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유승민 전 IOC위원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호텔에서 진행된 당선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승민 당선인은 지난 14일 진행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총 선거인단 2244명 중 1209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417표(34.5%)를 얻어 3연임을 노리던 이기흥 현 회장 (379표 31.3%)을 누르고 제42대 회장으로 당선되었다. 2025. 1. 16.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새로운 ‘체육대통령’으로 선출된 유승민(43) 당선자는 체육회 내부부터 대대적 개혁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권위를 지닌 회장보다 “일 잘하고 우리를 위해 한 몸 불태웠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유 당선자는 16일 서울 중구에 있는 프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 서울에서 체육회장 당선 기자회견을 열고 “IOC 위원 당선 때도 어떤 IOC 위원되고 싶냐는 질문에 “일 잘하는 위원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8년 뒤 (임기 종료 때) 토마스 바흐 위원장께서 ‘하드워커’라는 별명을 붙여줬다”며 “체육회에서도 일 잘하는 회장으로 인정받고 싶다. 체육인 기억엔 ‘정말 부지런했다. 일꾼이었다’라고 남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4일 끝난 체육회장 선거(총투표수 1209표)에서 417표를 획득, 득표율 34.5%를 기록하며 3선 연임 도전한 이기흥 전 회장(379표·31.3%)을 제치고 깜짝 당선했다.

탁구 국가대표 출신인 유 당선인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최강인 중국의 왕 하오를 꺾는 기적을 연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01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했다. 또 지난 2019년 5월 탁구협회장직에 오른 뒤 2021년 11월 선거에서 재선, 4년 더 임기를 수행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탁구가 혼합복식, 여자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12년 만에 최고 성적을 내는 데 이바지했다.

애초 이기흥 우세론이 강했지만 유 당선인이 이변을 일으켰다. 선거인단은 체육인으로 유 당선인의 업적과 상징성, 은퇴 이후 행정가로 검증받은 면을 높게 평가했다. 또 지도자 인권 보호 시스템, 선수 장래 다양성을 부여하는 프로그램 마련 등 공약도 현실적으로 여겼다. 유 당선인은 각종 수사 대상으로 떠오르며 사법 리스크를 지닌 이기흥 전 회장과 비교해 현시대가 요구하는 참신함과 진정성, 두 화두를 품은 인물이었다.

다음은 유승민 당선자와 일문일답

- 당선 소감은.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다. 수많은 체육인과 긴밀하게 소통했다. 특히 9월9일 탁구협회장 사임한 뒤 다양한 체육인 목소리를 경청하고자 했다. 공약을 바로 내지 않은 건 (타 종목) 현장을 모르는 데 나만의 생각으로 하는 건 겸손하지 못하다고 여겼다. 선거 직후 기사를 봤는데 대부분 이변 표현을 써주시더라. 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셨나보다. 난 (선거 기간) 세배를 300번 이상했고 선수, 지도자 1100여명에게 투표 독려 영상 내려고 8시간이상 찍었다. 타 후보가 못하는, 나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다. (당선 직후) 기쁘지만 않았다. 무거운 책임감이 들었다. 이곳에 오기 전 문체부 유인촌 장관, 장미란 차관과 대화했다. 체육계 현실을 두고 고민했다. 지난 경험과 과정을 바탕으로 앞으로 두 배, 세 배 진정성을 보여 최선을 다하겠다. 최고로 부지런한 체육계 일꾼이 될 것이다. 여러분께서 내가 못했을 땐 심하게 꾸짖어달라.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 보이면 전화해달라. 잘했을 땐 더욱더 부각해달라. 왜냐하면 체육계가 (지난해) 파리올림픽 이후 좋지 않은 이슈에 노출돼 있다. 열심히해서 기대에 부응하겠다.

- 유인촌 장관, 장미란 차관을 만났다고 했다. 어떠한 대화를 나눴나?

장,차관께서 시원하게 얘기해주셨다. 유승민이 추진하는 사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한국 체육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서포트를 약속하셨다.

- 당선자를 향해 ‘기적의 사나이’라는 표현을 쓴다. 왕 하오를 꺾을 때나 선수 위원 꺾을 때나. 이번 선거까지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기적의 사나이 별명을 붙여주셨는데 사실 상대만 보면 왕 하오가 가장 강했다.(웃음) 두 번째 힘들었던 건 이번 선거다. (선수 때) 보통 대회를 앞두고는 약간 후회가 남는다. ‘이 훈련을 더 할 걸’하며. 이번에 (선거 당일) 정견 발표가 끝나고 대기실에서 3시간정도 기다렸을 때 유튜브를 봤다. 그만큼 긴장 안 했다. 너무 많은 걸 쏟아부었다. 내가 할 모든 걸 다 했다. 진정성이 통하지 않았나. 내가 지금까지 온 게 기적이라면, 앞으로 한국 체육에 기적이 일어나도록 열심히 뛰겠다.

