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소년의 출발점은 ‘춤’이었다. 어릴 적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한 댄스 학원은 곧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감각을 처음 알려준 공간이었다.
소년은 그곳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경험을 했다. 연습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는 행동에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배웠다.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낸다는 협업의 기쁨도 체감했다. 단지 리듬을 익히는 것을 넘어 ‘표현’이라는 개념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낯을 많이 가리던 성격에 밝은 에너지를 가진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리듬 위에서 조금씩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갔다. 춤이 그에게 가르쳐준 건 ‘소통’이었다.
이후 연기의 세계로 이어진 흐름은 자연스러웠다. 당시 학원 원장은 그에게 “이미지를 보니 연기도 한 번 해보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건넸다. 소년은 고민 끝에 “되든 안 되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연기에 발을 들였다. 이 결정은 배우 이두연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연기를 배우며 감정을 말로 풀어내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났다. 연기를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선택은 훗날 그의 첫 무대 뮤지컬 ‘드림하이’의 초연과 대학교 연기 전공 선택으로 이어졌다.
‘드림하이’의 초연 당시 이두연은 어린 제이슨 역으로 참여했다. 첫 무대는 혼란스러웠지만 짜릿했다. 관객과 눈을 마주하고, 배우들과 호흡하며 대사를 주고받는 순간, 더 깊은 층위의 예술을 느꼈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배우 이두연은 “처음 공연 때 무대 뒤에서는 떨렸는데, 막상 올라가니까 기대감이 컸다. 관객을 바라보면서 연기를 주고받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관객의 호응, 동료들과의 호흡, 장면 하나하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배우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줬다. 실수도 많았다. 부족함도 많았다. “좀 더 잘할 수 있었을까?”라는 아쉬움은 늘 다음 무대로 향하는 발판이 됐다.
그 후로 2년, 이두연은 다시 ‘드림하이’ 무대로 돌아왔다. 이번엔 어린 삼동 역이었다. 초연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삼동은 작품의 흐름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책임도, 비중도 달랐다. 책임감도 생겼고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특히 ‘룩 인 더 미러’ 넘버를 부르면서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과 삼동의 감정이 자신과 깊이 닮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장면을 통해 그는 연기를 매개로 자기 자신을 해석하고 재정립하게 됐다.

단지 외워서 말하는 대사가 아닌 체화된 감정으로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체득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몰입의 시간들이 쌓이기까지 이두연 곁을 지켜준 사람들의 존재는 무엇보다 컸다.
이두연은 “여기까지 오면서 고마운 분들이 참 많다. 특히 입시 선생님은 정말 많은 걸 도와주셨다.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이렇게까지 지지해주는 부모님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마는 늘 옆에서 저를 챙겨주시고 믿어주셨다. 그리고 김은하 대표님께도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두연은 공연이 없는 날에도 쉬지 않는다. 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며 하루하루를 단단히 쌓아가고 있다. 헬스장을 다니며 체력을 관리한다. 짬이 날 때마다 오디션을 준비하며 새로운 도전도 꾀한다. 아직은 매 순간이 배움이다.
이두연은 “실력 있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작품을 잘 몰라도 ‘이 배우가 나온다면 믿고 보겠다’는 말을 듣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최근 ‘승부’라는 영화를 봤는데, 작품 설명보다 ‘이병헌이 연기한다’는 말만으로도 기대가 생겼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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