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폴란드까지… 그 선택은 내 것이 아니었다”
한 소녀의 기억을 따라가는 역사와 사랑의 여정

[스포츠서울 | 김석재기자] 1950년대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반도. 포화 속에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 중 일부는 뜻밖의 길을 떠났다. ‘위탁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사회주의 동맹 국가인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으로 보내졌던 것이다. 당시 북한은 사회주의 연대 강화를 위해 전쟁고아 수백 명을 해외에 보냈고, 이 아이들은 낯선 땅에서 새로운 이름과 삶을 받아들여야 했다.
소설 『폴란드의 비밀 양육원』은 바로 그 잊힌 역사 속 한 소녀 ‘순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쟁이 남긴 상처와 그 속에서 피어난 인간애를 그린다.
순례는 공습으로 가족을 잃고, 어딘지도 모르는 폴란드로 보내진다. 양육원에서 또래 아이들과 지내며 적응해 가던 중, 방학마다 찾아가는 위탁 가정에서 ‘한나’라는 새 이름을 얻고 ‘마마’와 ‘파파’라 부르는 부부의 사랑 속에 성장한다. 그러나 평온했던 일상은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송환 명령으로 끝이 난다.
작별의 아픔도 채 가시기 전에 한나는 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자신에게 큰 위안이 되어 주었던 친구 ‘현수’가 행선지도 모른 채 ‘비밀 양육원’으로 보내진다는 것이다. 결국 한나는 그를 찾기 위해 홀로 여정을 떠난다. 그리고 그 길에서 어린 시절엔 미처 알지 못했던 전쟁의 흔적, 사람들의 고통, 그리고 조용한 사랑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전쟁의 정치·군사적 논리 이면에 가려졌던 아이들의 현실을 조명하며, 독자에게 전쟁이 결코 숫자나 연표로만 기억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청소년 독자에게는 전쟁의 참혹함을 피부로 느끼게 하며, ‘평화’의 가치를 절실하게 깨닫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 소설은 교과서가 미처 담아내지 못한 전쟁의 생생한 흔적을 따라가며, 한 사람의 숨결과 표정까지 손에 잡힐 듯 보여 준다”며 “전쟁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났고,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울림을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마마, 저… 잊지 않을게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요.”
“한나는 묻는다. 우리가 돌아간 곳은 정말 고향이었을까.”
wawa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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