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방콕=정다워 기자] “죄송합니다.” 2024년을 돌아보는 질문에 수원 삼성 변성환(46) 감독은 수원 팬을 향한 사과부터 꺼냈다.
K리그의 명문 수원은 2023년 강등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2부 리그에서 보낸 첫 시즌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하면서 다시 한번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22일 태국 방콕 르 메르디앙 수완나품 방콕 골프 리조트 앤 스파 훈련 캠프에서 만난 변 감독은 “작년 결과에 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라며 “또 웃지 못했다. 다시 아픔을 드려 사과드리고 싶다. 내 능력이 부족했다.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지난해 결과를 통해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프로 사령탑으로 첫 시즌을 보낸 변 감독은 자신감 있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과적으로 2024년 시행착오를 겪었다. 올해엔 동계 훈련부터 함께하는 만큼 더 완성도 높고 결과까지 챙기는 시즌을 보내겠다는 구상이다.
변 감독은 “재미있고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사실 좋은 결과가 나와야 지금의 훈련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라며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많다. 색깔을 입히는 시기인데 조금 빠르게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기대되는 시즌이다. 일류첸코를 비롯해 김지현, 최영준, 권완규 등 1부 리그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변 감독 자신도 “좋은 스쿼드를 갖췄다”라며 만족하는 겨울 이적시장이었다.
변 감독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정말 많이 고민하고 데려온 선수들이다. 특히 공격포인트 생산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이 왔다”라면서 “지난해에는 만들어진 스쿼드에 내가 들어왔지만 이번엔 다르다. 내가 원하는 선수들을 데려왔다. 좋았던 수비는 잘 유지하면서 공격의 완성도를 높일 생각”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강력한 스쿼드를 갖추긴 했지만 2부 리그인 K리그2는 예측 불허 무대다. 지난해에도 순위가 예상 밖으로 나왔다. 변 감독은 “지난해에 한 번 해보니 판도 예측을 할 수가 없다. 모든 예상이 불가능하다”라며 “수원도 무조건 이길 수 없다. 우리는 상대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팀이다. 그래서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지를 주지 않는 강팀이 되겠다”라는 각오를 얘기했다.
지난해에 비해 화려한 스쿼드를 구축한 만큼 선수단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 스타가 많을수록 출전 기회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변 감독은 “요즘은 매니지먼트에 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레알 마드리드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어느 팀에 가든 우승한다. 그만큼 선수단 관리를 잘한다. 요즘 내 롤모델이다”라면서 “새로운 과제다. 가능한 최대한 많은 선수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내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목표는 승격이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가장 우선할 수밖에 없다. ‘좋은 축구’를 고집하는 변 감독도 지난해 냉혹한 현실을 겪으며 객관적이고 냉정한 방향성을 세우게 됐다.
변 감독은 “올해의 키워드는 냉정함이다. 내가 원하는, 준비하는 방식, 계획이 기본이지만 선수 컨디션,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확실하게 말하고 싶다. 때로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효율적인 축구로 승점을 가져올 필요도 있다. 지난해 많은 것을 배웠다. 기조가 바뀌지 않겠지만 결국 이기는 방법을 선택할 생각”이라고 뚜렷하게 말했다.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수원이라는 빅클럽이지만 지금은 2부 리그 소속일뿐이다. 원래의 자리, 1부 리그로 올라가야 한다는 목표는 그 어떤 팀보다 명확하다.
변 감독은 “2부 리그의 수준이나 환경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면이 있다”라며 “선수들에게 이 환경을 보면서 우리가 1부 리그로 올라가야 하는 이유에 관해 말하기도 한다. 이게 현실이다. 올라가지 못하면 계속 2부에 머물러야 한다. 수원 삼성이니까 자부심을 버리지 않아야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직시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변 감독 개인 입장에서는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온다. 수원은 리그에서 가장 충성심 높은 팬을 보유한 구단이다. ‘수원 팬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변 감독은 “수원 감독이 된 뒤 정말 많은 일을 겪는다”라면서 “한 번은 잠실에 있는 약국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 약사님께서 수원 팬이라며 반갑다고 인사하시며 응원해 주시더라. 정말 너무 깜짝 놀랐다. 수원도 아니고 서울인데 상상도 하지 못한 만남이었다. 그 일 이후 어딜 가나 더 조심하게 된다. 수원 삼성 브랜드의 힘을 느낀다.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한편 더 책임감을 느낀다”라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강한 책임감과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변 감독은 2025년 승격의 꿈을 꼭 이루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FC안양의 승격을 보며 변 감독은 더 큰 자극을 받았다. 변 감독은 안양에서 은퇴했다.
변 감독은 “안양의 우승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안양이 보여준 팀 내의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안양은 오랜 기간 이우형 테크니컬 디렉터님을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를 만든 팀이다. 최대호 시장님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잘 되는 팀은 이유가 있다”라고 안양의 승격 이유를 분석했다.
이어 변 감독은 “안양의 우승 모습을 보며 나도 나름대로 상상을 해봤다. 안양처럼 우승 세리머니를 하면 어떤 기분일지. 우승을 확정하는 경기에서 내 모습은 어떨지. 상상만 해도 좋더라.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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