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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좋은 계약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바람의 손자’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그의 절친이자 메이저리그(ML) 선배 김하성(29)이 플로리다주 탬파베이에 새 둥지를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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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MLB닷컴)와 폭스뉴스, ESPN 등은 30일(한국시간) “김하성이 탬파베이와 2년 총액 2900만달러(약 420억원)에 계약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올시즌 후 옵트아웃(계약기간을 채우지 않아도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는 계약이다. 타석후에 따른 인센티브 등 200만달러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300만달러, 옵트아웃을 행사하지 않고 잔류하면 160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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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석수를 옵션에 포함한 건 김하성의 재활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시즌 막판 어깨를 다쳐 수술대에 오른 김하성은 스프링캠프 시작을 앞두고 러닝과 티배팅 등으로 몸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크게 통증이 없으면 캐치볼을 비롯한 수비 훈련을 시작할 예정인데, 빨라도 5월말에나 그라운드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출발하는데다 부상 부위가 어깨, 그것도 송구에 영향을 끼치는 오른쪽 어깨여서 구단으로서도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타석 수가 증가한다는 건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고 있다’와 같은 의미다.
ESPN은 “325타석을 소화하면 200만달러를 추가로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당 평균 3.5타석을 기준으로 삼으면 100경기가 조금 안된다. 6월 복귀해 늦어도 7월부터는 풀타임을 소화해야 가능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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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을 들었지만, 탬파베이는 김하성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연봉으로 1300만달러를 책정한 게 이를 입증한다. 연봉 1300만달러는 팀내 최고액이다.
ML 대표 스몰마켓으로 분류되는 탬파베이는 1999년 그레그 본과 4년 3400만달러 계약을 맺은 이래 김하성에게 가장 큰 금액을 투자했다. 구단 역대로 따져봐도 5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2023년 내야 유틸리티 골드글러브(내셔널리그) 수상자인 김하성은 ‘건강하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빅리그 최고 내야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재활 중인데도 여러개 구단이 그와 계약 의사를 드러냈고, 실제로 구체적인 조건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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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계약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고 예언(?)한 이정후(28)는 “(소속팀인) 샌프란시스코 구단 관계자도 (김)하성이 형의 몸상태를 묻는 등 지속적으로 관심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맺고 4년간 ML 무대를 누빈 김하성은 47홈런 200타점 타율 0.242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주로 내야 유틸리티로 나섰지만, 빅리그 유격수로 손색없는 수비실력을 갖춘 선수라는 것을 여러차례 등명했다.
매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파워’도 그의 가치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때문에 지난시즌 뒤 FA 권리를 얻는 김하성을 두고 “총액 1억짜리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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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깨 부상’이라는 불확실성 탓에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구단이 없어 계약이 늦어졌다. 현지에서는 “개막 이후 계약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탬파베이가 김하성의 손을 잡는데 성공했다.
최대 2년간 시간을 번 김하성도 성공적인 재활에 집중할 기반을 마련했다. 재활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면 ‘총액 1억달러짜리 대형 계약’도 따라온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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