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광주FC와 이정효 감독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광주는 26일 오전 1시30분(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있는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전을 치른다.
알 힐랄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팀 중 전력이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알 힐랄 선수단의 가치는 1억8000만 유로(약 2914억원)에 달한다. 스페인 라 리가의 명문 세비야(1억7450만유로)보다 비싸다. 유럽 주요 리그 어디를 가도 알 힐랄의 가치는 중위권 이상이다.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한 칼리두 쿨리발리와 주앙 칸셀루, 야신 부누, 후벵 네베스,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등이 주전으로 뛴다. 당장 유럽으로 무대를 옮겨도 경쟁력 있는 ‘탈아시아’ 팀이다.
그와 비교해서 광주는 ‘이보다 작을 수 없는’ 팀이다. 광주의 가치는 860만 유로(약 139억원)다. 20배 이상 차이다.
광주는 불과 3년 전까지 K리그2에 있던 팀이다. 2부 리그로 향한 광주 지휘봉을 잡은 이정효 감독은 부임 첫 시즌 우승 및 다이렉트 승격에 성공했다. 이어 2023년엔 K리그1에서 3위에 올라 ACLE 진출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ACLE 리그 스테이지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16강전에서는 비셀 고베(일본)를 상대로 기적 같은 뒤집기를 해내며 8강에 올랐다.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토너먼트 라운드에 올라 자존심을 지켰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수준의 도전이다. 그러나 이 감독의 존재를 생각하면 기적을 꿈꾸게 한다. 이 감독은 현존하는 K리그 최고의 사령탑이다. 돈 없는 광주를 리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팀으로 변모시킨 그가 다부진 마음을 품고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다.
이 감독은 “수비적으로 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늘 그랬다. 고베를 상대로도 우리 축구를 해서 승리하지 않았느냐. 알 힐랄을 상대로도 정면으로 부딪쳐볼 생각이다. 물러서지 않겠다. 치고받는 양상이라면 우리도 할 만하다”라며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목표도 높은 곳에 있다. 이 감독은 “내 목표도 우승이다. 20년 만에 사우디에 가는데 끝까지 가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5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선수로 뛸 때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 사우디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부산은 알 이티하드에 두 경기 합계 0-7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 감독으로서는 만회하고 싶은 기억이다.
목표를 높게 잡은 또 다른 이유는 ACLE에 걸린 상금이다. 우승 상금이 무려 1000만 달러(약 143억 원)에 달한다. K리그1(우승 상금 5억 원)에서 28회 우승해야 얻을 금액이다. 이 감독은 이 상금을 따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선수도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주전 미드필더 박태준은 ACLE를 위해 입대까지 미뤘다. 아시아에서 가장 막강한 팀을 상대하는 만큼 전의로 뭉쳐 사우디로 향했다.
분위기는 좋다. 최근 K리그1 5경기에서 4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출국 전 마지막 경기에서는 김기동 감독의 FC서울을 격파, 오름세를 이어갔다. 어찌 보면 져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감독의 역량, 광주의 완성도를 고려하면 이변을 기대할 만하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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