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북미 관계는 ‘강 대 강(기 싸움)’ 대치 국면으로 이어질 전망.
김정은, 트럼프와 정상회담 카드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스몰 딜’ 에 나설 가능성에 대응책 마련 시급.
전 세계 초긴장 상황에서 글로벌 안보와 경제의 대변혁 시기.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지난 20일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한 것이다.
이날 정오를 기해 군 통수권을 넘겨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열린 군 관계자들을 위한 무도회에서 경기도 평택 소재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 장병들과 영상 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해외 주둔 장병과 첫 소통을 주한미군 장병들과 하며, “잘 지내고 있는지?”라는 안부 인사에 이어 “김정은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한국이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물어봐도 되느냐”라는 질문을 던지며 한반도에 관한 관심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의 개인적 친분을 수차 강조해왔고, 특히 “핵무기를 가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잘 지내는 것이 좋다”라고 언급한 대목은 세간의 관심이었다.
트럼프 1기 시절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등 3번이나 김정은과 만난 적이 있기에 북미 관계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북한은 트럼프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해상대지상 전략순항유도무기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이날, 세습 14년 차가 되어가는 김정은은 “공화국 무력의 전쟁 억제 수단들은 더욱 철저히 완비되어 가고 있다”라며, “우리는 앞으로 보다 강력히 진화된 군사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이며 영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자기의 중대한 사명과 본분에 항상 책임적으로 분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첫 무기체계 시험으로 트럼프가 김정은을 향해 대화 의지를 표명했지만 미사일로 대답한 양상으로, 당분간 미국과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정은은 2021년 국방력 건설 5개년 계획 발표 이후 올해가 마지막 해이기에 이 계획의 일환으로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나, 미국이 어떻게 나오든 당분간은 각종 무기체계 시험에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17년(트럼프 1기)으로 회귀해보자면 김정은은 그해 신년사에서 “싸움준비 완성의 해”로 설정 후 16차례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은 물론, 북미간 끝없는 말 전쟁으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트럼프는 “꼬마 로켓맨”,“병든 강아지”라며,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하자, 김정은은 “노망난 늙은이”,“미치광이”라며, “괌 인근을 목표로 ‘화성 12형’ 발사하겠다”라고 했다.
한마디로 김정은 “벼랑끝 전술”에 트럼프 “강력한 대북 압박전략”으로 군사 옵션을 꺼내 들며 한반도는 최고조 긴장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
빈센트 브룩스 전 연합사령관은 2019년 4월 뉴욕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간담회에서 “2017년 한반도 전쟁위기설은 진짜이며, 모든 군사 옵션을 고려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위기 국면은 2018년 김정은 신년사에서 변화된 입장을 내놓으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예술단 파견 등을 통한 남북간 화해 분위기 조성이 되었다.
이러한 평화 모드는 △27차례 남북고위급(실무 포함)회담 △3차례 남북정상회담 △2차례 북미정상회담 △7차례 한미 정상회담 △4차례 북중 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트럼프는 2기 출범 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며, “내가 돌아온 것을 김정은이 반기겠다고 생각한다”라며,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는 답도 내놨다.
최근 북한은 외무성 담화에서 ‘쌍매훈련’ 등 최근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들을 거론하며 “미국이 주권과 안전 이익을 거부하는 이상 미국과는 철두철미 초강경으로 대응해야 하며 이것만이 미국을 상대하는 데서 최상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미국이 한반도 정세 격화의 원인이라는 변함없는 억지 논리를 트럼프 2기에도 반복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2018년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한미 연합훈련 중단 문제가 의제화된 만큼 북미 대화 전제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의제화하고 공론화하기 위한 포석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김정은은 트럼프와 정상회담 카드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진 가운데 일단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의 기 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복잡하게 하는 요인으로 ‘북한의 참전’ 문제를 거론한 바 있는데,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 트럼프 2기 정부 내에서 북한 문제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고, 북미간 대화나 정상회담의 영향이 될 수도 있겠다.
트럼프 2기 피트 헤그세스 신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4일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이미 언급했고, 마코 루비오 신임 국무장관 역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환상”이라고 밝힌 부분을 잘 주목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로부터 국방·외교의 핵심 인사들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작은 규모의 협상, ‘스몰 딜’ 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 전략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다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이 예상되는 가운데 진행되는 북미관계에서 우리의 역할이 무엇이고, 어떤 방법인지에 대한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 2기는 단순히 1기의 연장이 아니라 더 강해진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부’를 예고하며, 전 세계를 초긴장의 상태로 몰아넣는 가운데 글로벌 안보와 경제의 대변혁 시기임은 분명하다.
sangbae030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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