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FC 차두리(위) 감독과 강원FC 정경호 감독. 정다워 기자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한국 축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지도자 세계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K리그 지도자 라인업을 살펴보면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생의 감독들이 늘어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올시즌 사령탑으로 데뷔하는 강원FC의 정경호 감독과 화성FC 차두리 감독은 1980년생이다. 기존의 김은중 수원FC 감독과 변성환 수원 삼성 감독, 배성재 충남 아산 감독은 1979년, 안산 그리너스 이관우 감독은 1978년생이다. 충북 청주의 권오규 감독은 1983년생으로 최연소다. FC안양의 유병훈(49) 감독, 서울 이랜드의 김도균(48) 감독 등도 40대 대표주자다.

사실 정경호 감독이나 차두리 감독이 사령탑으로 데뷔하는 시기가 그리 이른 것은 아니다. 40대 중반이기 때문에 진즉에 K리그 팀에서 지휘봉을 잡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지난달 태국 촌부리 훈련 캠프에서 만난 차두리 감독은 “사실 세계적인 흐름을 보면 40대 중반도 늦은 나이”라면서 “한국에서도 젊은 지도자가 나오는 게 좋다고 본다. 정경호 감독도 나와 친구인데 이제 더 젊은 감독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축구계의 성향이었다. K리그는 감독 선임에 보수적인 편이다. ‘파격’보다 ‘안정’을 추구한다. 결정권을 쥔 구단 고위 관계자가 감독을 경험해봤던 경력자를 주로 선택하는 배경이었다. 시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착실하게 경험을 쌓아 빠르게 성과를 낸 광주FC 이정효 감독이나 김은중 감독, 김도균 감독 등이 ‘초보 사령탑’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덕분이다.

게다가 최근 감독으로 입문한 지도자들은 대부분 단계를 밟아 지도자로 착실하게 성장했다. 다양한 형태로 역량을 인정받은 후 한 팀의 수장이 된 케이스라 우려보다 기대가 따른다.

축구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지도자의 능력이다. 현대 축구에서는 감독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커지고 있다. 좋은 감독이 있어야 좋은 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이가 많아도 여전히 월드클래스 지도자로 뛰는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 같은 케이스도 있다. 실력이 있다면 50대, 60대가 되어도 현직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게 축구계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다만 오직 경험만으로 감독을 평가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세대교체는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경력자 우대’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 최근 40대 지도자들은 선진적인 훈련 방식과 뛰어난 소통 능력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리더십을 제시하고 있다.

관건은 지속적인 성공 여부다. 세대교체 흐름을 타기 위해서는 이들이 연속해서 성과를 내고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경력직만을 고수하는 결정권자들의 생각도 혁신적으로 바뀔 수 있다.

지도자 육성 차원에서도 40대 기수들의 활약은 중요하다. 최근 은퇴 선수 사이에서는 지도자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다. 은퇴 시기가 늦어지는 데다 밑에서부터 고생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 ‘코치 기근’이 화두로 떠올랐다. 올해 젊은 감독들이 활약해 인정받는다면 이제 막 코치를 시작하거나, 은퇴 후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뚜렷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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