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선수들이 20일 제주전이 끝난 뒤 팬께 인사하고 있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서귀포=박준범기자] 상대도 포항 스틸러스의 ‘투톱’을 본격적으로 제어하기 시작했다.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2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제주SK FC와 9라운드 맞대결에서 0-2로 패했다. 이로써 포항은 6경기 무패(3승3무) 행진이 중단됐고, 3라운드 대구FC(0-0 무)전 이후 처음으로 무득점에 그쳤다.

포항이 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난 데는 박 감독이 가동한 ‘투톱’ 전략이 효과를 봤다. 평균 신장 190㎝인 이호재와 조상혁을 함께 최전방에 배치해 제공권 싸움을 펼친 뒤 세컨드 볼을 적극적으로 탈취해 공격을 주도했다. 동시에 활동량과 스피드가 뛰어난 조르지를 측면 자원으로 분류, 공격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했다.

이 과정에서 조상혁과 이호재는 득점포를 연달아 가동했고 조르지는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상대 수비를 괴롭히는 구실을 해냈다. 왼발 킥력이 뛰어난 왼쪽 측면 수비수 이태석을 공격적으로 활용했고, 부상에 돌아온 주닝요도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새로운 포항의 공격 옵션이 됐다.

포항 조상혁이 20일 제주전이 끝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나 제주전에서는 투톱 전략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포항은 전반전에 이호재와 백성동을 최전방에 넣어 ‘빅 앤 스몰‘ 조합을 가동했다. 공격이 잘 풀리지 않자 후반 시작과 함께 조르지와 조상혁을 동시에 투입했다. 하지만 임채민(188㎝)과 송주훈(190㎝)이 버티는 제주 수비진의 제공권도 탄탄했다.

그리고 제주 김학범 감독은 후반 13분 만에 측면 수비수 안태현(174㎝)을 빼고 중앙 수비수 장민규를 투입한 것. 포메이션은 바꾸지 않고 높이가 있는 장민규를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기용하는 변칙을 쓴 것. 장민규 역시 186㎝로 장신 수비수다. 장민규는 조르지를 철저히 봉쇄했다. 송주훈이 부상으로 빠진 뒤에는 또 다른 장신 수비수 김재우(187㎝)가 포항 공격을 제어했다.

기록을 살펴봐도 이날 이호재의 유효 슛은 1개에 불과했고 조르지와 조상혁은 유효 슛이 없었다. 또 이호재는 7차례의 공중볼 경합 중 2개만 따냈고, 조상혁도 10개를 시도해 3개만 성공해 효율은 떨어졌다. 반면 임채민(5개)과 송주훈(4개)은 공중볼 경합에서 실패가 없었고, 장민규도 4차례 경합을 펼쳐 3개를 성공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투톱의 높낮이를 떠나 전체적으로 완패했다. 전체의 책임이고 투톱의 책임은 아니다. 패배를 보약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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