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고민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25시즌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리그 최강 5선발이라 했다. 더 놀라운 부분이 있다. 주무기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이다. 한 번은 삐끗했다. 다시 달린다. KIA 김도현(25)이 각오를 다진다.
김도현은 올시즌 다섯 경기 등판해 29이닝 소화하며 2패,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 중이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첫 네 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QS)만 3회다. 가장 못 던진 것이 5.1이닝 2실점(1자책)일 정도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한 셈이다.

지난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흔들렸다. 5.2이닝 10안타(1홈런) 1볼넷 2삼진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두 번째 패배다. 힘든 와중에서도 6회 2사까지 막기는 했으나 실점이 많은 점은 또 어쩔 수 없다.
핵심은 ‘커브’다. 김도현의 주무기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스트라이크 존 자체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위력을 발휘했다. 묵직한 속구와 날카로운 커브를 통해 상대 타자를 잡았다.
23일 삼성전은 아니다. 말을 듣지 않았다. 볼 배합도 아쉽다면 아쉽다. 커브 구사가 많았다. 처음으로 30% 넘는 비중을 보였다. 총 100구 던졌는데 커브가 36개다. 주무기를 너무 많이 꺼낸 것이 독이 된 모양새다.

김도현은 “이번에 커브를 좀 많이 던지기는 했다. 사실 시즌 개막 후 지금까지도 커브가 완전히 잘되지는 않는 느낌이다. 더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꾸로 보면, 최상이 아닌 상태로도 상대 타자들을 눌렀다는 의미가 된다. 그만큼 좋은 구종을 보유하고 있다. 더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면 당연히 위력도 커진다.

‘다른 길’도 고려해야 한다.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으려면 ‘투 피치’로는 어렵다. 마침 김도현은 체인지업이라는 다른 무기가 있다. 슬라이더도 갖추고 있다.
실제로 골고루 던지고 있다. 스탯티즈 기준 구종가치는 커브(1.9)보다 체인지업(2.5)이 더 높다. 23일 삼성전만 유독 커브를 많이 던졌을 뿐이다.

길을 알고 있으니 실전에 대입하는 것만 남았다. 김도현은 “커브도 커브지만, 체인지업을 비롯한 다른 공도 잘 써야 할 것 같다. 느낀 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내가 흔들렸고, 팀도 졌다. 결국 내가 막았어야 했다. 점수를 준 내 탓이다. 다음에는 다른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제임스 네일과 함께 사실상 ‘원투펀치’를 꾸렸다. 토종 선발진 중심을 잡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한 번 주춤했을 뿐이다. 다음 등판 ‘새로운 버전’의 김도현을 볼 수 있을까.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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