- 68개 종목 체험 중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

사실 많다. (기자회견 전에) 가라테와 바이애슬론을 영상을 보여드린 건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또 국학기공도 체험했는데 한국 고유 종목이더라. 다양한 종목의 체육인이 현장에서 헌신하고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회장이 된다면 체육회 산하 어느 종목도 소외받지 않는 정책을 펼쳐야겠다고 생각했다.

- 당선 이후 많은 연락을 받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정말 많은 연락받았다. 각계 각층 다양한 분, 연락처를 모르는 분까지. 그중 조금 부끄러운 느낌이 든 연락이 있었다. 고 최숙현 아버지께 문자가 왔다. 어저께. ‘정말 축하한다’며 ‘대한민국 체육이 좀 더 건강하고 올바른 길로 가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스스로 (고 최숙현 사태가) 조금 잊힌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다. 모든 선수, 체육인이 그런 환경에 노출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좀 더 선수 인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진종오, 임오경 등 체육인 출신 국회의원과 소통했나.

당선한 날 진종오, 임오경 의원 등 체육인 선배로부터 격려 메시지를 받았다. 특히 임오경 의원과 장시간 통화했다. 진종오 의원과는 문자를 주고받았다.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우리 소관 부처 위원회 도움이 절실하다. 아직 인준을 받기 전인데, 취임하면 즉시 문체위원장을 비롯해 여야 간사, 의원을 찾아뵙고 현안에 대해 조언을 들으며 해결 방법을 찾겠다.

- 당선을 얼마나 확신했나.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자분들이 워낙 어렵다고 하셨다.(웃음) 데자뷔같다.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왕 하오와 할 때도 그랬다. 결승에 올라간 것만으로 축하받았다. IOC 위원에 도전할 때도 비슷했다. 사실 (당선) 확신은 끝날 때까지 느끼진 못했다. 현장에서는 힘들겠다는 느낌도 받았다. 특히 투표율을 65%정도 기대했는데 54%대에서 끝나서 (내게 안 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했다. 기권표가 젊은 층에서 나올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견 발표 때 시간이 부족했지만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거기서 움직여주셨다는 분도 계시다. 당선 이후 김용주 후보만 엇갈려서 연락이 안 됐다. 나머지 분 다 통화했다. 격려를 해주셨다. 하나로 뭉치라는 신호로 느낀다.

-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할 일은?

강도 높은 내부 개혁이 우선이다. 여러 위원회, 내부 조직망, 사업 등이 있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물론 잘 끌고온 건 계승발전해야 한다. 빠른 속도로 시행하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개혁이 필요한가?) 우선 다양한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기를 바란다. 회장, 사무총장 등 (윗선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는 게 아니다. 인턴이어도 좋은 아이다어나 정책이라면 귀기울일 것이다. 목소리를 다양하게 낼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 체육회 노조와 관계는?

노조 뿐 아니라 직원 전체적으로 동기부여를 줘야 한다. 근래 들어 강도 높은 감사 등으로 구성원 자존감이 낮아진 걸로 안다.

- 당선 이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통화한 걸로 아는데.

당선 당일 전화가 오셨다. 앞으로 KSOC와 IOC가 긴밀한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뻐른 시일내에 스위스 로잔에서 만났으면 한다고 하셨다. 바흐 위원장은 내게 ‘하드워커’라고 불러주신 분이다. 농담으로 내가 그래서 ‘쉴 수가 없다’고 했다. 또 OCA 사무총장과도 통화했다. 앞으로 KSOC가 올림픽 무브먼트에 큰 축을 담당하니, OCA와도 긴밀한 협력을 구축하면 좋겠다고 했다. 아마 하얼빈 아시안게임 때 OCA 초청으로 다녀올 것 같다. 이 외에 여러 기관서 축하를 보내주셨다.

- 정부 주도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는 전임 회장이 불참해왔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늘 문체부와) 논의가 없었다. 국가스포츠정책위가 결정기구는 아니다. 회의를 통해 권고하는 기구다. 앞으로 정책에 대해서는 협조하고 협력할 것이다.

- 여러 논란을 일으킨 배드민턴 김택규,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차기 선거에 출마했다. 그에 대한 인준권 행사는?

