서울 취재 기자가 ‘마음대로’ 선정한 올해의 배우를 만나보자.

◇굥교롭상 : ‘파묘’ 김고은 - 실패한 무속과 성공한 무속

영적인 통찰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와이프, 영험한 기운을 가진 여론조사 기술자, 4성 장군 출신 아기보살, 각종 도사와 법사까지. 공정과 상식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대통령의 주변이 무속으로 이뤄졌다는 게 12.3 계엄령 선포 이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실패한 무속이다.

공교롭게도 2024 대한민국 최다 관객상은 무속을 다룬 영화 ‘파묘’(1191만)다. 젊은 나이에도 용하다고 소문난 화림을 연기한 배우가 김고은이다. 하얀 단화를 신고 펄쩍펄쩍 뛰어다니다 짐승의 피로 당을 충천하고 얼굴에 숯 칠을 하는 모습은 수많은 관객의 집중력을 흡수했다. 각종 밈과 패러디가 이어졌다. 성공한 무속이다.

◇어부바상 : ‘선업튀’ 변우석 - 제대로 업혀서 날아올랐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된 사례들이 종종 있다. 차인표를 비롯해 이준기, 이민호, 전지현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오징어게임’ 정호연이 벼락스타로 꼽힌다. 2024년도에도 벼락스타가 터져 나왔다. 변우석이다.

어린 나이의 성공은 독이라고 했던가. 인기 그룹의 스타였으나, 비련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 선재를 맡은 변우석은 뭇 여성들의 마음을 훔쳤다. 팬덤 문화의 시초가 된 4050은 물론 나라를 재건하는 데 앞장서고고 있는 K-POP 팬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변우석 신드롬은 현재 진행형이다.

◇TF 공로상 : ‘굿파트너’ 장나라-박지현 / ‘이친자’ 한예리-노재원 - 이성과 감성 사이

요즘 MBTI를 알지 못해서는 MZ세대에 다가서기 힘들다. 그 가운데 T와 F의 대립은 상식으로 일컬어진다. 모든 것을 공감하지만 T는 이해하지 못하는 F, 순수하게 말한 자기 말에 상처받는 F를 이해하지 못하는 T는 오늘도 평행선을 걷고 있다. SBS ‘굿파트너’와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MBTI의 T와 F를 정확히 구분했다. 이 두 드라마만 봐도 T와 F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먼저 ‘굿파트너’는 이혼 전문변호사의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이다. 장나라는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이 차가운 차은경을, 남지현은 손대면 톡하고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한유리를 연기했다. 워낙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어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배경은 경찰서다. 한예리와 노재원은 범죄행동분석팀원으로 동시에 입사한 이어진과 구대홍을 연기했다. 성범죄자 앞에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원하는 답을 들어내는 이어진은 사람보단 사건이 먼저다. 구대홍은 파렴치한 범죄자의 과거 사연을 차분히 다 들어주고 함께 울어주는 성품을 가졌다. 두 사람이 부딪히는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서로의 장단점을 이해한 두 사람은 범인과 진실에 가까워갔다. 두 작품 모두 TF팀의 공로를 인정할만하다.

◇앞뒤가 안 맞아도 괜찮아 상 : ‘히든페이스’ 박지현 - 매혹적이니까 괜찮아

노출이 있어서 이 상을 받는 건 절대 아니다. 올해 나온 작품 캐릭터 중 가장 매혹적이어서다. 김대우 감독의 신작 ‘히든페이스’에서 미주 역을 맡은 박지현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배신하자, 그대로 복수하는 인물. 그 과정에서 남성을 유혹하는 도발적인 면모를 매우 잘 살렸다.

“여기서 이러면 안 되잖아요”라면서도 할 건 다 하는 요물 같은 미주의 매력이 스크린 위에서 펼쳐졌다. JTBC ‘재벌집 막내아들’ 팬들에겐 ‘형수님’으로 통했던 박지현은 ‘히든페이스’ 이후 가장 관심 받는 여배우로 떠올랐다.

◇조삼모사 상 - ‘눈물의 여왕’ 박성훈 : 전재준 갈아끼운 게 윤은성?

ENA 드라마 ‘남남’ 제작발표회 현장, 한 기자는 “전재준씨께 질문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질감이 있는 듯, 뭔가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곧 웃음이 터졌다. 당사자인 박성훈은 특별히 당황하지 않았다. 기자의 실수는 큰일이 아니라는 듯 “다른 촬영장에서도 ‘재준씨 두 발만 뒤로 갈게요’라고 한다”며 전재준으로 각인된 이미지에 관해 설명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악역 전재준을 연기한 박성훈은 ‘눈물의 여왕’에서 더 악독한 악역 윤은성으로 돌아왔다. 전재준이 학창 시절 악행을 저질렀던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면, 윤은성은 장성한 뒤에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각종 협박과 사주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소시오패스다. 전재준보다 나쁘면 나빴지 결코 인간으로 봐줄 수 없는 존재다. 조삼모사가 딱 맞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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