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고졸 신인 홍민규가 28일 시드니 블랙타운 구장 불펜에서 이승엽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첫 불펜투구하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될성부른 떡잎이다. 일단 일명 ‘감코진’과 쟁쟁한 선배들 앞에서 불펜투구했는데, 오버워크 하지 않았다. ‘쫄지 않는 투수’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두산의 ‘기대주’ 홍민규(19) 얘기다.

홍민규는 호주 시드니에서 1군 선수단과 함께 생애 첫 프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지명을 받은 그는 경기운영 능력과 제구가 빼어난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고시속은 149㎞였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두산 스카우트는 “메커니즘이 안정됐고, 속구와 변화구 제구도 안정적이다. 하드웨어를 보강하면 기량 향상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포함해 체계적으로 훈련하면, 구속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피칭터널도 길고, 투구폼 자체가 안정적인 편이어서 부상 등의 이슈만 없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선발 한자리를 꿰찰 기대주라는 얘기도 들린다.

고졸(야탑고) 신인인데도 당당히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유이기도 하다.

두산 홍민규(오른쪽)이 28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구장에서 스프링캠프 시작 후 첫 불펜피칭을 마친 뒤 투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아직은 캠프 극초반. 홍민규는 28일 첫 불펜투구로 ‘감코진’과 선배들에게 인사했다. 불펜에서 40개를 던졌는데, 속구뿐만 아니라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두루 던졌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잠실에서 신인 합숙훈련을 하던 중 좋은 평가를 받아 이천 마무리캠프에 합류했다. 마무리캠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1군 스프링캠프에 승선했다”고 귀띔했다.

보통 감독 코치 선배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첫 불펜투구를 하면,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구위든 제구든 보여줘야 한다는 의식이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게 일반적이다.

두산 홍민규가 진지한 표정으로 불펜투구하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그런데 이승엽 감독은 “기대 이상 좋은 투구를 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박정배 투수코치 역시 “처음인데도 안정감있게 던졌다. 흥미롭게 봐도 좋을 것 같다. 신인이지만 마무리캠프에서 좋은 공을 뿌려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는데, 오늘도 자기 공을 잘 던지는 느낌”이라고 칭찬했다.

이 감독은 “오버워크하지 말고, 오늘처럼 당찬 투구를 캠프 내내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캠프는 시즌을 완주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차근차근 프로에 적응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에둘러 전한 셈이다.

홍민규도 첫 불펜투구에 만족하는 표정. 그는 “감독 코치님께서 보고 계셨지만, 떨지 않고 내 공을 잘 던졌다. 속구, 변화구 모두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 기대 이상이었다. 볼을 받아준 (류)한준 형이 중간중간 기를 살려줘서 재미있게 던졌다”고 말했다.

두산 홍민규가 밝은 표정으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1년 선배인 김택연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밝힌 홍민규는 “(택연이 형이) 공항에서부터 지금까지 옆에서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잘 챙겨주고 있다.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선배들이 도와줘서 긴장도 풀리고, (팀에) 적응도 한 것 같다. 큰 목표는 있지만, 일단 눈앞의 것에 집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드니에서 다치지 않고 좋은 모습 보여서 미야자키 캠프까지 가는 것이 눈앞의 목표다. 가족이 보고 싶지만, 미야자키 캠프까지 마친 뒤 당당하게 인사드리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투수 왕국’을 꿈꾸는 두산 마운드에 ‘신인왕’ 김택연에 이어 또 한 명의 ‘될성부른 신인’이 등장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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