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아는 맛인데 확실히 새롭다. 범죄 영화 전형성을 따라가면서도 마약 브로커 ‘야당’이라는 소재의 참신함으로 작품의 보는 맛을 더했다. 액션적 쾌감에선 ‘베테랑’(2015)이, 정치 드라마로서의 서사에선 ‘내부자들’(2015)에 필적할 만한 가능성도 엿보인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극장가에 훈풍을 불어넣을 만한 작품이다. 16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야당’이다.
‘야당’이 영화 초반을 이끌고 가는 핵심 소재다. 마약을 유통한 범죄자에게는 형 감량을, 경찰에게는 조직을 일망타진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중적이고, 간사한 면이 있다. 이 캐릭터는 영화 내내 배신과 복수의 서사를 선사하면서 관객의 눈을 붙잡았다. 신선함과 장르적 재미로 러닝타임 123분을 쉴 새 없이 끌고 갔다.
연출적으로도 인상적인 장면이 많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밀어부쳤다. 경찰이 마약 사범 검거를 놓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야당’ 강수(강하늘 분)가 자신의 대형 SUV 험머를 몰고 돌진했다. 이들 일당을 차로 “한 발 더 남았다”며 거침없이 미는 모습에서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가 ‘액션’임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검사 관희(유해진 분)는 강수를 실컷 이용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버렸다. 지방 말단 검사에서 서울로, 중앙지검 특수부까지 높은 곳을 향해 가기 위해서다. 검찰 권력이 지향해온 시대의 표상을 이 캐릭터에 투영했다. 관희가 권력의 뒤치다꺼리를 하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민낯이 까발려져 추락했다. 이 영화가 권력 지향적 인물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최순실 국정농단 당시 수사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 조사실에서 찍힌 사진을 오마주한 장면은 황병국 감독의 날카로운 기지가 돋보이는 킥이라 할 만하다.
박해준은 얼굴을 또 갈아 끼웠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금명이 아빠로 세상 따뜻했던 모습에서 이번엔 마약수사대 형사 상재로 변신했다. 수사 잘하는 경찰이 금품 수수 함정에 빠져 구치소까지 가게 되는 신세로 전락한 뒤 복귀해 활약하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러냈다. 멜로, 드라마,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에 소화할 수 있는 천의 얼굴을 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중반부 서사 구축을 위해 느슨했던 긴장감은 후반부에 팽팽해졌다. 검사가 피의사실을 언론에 슬쩍 흘리며 여론을 좌지우지하려는 장면부터 달려나간다. 검사들 이기적인 행위가 매우 건조하게 묘사됐다. 뒷맛이 씁쓸하다. 검사실 옆 VIP실에서 피의자와 검사가 담소를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배달 음식과 술을 시켜 먹으며 담배까지 피우는 장면은 현실감 있는 시대적 반영이라 할 만하다.
관희의 검사 생활은 결국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TV를 통해 추악한 모습이 생중계되는 걸 보면서 절망했다. 도청되고 있는 소리의 근원을 찾기 위해 바닥을 박박 기어다녔다. 바퀴벌레를 형상화한 유해진의 빛나는 아이디어 덕분이다. 덕분에 우스꽝스러우면서 처연하기까지 한 연기가 완성됐다. 짓눌린 관희 얼굴과 반대로 시사회 객석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길이 남을 명장면이 나왔다.
마약의 폐해는 물론 권력의 무상함까지 함께 담아낸 ‘야당’이 올해를 대표할 액션 영화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벌써 관심이 쏠린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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