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_1062
슬로베니아 블레드성에서 바라본 풍경.

ㅅ,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드래곤 브릿지에 있는 사랑의 자물쇠.

DSC_1062
티토의 별장이었던 빌라블레드에서 바라본 성마리아 성당의 풍경.

[스포츠서울]그들 역시 그렇겠지만 내게 슬로베니아는 큰 존재감이 없던 나라다. 오해는 성장하기 마련이라 발칸반도는 늘 위협이 도사린 분쟁지역, 슬로베니아는 그 중 작고 미미한 나라라는 인식이 철골 시멘트 구조물처럼 뇌리에 단단히 고착돼 있었다.

60년 만에 강남 테헤란로에 온 한국전 참전용사도 그랬을까. 막상 슬로베니아에 발을 디딘 순간, 호두 껍데기처럼 딱딱하던 편견은 껍질과 함께 쉽게 부서졌다.

DSC_1094
블레드 호수 위에 작은 섬, 그리고 성당.

슬로베니아의 수도는 류블랴나(아마 처음 들어본 이도 많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나는 항공을 통해 이곳에 오지 않았다. 봄눈 많던 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통해 슬로베니아로 입국했다. 유럽 여행은 점이 아닌 선형으로 이뤄지는데 잘츠부르크와 슬로베니아 블레드 지역은 최고의 여행 루트를 완성하고 있다.

DSC_1609
슬로베니아 전통의상을 입은 어린이들.


◇슬로베니아로 들어서다.
입경은 쉬웠다. 여권 따윈 꺼낼 필요조차 없었다. 충북 제천에서 강원 영월을 가듯, 길을 따라 고개 하나만 넘으니 슬로베니아다.

오는 동안 차창이 온통 하얗게 변할 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 빌라 블레드에 도착했다. 이곳은 슬로베니안들의 자랑인 블레드(Bled) 호숫가에 세워진 호텔이다. 원래 티토 전 대통령의 별장으로 지어졌다. 2004년 슬로베니아 정부는 이 별장을 호텔로 개조했다.

설경은 동화책 속 그림같다. 아니 정말 그림이다. 호수 가운데 작은 섬과 그 위에 조그마한 성당이 하나 서 있다. 섬과 빌라 블레드를 오가는 배, 그리고 누가 풀어놓은 게 분명한 백조 한 쌍까지. 아!

유럽인은 가장 가고 싶은 허니문 여행지로 이곳을 꼽는다. 대부분 땡볕 해변가로 떠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선택이다.

ㅅ,
슬로베니아 블레드 성에서 바라본 풍경.


‘코르크’와 비슷한 맛을 내는 호밀빵과 근육질의 닭가슴살을 입에 구겨넣고 배를 타러 갔다.

작은 배 플레타나. 화석연료 동력이 아니라 사공이 노를 젓는 보트다. 보트 운행을 시작한 1886년부터 조합을 결성해 반드시 블레드 지역 사람만, 또 꼬박 삼년을 연습해야 뱃사공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원칙 덕분인지 지금껏 사고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ㅅ,
블레드 호수의 전경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블레드 성.


이곳이 왜 허니문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지 금세 깨달았다. 보트 안에서 가이드는 감미로운 세레나데를 불러 줬으며, 도착해서 성당까지 이르는 사랑의 계단을 신부를 안고 올라야 한다고 귀띔했다.

사랑의 계단은 99개. 신랑이 새 신부를 안고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전통은 아마도 ‘생각보다 거친 결혼 생활을 이겨낼 힘’을 미리 단련하거나, 하체를 단련해 ‘금슬좋은 부부 생활을 가지라’는 배려인 듯 보인다.

1142년에 처음 지어지고 지진으로 여러 번 무너졌다가 1747년에 개축된 성 마리아 성당. 성당은 테마파크처럼 근사하다. 동화책을 펴면 튀어나오는 팝업북 같다. 참고로 이 성당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해리포터보다는 겨울왕국의 엘사가 어울린다.

DSC_1094
블레드 호수 위에 작은 섬, 그리고 성당.


성당 안에는 7유로를 내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상업적인 종이 있다. 무거운 종에 달린 밧줄에 모든 체중을 실어 당기면 “뎅뎅” 사랑과 소원을 담은 종소리가 호숫가로 번져나간다.

ㅅ,
겨울왕국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는 슬로베니아 블레드.

ㅅ,
류블랴나에는 곳곳에 국가의 상징인 용이 서 있다.

ㅅ,
류블랴나 시내는 작고 고풍스럽다.

◇사랑의 나라, 슬로베니아(S LOVE NJA)
잠깐 슬로베니아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현재 유럽연합(EU)가입국으로 ‘중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 크로아티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으며 살짝 바다(아드리아 해)를 낀 지형이다. 한마디로 전략적 요충지 역할인 셈이다.

ㅅ,
고풍스럽고 깔끔한 류블랴나 시내.


1991년 유고연방으로부터 가장 먼저 독립했다. 면적은 약 2만㎢로 경상북도(약 1만9027㎢) 정도이고, 1인당 GSP가 2만4000달러니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슬로베니아의 상징은 서양 용이다. 박쥐의 날개와 불을 뿜는 입, 날카로운 독수리 발톱을 가지고도 늘 기사에게 당하는 그 캐릭터다.

P1710551
유럽 최고의 동굴관광지인 포스토니아 동굴.