아직 당선자 신분이어서 디테일한 건 말씀드릴 수 없다. 다만 체육회 시스템이 허술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세세하게 챙겨볼 시스템을 갖고 있다. 나 역시 산하단체장 출신이다. 인준받을 때도 그렇게 했다. 꼼꼼하게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투명성, 공정성을 강화하겠다. 다만 여론엔 휩쓸리진 않겠다.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당선됐을 때 강신욱 후보 제외하고 다른 4명 단상에 올라오지 않았다. 솔직한 심정은?

존중한다. 여러가지 실망감도 있을 수 있다. 선관위에서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하면 계셨을 것이다. 다만 강 교수께서 마지막까지 계셔주셔서 감사 인사했다.

- 엘리트 스타 출신이다. 진천선수촌 시스템은 어떻게?

엘리트는 더 성장해야 한다. 엘리트만 대접받는 게 아니다. 그들이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 엘리트의 많은 예산이 진천에 편입된 걸로 안다. 현 세대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 선수가 훈련에 제약받지 않은 선에서 개방을 통해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올림픽에 없는 종목이 있다. 그들은 선수촌에 입촌하기 어렵다. 그런 것도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밖에 생활체육 동호인, 유소년도 진천 시스템을 동경한다. 그들도 품을 수 있다. 이밖에 지도자 출퇴근 자율화도 공약 사항이다. 해외 선수, 지도자는 진천의 시스템과 문화를 배우고 싶어한다. 난 한국의 자랑이라고 생각한다.

- 타 후보 공약 중 도입하고 싶은 게 있나.

타 후보 공약보다 무조건 해야할 게 학교 체육이다. 그것만큼은 되살려야 한다. 학교 운동부가 선수 지도자 수급이 안 된다. 체육은 올림픽 종목만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종목이 균형 발전 이루려면 뿌리가 있어야 한다. 무조건 규제해서는 안 된다. 학교 체육 변화가 첫 번째다. 다른 후보 사이에서 체육청 설립,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등 체육인 복지를 둔 공약이 나왔다. 다 필요하다. 그런데 큰 그림을 만드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전에 학교 현장을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 실업팀도 선수가 부족하다. 탁구만 해도 창단하면 선수를 고교에서 수급할 수 없다. 타 팀서 1명씩 받는다. 일반 학교에서 스포츠 1개 종목을 하도록 하고, 스포츠클럽도 더 활성화시키겠다.

- 체육회장이 무보수 명예직이다. 다음 회장을 위해서도 그렇고 이대로 가는 게 맞냐.

대한민국 정부 기관장 중 무보수는 두 곳으로 안다. 대한체육회장, 대한장애인체육회장. 보수가 중요하진 않다. 탁구협회장 시절에도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건 전임 조양호 회장께서도 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체육회도 그렇게 가야 한다. 내게 어떻게 먹고 살 것이냐고 묻는 분이 계시다. 먹고사는 문제는 발품을 팔아서 해결해야 한다. 나를 팔아서 체육회가 예산 증액되고 강해지면 충분히 만족한다. (예산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되도록 노력하겠다.

- 서울시와 전북도가 하계올림픽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데. 어떤 전략이 있나?

일단 IOC의 올림픽 유치 도시 비딩 프로세스가 대폭 바뀌었다. 예전처럼 위원 투표가 아니다. 여러 검증을 통해 결정한다.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 2036년은 굉장히 많은 유치 희망 도시가 있다. 대한민국은 올림픽, 동계올림픽, 청소년올림픽 등 다양한 메가 이벤트 경험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전략을 짠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이전보다 더욱더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 이기흥 회장이 통화 때 무슨 말을 했나.

그냥 잘하라는 말씀만 하셨다. 이기흥 회장께서 친밀하고 구수한 화법을 쓰지 않느냐. “잘혀”라고 하셨다. 길게 통화하진 않았다.

- 어떤 체육회장으로 남고 싶나.

IOC 위원 때도 어떤 IOC 위원되고 싶냐고 해서 “일 잘하는 위원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8년 뒤 바흐 위원장이 하드워커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지금 마음이 편하지 않다. 체육회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양한 조사도 받는다. 예산도 1000억원 이상 체육회를 거치지 않게 됐다. 삭감된 것이다. 올해 2900억원 집행하는 것으로 안다. 일 잘하는 회장으로 인정받고 싶다. 체육인이 기억하기로는 ‘정말 부지런했다. 일꾼이었다’라고. 권위 있는 회장, 무게감 있는 회장이었다보다 ‘일 잘하고 우리를 위해 한 몸 불태웠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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