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 기자] “시간끌기? 내가 시켰다. 나를 욕해라.”

광주FC 이정효 감독이 특유의 거침 없는 말을 내뱉으며 FC서울전 무패 가도를 반겼다. 특히 근래 들어 원정에서 승리가 없었는데 서울 원정에서 쾌승, 차주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 원정 길을 밝혔다.

이 감독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9라운드 서울과 원정 경기에서 헤이스, 박태준의 연속포로 2-1 승리한 뒤 “우리가 원정에서 승리가 없었다. 서울전이 사우디 원정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 마음이 보인 건 경기 막판 골키퍼 김경민과 아사니가 시간을 끌었다가 경고를 받았을 때다. 평소 ‘매너볼’을 외치며 시간 지연 행위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낸 이 감독의 광주다. 이 얘기에 그는 “내가 시켰다. 오늘 정말 이기고 싶었다. 선수는 아마 그런 생각 없었을 것이다. 내가 시킨 것이기에 나를 욕하면 된다”고 받아쳤다.

광주는 직전까지 이번시즌 원정 3경기에서 2무1패에 그쳤다. 공식전을 통틀어서 가장 최근 원정에서 이긴 경기는 지난해 10월1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ACLE 리그 스테이지 경기였다. 서울전 승리의 의미를 이 감독이 강조하는 이유다. 또 서울을 상대로 지난 2023년 9월17일 1-0 승리 이후 5연승을 기록, 천적 위용을 뽐냈다.

2경기 만에 다시 승리를 챙긴 광주는 승점 16(4승4무2패)를 기록, 이날 승점 획득에 실패한 김천 상무(승점 14)를 제치고 2위로 도약했다. 이 경기는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열렸다. 2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알 힐랄과 ACLE 8강전을 치르는 광주가 서울에 일정 변경을 요청했다. 서울이 대승적으로 받아들였다. 광주는 서울 원정 승리를 거두며 최상의 시나리오로 20일 제다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다음은 이정효 감독과 일문일답

- 경기 소감은.

내가 오늘도 팬과 선수 때문에 또 많은 에너지를 얻은 것 같다. 이 좋은 에너지를 선수에게 잘 나눠서 앞으로 경기하는 데 큰 힘이 되도록 하겠다. 선수들이 어려운 환경에도 끝까지 승리를 얻어 자랑스럽다. 칭찬해 주고 싶다.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경기하는 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 사우디에 가기 전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우리가 원정에서 승리가 없었다. 그래서 서울전이 어떻게 보면 사우디 원정에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 평소 시간 끌기 안 하는 ‘매너볼’로 유명하다. 그런데 막판 김경민과 아사니가 시간 지연으로 경고를 받았는데?

내가 욕먹으면 된다. 내가 시켰다. 오늘 정말 이기고 싶었다. 선수는 아마 그런 생각 없었을 것이다. 내가 시킨 것이기에 나를 욕하면 된다.

- ACLE 8강 각오는?

지금도 많은 K리그 팬이 ACLE에서 우리 경기를 보고 응원해 주신다. 사우디에 가서 더 많은 좋은 팀, 해외 유명 선수와 경기하려면 여러분의 큰 응원이 필요하다. 광주 선수에게 큰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 ACLE를 통해 선수에게 또 다른 꿈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는데.

생각은 많이 바꿔놓은 것 같다. 선수가 ACLE에 또 나가고 싶다더라. 또 나가려면 우승하면 된다.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선수들이 ACLE에서 일본, 조호르(말레이시아), 중국의 많은 팀과 경기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려놓고 싶다. 해외 진출이라는 꿈을 선수가 이뤘으면 한다.

- (브루노가 다쳐 교체로 들어간) 안영규가 후반 부상으로 교체됐는데.

갈비뼈다. 체크를 해봐야 한다. 브루노와 안영규는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 막판 실점해서 1골 차 추격을 당했음에도 추구하는 축구를 펼쳤는데.

프로 선수라면 매일 훈련하고, 한 경기 한 경기 치를 때마다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선수도 성장하고 경기를 보는 분도 희망을 얻었으면 한다. 어느 팀과 하더라도 그냥 하라고 한다. 시도해 보고 용기 있게 도전하라고 한다.

- 박태준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뛰었는데.

부상입을까 봐 걱정은 된다. 군대 가기 전까지 최대한, 지금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 팀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박태준이 우리 팀 사정을 충분히 안다. 멀티 포지션이 되지 않느냐.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데 스스로 많이 배우려고 한다. 잘 받아들여 줘서 고맙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