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20일 서울 H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정다워 기자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나는 축구를 사랑한다. 그 마음은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다.”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72)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을 개최해 축구 유망주들의 미래를 응원하고 격려했다. 올해로 37년째다.

이 일을 시작했던 때의 차 감독은 30 혈기 왕성한 청년이었지만, 이제 그는 70대 노인이 됐다. 자신을 “할아버지”라고 서슴없이 부르고 과거 영상을 보거나 옛날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훔친다.

육체적인 나이는 노인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표현은 다소 식상하지만 지금의 차 감독을 보며 떠올리게 된다. 차 감독은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다”라면서 “지금도 매일 운동한다.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살고 싶다”라며 열정을 보였다. 그는 지금 전남 고흥에 거주하는데 무주, 서울에 오가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차 감독은 “차범근 축구상이 축구 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의 삶에 동기를 유발하고 자극제가 되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상이 된다는 사실에 나는 정말 행복하다”라며 “많은 팬의 사랑을 받으며 독일에 다녀왔다. 내가 꼭 좋은 축구를 배워 한국 축구를 위해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만든 게 이 시상식이다. 가능한 한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라며 힘이 닿을 때까지 차범근 축구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20일 서울 H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정다워 기자

차 감독의 여전한 열정과 축구를 향한 애정은 우울한 시대,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위로가 된다. 그는 상을 받은 유망주들에게 “주변을 돌아보고 살필 줄 아는, 품이 큰 사람으로 커야 한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의 품은 평범한 사람의 품보다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다”라며 “동료를, 주변 사람을, 세상의 약한 사람을 품는 멋진 선수로 크길 응원하겠다”라며 실력에 앞서 인성을 갖춘 선수로 성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울한 시대를 사는 이들의 마음을 만지는 말이다. 차 감독은 최근 비상식적인 일로 인해 마음고생했다. “하마터면 오늘 여러분이 못 만날 뻔했다”, “아직 상황이 진행 중이라 여전히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다. 심지어 아들인 차두리 화성FC 감독의 경기를 보러 공식적인 자리에 갈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한국 축구 상황도 복잡하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진행 중인데 축구인들은 희망을 발견하지 못해 우려하고 있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차 감독은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차 감독은 “나는 거기서 떨어져 있고 싶다. 말하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라며 “지금 내가 하는 일이 한국 축구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이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말을 아꼈다.

소나무처럼 한결같이, 단단하게 서 있는 거목. 차 감독은 존재만으로 위안거리가 되는 모습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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