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방콕=정다워 기자] 프로 입성을 위해 K3에서 보내야 할 시간은 1년이면 충분했다.
서울 이랜드 신인 배진우(23)는 K리그 유스 출신 유망주였다. 포항 스틸러스 산하 포항제철중을 거쳐 성남FC의 풍생고를 졸업했지만 프로 입성은 쉽지 않았다. 우선지명을 받은 뒤 제주국제대 진학했는데 성남과의 프로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2024년 K3의 파주시민축구단에 입단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배진우는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파주에서 실력을 갈고닦았다. 2024시즌 26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신장 184㎝의 장신에 빠른 발과 공격적인 스타일. 흔치 않은 유형의 배진우는 서울 이랜드 김도균 감독의 눈에 띄었고 2025시즌을 앞두고 프로 계약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피지컬이 좋은데 속도도 빠르다. 기회를 얻는다면 팀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될 선수”라며 새 시즌 주목할 유망주로 지목했다.
23일 태국 방콕의 서밋 윈드밀 골프 클럽 훈련 캠프에서 생애 첫 인터뷰에 나선 배진우는 “생일 선물인가요?”라고 팀 스태프에게 물었다. 실제로 이날은 배진우의 생일이었다.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배진우는 “프로에 와 처음으로 동계 훈련에 임하고 있다. 힘들기도 한데 모든 게 재미있다”라면서 “사실 K3와 차이가 이 정도로 크게 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고, 전술적으로 해야 할 것도 많다. 내가 이렇게 부족한 선수인지 몰랐다. 하루하루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 얼마 안 됐지만 그 사이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프로 첫 동계 훈련에 참가하는 소감을 밝혔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배진우는 K리그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는 “사실 우선지명을 받고도 프로에 가지 못해 실망했고 좌절도 했다”라면서 “하지만 K3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언제, 누가, 어디서 나를 지켜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매 경기 힘을 다했다. 서울 이랜드에서 나를 알아봐 줬고, 프로에 오게 됐다. 그래서 힘든 것도 잊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로 입성이 다가 아니다. 배진우는 꿈에 그리는 K리그 데뷔전을 상상하고 있다. 배진우는 “지금도 매일 첫 경기에 나서는 상상을 한다. 떨리고 설레지만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면서 “이제 프로에서 증명해야 한다. 계약한 게 전부가 아니다. 지난해 승강플레이오프를 보면서 가슴이 뛰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배진우는 특히 자신을 지명하지 않은 성남과의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성남과의 경기에 나서게 된다면 독기를 품고 잘하고 싶다. 성남은 나를 포기했지만 내가 서울 이랜드에서 이렇게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성남이 후회할 만큼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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