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수호- 카이. 사진 | 연합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다시는 제가 후배 가수들이 앨범 낸다고 MC 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속이 후련하네요.”

엑소 수호가 언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반성과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14년 가까운 경험이 무색하게 떨었고, 급격히 긴장했다. 2년 만에 공백을 깨고 돌아온 동료 카이의 미니 4집 ‘웨이트 온 미(WAIT ON ME)’ 쇼케이스 현장에서다.

엑소 리더 수호는 21일 오후 4시 서울 광진구 YES24 라이브홀에서 열린 카이의 ‘웨이트 온 미’ 쇼케이스 MC를 맡았다.

이른바 언론에 선공개돼 100여명 이상의 취재진이 몰린 쇼케이스 현장은 다소 차갑고 리액션도 적다. 팬들의 환호성이 가득한 다른 현장과 이질적이다.

쇼케이스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 적은 많지만, MC로서 현장을 찾은 수호는 이러한 분위기를 완전히 파악하진 못한 것 같다. 콘셉트를 다소 잘못 잡았다. 편한 동생과 대화하는 분위기를 생각했다고 했다. 말이 쉽지 조용하고 반응이 없는 취재진 앞에서 자연스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평소답지 않게 더듬더듬 댔고,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다”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도 기지로 이겨냈다. 카이가 타이틀곡 ‘웨이트 온 미’를 준비하러 간 사이에서다. 카이가 자리를 떠나는 순간 그제야 쇼케이스 MC라는 자각이 생긴 듯 했다. 약 3분여의 시간을 홀로 메워야 한다는 걸 몸으로 느낀 듯 했다. 전문 MC에겐 어쩌면 자연스럽고 쉬운 업무겠지만, MC 경험이 적은 수호에겐 백지가 되는 순간일 수도 있다. 긴장한 마음을 붙잡고 천천히 말을 뗐다.

“제가 너무 편한 마음으로 찾아온 것 같습니다. 슈퍼주니어 선배님들이 하는 것을 조금 보고 왔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친한 동료와 편하게 농담을 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잘못 판단한 것 같습니다. 오늘 SM엔터테인먼트의 대표님을 비롯해 고위의 스태프 분들이 현장을 찾아오셨는데, 앞으로 후배들의 쇼케이스에 MC로 설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카이가 자리를 비우면 취재진과 편하게 대화를 하라는 임무를 받았는데, 사죄의 말 밖엔 드릴 말이 없습니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근황을 털어낸 수호는 카이가 있는 곳을 향해 “아직인가요?”라고 외쳤고, 다행히 카이가 무대 준비를 마쳤다.

매우 자연스럽지는 않게 MC를 본 것에 급격히 자각한 듯 반성과 사죄를 쏟아냈다. 그렇게 부자연스럽지 않은 진행이었음에도,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 듯 쏟아내는 반성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솔직하면서도 진솔하고 당당한 태도가 색다른 웃음을 가져온 것. 시간을 벌어야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자, 취재진은 잠시 포토타임을 갖자고 제안했고 수호는 즐거운 얼굴로 사진을 찍었다.

스스로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했지만, 처음 해보는 MC가 쉽지 않은 미션인데다 갑자기 찾아온 위기를 유려하게 넘기는 대목에서 14년 차의 내공이 전달됐다. 화려한 춤사위로 무장한 카이 못지 않게 눈에 띄었다. 카이의 음악만큼이나, 수호의 준비된 MC도 보고 싶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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