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2024년 끝자락 프로축구 K리그1의 ‘대형 이적’이 성사됐다.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간판 골잡이이자 국가대표팀 일원인 베테랑 주민규(34)가 ‘챔피언’ 울산HD를 떠나 새 시즌 대전하나시티즌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30일 양 구단 사정을 잘 아는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주민규는 최근 대전과 세부 협상을 마치고 서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 시즌 1부 잔류에 성공한 대전 황선홍 감독은 새 시즌을 앞두고 최전방에 확실한 결정력을 지닌 공격수 영입을 강력하게 원했다”며 “주민규를 우선 타깃으로 삼았으며 구단 역사상 최고 대우인 10억이 넘는 연봉을 제시한 끝에 영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민규는 조만간 울산 구단에 이별 인사한 뒤 대전에 전격적으로 합류한다. 울산도 선수 황혼기에 다다른 그의 미래를 응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주민규는 설명이 필요 없는 국내 간판 공격수다. ‘만추가경(晩秋佳景)’의 아이콘으로도 불린다. 지난 2013년 2부 소속인 고양 Hi FC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본래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그러나 2015년 서울이랜드로 이적한 뒤 공격수로 전격 변신, 그해 23골(39경기)을 넣으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후 2017~2018년 상무에서 군 복무하며 처음으로 1부를 경험, 첫해 17골(32골)을 터뜨리면서 최상위 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전성기 시절의 황 감독을 연상하게 하듯 주민규는 등지는 플레이와 문전에서 탁월한 골 결정력을 뽐냈다. 각각 제주 유나이티드와 울산에서 뛴 지난 2021년(22골·34경기)과 2023년(17골·36경기) 마침내 K리그1 득점왕에 올랐다. 국내 선수 중 득점왕을 두 번이나 차지한 건 김도훈(2000·2003) 이후 20년 만이었다. 올해에도 10골을 넣으면서 네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막판 울산의 3연패를 결정짓는 득점 등 국내 최고 해결사다운 역량을 펼쳤다.

그런 그가 유독 닿지 않았던 건 태극마크였다. 지난해까지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등 외인 사령탑이 A대표팀을 지켰는데 그를 외면했다. 주민규의 A대표팀 발탁 꿈을 이루게 해준 건 황선홍 감독이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돼 물러난 지난 3월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2연전을 앞두고 대표팀 임시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주민규를 최초 발탁했다.

A대표팀에 무난히 녹아든 주민규는 6월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에서도 발탁, 싱가포르(6월6일·7-0 승)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었다. 이어 지난 9월 정식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도 이름을 올렸고, 오만과 치른 월드컵 3차 예선 원정(3-1 승)에서 A매치 두 번째 골 맛을 봤다.

황 감독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사령탑 시절에도 주민규를 와일드카드로 가장 먼저 고려한 적이 있다. 당시 울산 사정 등과 맞물려 성사되진 않았다. 그러나 A대표팀에서 소중한 첫 연을 맺은 데 이어 2025시즌을 커다란 도약을 그리는 대전에서도 사제지간으로 한솥밥을 먹게 됐다.

대전은 앞서 영입 절차를 끝낸 포항 스틸러스 소속의 윙어 정재희를 포함해 주민규까지 품는 데 성공하며 새 시즌 리그 최정상급 국내 공격진을 구축할 전망이다. 반면 울산은 광주FC에서 뛴 허율과 더불어 외인 스트라이커 보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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