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찍은 ‘모래시계’ 보니 미숙함과 에너지 동시에 보여”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오징어게임’이 낳은 파장 가운데는 하나는 주연 이정재의 출연료도 있다. 외신에선 회당 100만 달러(1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넷플릭스의 개런티 파상공세에 K-드라마·영화 톱스타 출연료도 덩달아 치솟았다. 제작비가 오르자, 이에 반비례해 편수가 줄었다. ‘제작비에 배우 개런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이정재는 이렇게 답했다.

“그런 기사도 많고 말씀도 많으신 것 알고 있습니다. 다만 상황이 생겼을 때 원인을 한 두 개만 갖고 말할 수 없습니다. 수십, 수백 개의 원인이 만들어져서 하나의 현상이 일어납니다. 당연히 개런티도 타당한지 많은 이들이 고민합니다. 일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줄여갑시다. 개선합시다. 적어도 우리 몇 십명끼리는 지킵시다’는 얘기도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영화 제작사 등은 최근 2~3년간 악화된 제작 여건에 배우 출연료가 있다는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의하면,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141편을 정점으로 2023년 123편, 2024년 107편, 올해 80편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정재는 이런 편수 축소가 출연료 문제에만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넷플릭스 등 해외 OTT가가 미친 파급력은 출연료에만 머물지 않았다. 글로벌 플랫폼의 등장으로 세계적인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탄생했다. 전세계 96개국 1위라는 폭발적인 인기로 증명하고 있다.

이정재는 “하필이면 왜 이때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위축됐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해외에 나가보면 모두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 더 재밌는 작품이 뭘까 찾아보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더 빨리 예전 편수만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어떤 방법이 됐든 예전만큼 활발하게 제작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무슨 노력이든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재는 K-컬쳐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정점에 서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징어게임’을 발판으로 디즈니+의 스타워즈 실사 드라마 ‘에콜라이트’(2024)에도 출연하며 할리우드 배우로 우뚝섰다.

“영화 ‘헌트’(2022)가 나올 때만 해도 이렇게 위축되지 않았어요. 제가 후배들에게 ‘당신도 크게 흥행되는 작품 올 거다. 영어도 공부하고 체력도 비축하라’고 얘기했거든요. 여전히 그런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어요. ‘오징어게임’ 2,3를 글로벌 시청자가 보고 또 다른 K-콘텐츠를 찾아볼 거니까요.”

이정재를 세상에 알린 SBS 드라마 ‘모래시계’(1995)가 새해부터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되는 것 또한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한국의 과거 드라마까지 세계와 맞닿기 시작했단 뜻이기 때문이다. 기훈을 통해 알게 된 이정재의 과거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그에게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정재는 “‘모래시계’는 저를 알린 가장 큰 작품이었다. 그 당시 찍은 영화 ‘젊은 남자’도 배창호 감독님 연기 지도를 받으면서 신인이었던 저는 큰 성공을 거둔 한 해였다”며 “아마 그때부터 제가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제 예전 얼굴을 보게 되는 계기가 생겼죠. 이제 보면 미숙한 표현과 캐릭터 분석이 보이기는 하지만, 과연 저 에너지를 해보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어요. 20대 때 거칠지만 그때 나름대로의 최선이 담겨져 있어서요. 오랜만에 보니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 가네요.”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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