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전북으로 돌아온 최강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경남과의 K리그 클래식 맞대결에서 팬들이 환호하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전주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봉동 이장’이 전주성으로 돌아왔다. 대표팀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최강희 감독이 1년 6개월만에 친정팀 전북으로 복귀했다. 경남과의 복귀전을 앞두고 만난 최 감독에게서 들뜬 모습을 찾아볼수 없었다. 오히려 공백기 동안 급격하게 무너진 팀 전력에 대한 안타까움이 얼굴에 가득했다. 최 감독은 “봉동에 있는 것이 나에게는 휴가”라면서 팀 재건에 온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제자리로 돌아왔다. 기분이 어떤가.

여기와서 잠도 잘자고, 마음은 편하다. 근데 팀이 이렇게 망가져 있을지는 생각지 못했다. 11명 출전 멤버를 짜기도 힘들 정도로 부상 선수들이 많다. 팀이 침체돼 있다. 지금은 정신적으로 분위기를 잡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전북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시즌 중이지만 경기에 대한 준비가 안돼 있다. 지난 3~4주 휴식기 동안 휴가가 1주일이었다고 한다. 훈련을 제대로 못해 몸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축구는 능력이나 경기 운영말고도 정신력으로 할 수 있는 경기’라고 조언했다. 그동안 안방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다. 선수들에게 백패스를 자제하고, 템포를 빠르게 하는 경기 운영을 지시했다. 다른 팀이 우리를 부담스러워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졌다. 전북은 후반이나 경기 종료직전에 좋은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제는 그 반대가 됐다.

-전북이 지난 리그 2경기에서 9실점을 했다.

4실점한 부산전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선수들이 부산전 마치고 빨리 휴가가려고 경기를 그렇게 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더라. 서로 기대하고 설레이는 만남이 돼야 하는데 첫 대면부터 분위기가 안 좋았다. 그 정도로 팀 분위기가 악화돼 있다. 팀에 있으면 1년에 한번 할까말까한 미팅도 여러차례 했다. 나는 믿고 팀을 떠났는데 돌아와보니 다 깨져 있더라. 그게 성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시즌 중 복귀라 부담감도 클 것 같다.

2005년 이 맘때 내가 전북을 맡았다. 당시에도 너무 힘들었다. 나는 후배들에게 ‘절대 중간에 팀을 맡지 말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내가 대표팀에 이어 전북에서도 중간에 팀을 맡고 있다.(웃음) 어렵기는 해도 예전 생각하면서 잘 풀어나갈 것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내 임무다.

-언제쯤 팀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보는가.

지금은 승점이나 선두권과의 격차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 우선 실점을 줄이고 연승을 하다보면 반전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이기는 경기를 통해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 최소한 홈에서는 무기력한 경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 수준은 이 정도가 아니다. 선수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16강 탈락했다.

토너먼트 대회라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노릴 수 있었다. 특히 구단 뿐만 아니라 모그룹의 입장에서 보면 챔피언스리그 탈락이 가장 아쉽다.

-파비오 감독대행이 팀을 잘 이끌었다고 생각하나.

그 사람도 피해자다. 내가 파비오를 위로해줘야 할 입장이다. 파비오가 다혈질이지만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지도자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대표팀 감독시절에는 전북으로 복귀하는 상상도 하셨을텐데.

한때는 팀에 돌아왔을 때를 상상하면서 설레임도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이 막판에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그런 생각도 잊었다. 내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곧바로 복귀하지 않고, 휴식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

난 시한부 감독으로 대표팀을 이끌었기 때문에 본선행이 확정되면 팀으로 복귀할 생각이었다. 솔직히 처음부터 대표팀과 함께 본선에 갈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팀에 복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쉬고 싶다거나 공백기를 갖고 싶다고 생각지도 않았지만 팀 사정상 여유도 없었다. 봉동에 있는 것이 나에게는 휴가다. 여기 있는 것이 가장 편하다. 전주 | 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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