다시 관광 얘기로 돌아온다. 슬로베니아의 관광명소 중 가장 유명한 곳은 포스토니아 동굴이다. 석회 동굴인 포스토니아 동굴은 총 21㎞이며 이 중 5㎞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동굴로 꼽힌다. 1872년 동굴에 관람용 철도가 놓였을 정도다. 전기도 1883년에 일찌감치 들어왔다.

P1710551
포스토니아 동굴내부엔 기기묘묘한 종유석과 석순들이 가득 차있다.

P1710551
포스토니아 동굴에는 19세기에 이미 관광열차가 놓일 정도로 역사가 깊다.


동굴 입구에 붙은 사진에는 증기기관차를 타고 동굴을 관람하는 관광객들의 흑백 사진이 붙어 있다.

동굴을 돌아보는 데는 약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입구에서 가이드 헤드셋을 받아들었다. 한국어도 있다. 지난해 한국인 관광객이 150% 가까이 증가한 데 대한 보답이다.

동굴은 지붕이 없는 탐사 열차를 타고 진입하는데 이 게 거의 테마파크 수준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 종유석이 머리에 부딪힐 듯 아슬아슬 스릴이 넘친다. 열차에서 내리면 탐방로가 아주 근사하게 마련돼 있다. 데크를 따라 걸어가며 각양각색의 종유석과 석순, 또 서로 붙어버린 석주들을 볼 수 있다. 헤드셋에선 종유석과 석순의 이름에 대한 설명이 흘러나온다.

P1710551
포스토니아 동굴에는 콘서트홀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거대한 공간이 있다.


동굴 안에는 명물이 있다. 양서류 유미목 동굴도롱뇽붙이과의 대표 생물로 작은 뱀처럼 생겼는데 빛을 못봐서 그런지 하얗다. 길에서 마주친 것은 아니고 유리관에 든 것을 봤다. 이름은 올름(Olm)인데 뭘 먹고 사는지는 모르겠다.

한 시간 쯤 걸었을까. 거대한 홀이 나온다. ‘구니스’같은 모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구멍이다. 영화 속에선 이런 곳에 보물을 잔뜩 실은 해적선이 있지만 이 동굴 안에는 기념품 숍이 있다. 이 곳으로부터 다시 열차를 타고 나오면 된다.

ㅅ,
슬로베니아 독립영웅 프란츠 프레세렌


류블랴나로 향했다. 발칸의 요충지로 로마시대에 생겨난 군사도시로 전쟁 때문에 번성한 도시지만 역설적으로 류블랴나(Ljvljana)란 이름은 러블리(사랑스럽다)는 뜻이다. 슬로베니아(Slovenja) 안에도 LOVE란 글자가 들어가니 연인들의 여행지로 딱이다.

slo
류블랴나 성에서 관광객들에게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배우들.


도시는 깔끔하고 고풍스럽다. 류블랴나 성이 재미있다. 가이드가 인솔해 곳곳을 둘러보면 기사와 군인, 수녀, 수감자 등 시대순으로 분장을 한 배우들이 갑자기 나타나 서로 대화를 하며 성의 역사를 들려준다.

한때 감옥으로 쓰였다는 성 꼭대기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이 있으며 이 곳에서 시내를 둘러볼 수 있다. 시내에는 강이 흐르고 오전에 서는 시장과 카페가 강변을 따라 위치했다.

DSC_1609
류블랴나의 야경.

ㅅ,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프레세레노브 광장.


시내 한 복판에는 독립영웅인 프란츠 프레세렌의 동상이 우뚝 선 프레세레노브 광장이 있으며 인근에는 요한 바오로 교황이 다녀간 프란치스코 성당이 위풍당당하게 지키고 섰다.

춘삼월이라지만 슬로베니아는 아직 차갑다. 청량한 지역에서 뜨거운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커플에게 슬로베니아는 최고의 허니문 여행지로서 의미가 있을 듯 하다.
블레드·류블랴나(슬로베니아)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DSC_1609
터키항공이 이스탄불 상공을 날고 있다.


슬로베니아 여행정보
●터키항공=국내에서 류블랴나로 향하는 직항은 없다. 스카이트랙스(Skytrax) 평가 2011~2014년 4년 연속 ‘유럽 최고의 항공사’에 선정된 터키항공(www.turkishairlines.com)의 연결편이 좋다. 인천~이스탄불 구간을 주 11회 운항하고, 이곳에서 류블라냐(2시간 15분)로 매일 직항이 있다. 크로아티아까지 연계하는 것도 좋지만 오스크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슬로베니아로 넘어가는 여행루트도 꽤 좋다. 블레드에서 류블랴나는 약 55㎞(버스로 3시간). 터키항공(selsales@thy.com).

DSC_1609
진저브레드로 유명한 블레드의 렉타 레스토랑은 맛있고도 흥겹다.


●먹거리=블레드의 렉타(Lectar) 레스토랑은 500년 된 구 도심의 벽돌집이다. 특산품인 진저브레드를 구워 예쁘게 장식해서 판다. 직접 체험해볼 수도 있다. 전통음식을 내는데 버섯수프, 호박스프, 토끼고기 등이 있다. 우리 순대와 거의 똑같은 소시지(Klobasa)도 있다. www.lectar.com (386)4-537-4800

DSC_1609
감자와 채소를 많이 쓰는 슬로베니아 전통음식.


●호텔=빌라 블레드(www.vila-bled.si) 류블랴나 더 플라자(www.plazaghotel.si)

●문의=잘츠부르크 관광청 주 관광청(www.salzburgerland.com) . 슬로베니아 관광청 한국사무소 GEOCM(070)4323-2563.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