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대학로 블랙코미디 연극 1위…‘자살·죽음’에 대한 고찰과 위로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가 서울 종로구 지인시어터에서 죽을 때까지 공연한다. 사진 | 스튜디오틈㈜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웃을 일이 없는가? 죽고 싶을 만큼 힘든가? 그렇다면 죽여주게 웃긴 연극으로 잠시 그 순간을 삭제해보는 걸 추천한다. 100분간 아무 생각 없이 웃다가 공연장을 나오는 순간 후련함과 함께 큰 힘을 얻을 것이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18년째 서울 대학로에서 골목대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연극 예매순위 1위, 공연 관람 만족도 10점 만점에 9.9점을 굳건히 지키며 명실상부 대학로 대표 블랙코미디 연극으로 공연 중이다. 한 회에 3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데, 올해는 총 29명의 배우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비가 쏟아지는 음침한 날, 지하 깊은 곳을 찾은 ‘마돈다’. 그는 품위 있게 자살하고 싶어, 고객에게 최고의 죽음을 선사하는 사이트 회장 ‘안락사’를 만난다. 은밀한 실험실에서 황당하고도 다채로운 자살 방법을 진지하게 논의하던 중, ‘마돈나’가 초대한 의문의 사나이 ‘바보레옹’이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유쾌하면서도 살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품은 작고 한정된 공간에서 넓고 깊은 생각의 늪을 형성한다. ‘자살·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사실 삶의 소중함을 전하는 메시지가 강하다.

일부러 자살을 시도해도 막상 죽을 위기가 닥치면, 결국 살려달라고 외치는 게 인간이다. ‘자살’을 반대로 하면 ‘살자’가 되듯, ‘죽여주는 이야기’는 3명의 인물을 통해 ‘죽을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로 살라’고 강조한다.

공연의 커튼이 내려지면 배우들은 관객들과 함께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대화한다. 이 시간만큼은 웃음기가 사라지고 진지하다.

지난해 국가별 행복 지수 결과, 대한민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그 수치는 회원국 평균 2배에 웃돈다. 우울증·번아웃 등으로 인한 청년 자살률은 44.8%, 성인 ADHD 환자도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인간은 평생 고민을 안고 산다고 한다. 잘해도 못해도 고민한다. 매일 아침 점심으로 뭘 먹을까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죽여주는 이야기’는 기쁘거나 힘들어도 내일 다시 해가 뜬다는 여운과 위로를 남긴다.

삶이 외롭고 불안한가? 그렇다면 주위를 둘러보라. 누군가는 당신을 동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 때문에 괴로운가? ‘지랄 총량의 법칙’이 있지 않은가. “우리 회사(학교)에는 미친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면, 그땐 “응~ 그게 너야”라며 훌훌 털어버리는 건 어떨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듯, 우린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이다. ‘죽여주는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준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공연 시작 전 게임부터 종료 후 기념 사진 촬영까지 배우들과의 대화가 이어진다. 사진 | 표권향 기자 gioia@spportsseoul.com

◇ 배우 체험하고 푸짐한 선물 받자…참여 잘 하면 ‘스시’ 하나 주지!

‘죽여주는 이야기’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관객 참여형 연극으로 즐길 거리가 많다. 다소 살벌한 제목과 달리 8세 이상 관람이 가능해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관람석은 관객들이 공연을 완전히 즐길 수 있도록 ▲무대 가까이에서 배우와 극에 참여하는 ‘안락사석’ ▲‘마돈나’가 불쑥 나타나는 ‘마돈나석’ ▲무대 전체와 극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2층 ‘배려석’ 등 총 3가지 좌석으로 마련한다. 단, ‘마돈나석’은 ‘안락사석’이 아니라고 방심해선 안 된다. 3명의 배우로부터 동시다발적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공연 시작 전부터 폭소가 터진다. 출연 배우가 진행하는 게임에 적극 참여한다면 재미는 물론 푸짐한 상품까지 가져갈 수 있다.

공연 중간중간 배우 체험 기회도 있다. 손만 잘 든다면 출출한 배도 채울 수 있다. 무려 대학로 유명 스시집의 대표 메뉴다.

공연 종료 후 배우들과의 진지한 대화가 끝나면 무대 위에서 기념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한편 ‘죽여주는 이야기’는 죽을 때까지 지인시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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