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각박한 우리 삶에서 드라마는 대리만족과 재미를 주는 활력소다. 때로는 극에 심취해 드라마 속 부부 역의 배우들을 실제 부부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만큼 극중에서 찰떡궁합 호흡을 보인 배우들은 다음 작품에서 재회해 진짜 부부 뺨치는 케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지난 6일 첫 방송과 함께 신드롬을 몰고온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성동일-이일화 커플이 그렇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이번 세 번째 시리즈에까지 나란히 부부로 나와 중심을 잡아주는 성동일과 이일화의 활약상을 돌아봤다.

▲ '응답하라 1997'-H.O.T '빠순이' 정은지의 부모

'응답하라' 시리즈의 시작으로 지난 2012년 방송된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에서 성동일과 이일화 커플은 당시 최고 인기 아이돌그룹 H.O.T 에 빠져 사는 성시원(정은지 분)의 부모 성동일-이일화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당시 성동일은 '딸바보'이면서도 어느 순간 공부는 뒷전이고, H.O.T 에 올인한 정은지를 성질머리가 대단한 딸이라는 뜻에서 '개딸'이라고 부르며 아빠 역할을 친아빠 이상으로 생생하게 표현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큰손' 이일화는 이때부터 뭐든 했다하면 엄청난 양의 음식을 만들어 큰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 극중 이일화는 딸의 친구들을 챙기고 먹이고, 사춘기 딸의 일탈을 이해하는 예쁘고 마음 넓은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 사랑 받았다.

성동일과 이일화의 찰떡 호흡은 시리즈 시작인 '응칠'에서부터 빛을 발했다. 두 사람은 화투를 치는 장면에서 엄청난 점수로 승리를 눈앞에 둔 이일화가 성동일 때문에 승리를 놓치자 뒤통수를 때리는 연기로 시청자를 배꼽 잡게 하는가 하면 중년의 차 안 로맨스로 안방극장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기도 했다. '미친 존재감'을 자랑하는 성동일과 이일화의 커플 궁합은 '응칠'의 기둥 역할을 하며 정은지, 서인국 등 새 얼굴들의 연기를 든든하게 받쳐줬다.

▲ '응답하라 1994'-하숙집 딸 고아라의 부모

'응칠'에서 감칠맛 나는 연기로 시리즈를 성공리에 이끈 성동일과 이일화는 이듬해 방송된 '응답하라'의 두 번째 시리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도 부부로 등장했다. '응사'에서 두 사람은 하숙집 주인이자 대학농구 선수 이상민에 빠져 사는 성나정(고아라 분)의 부모로 출연했다. 성동일과 이일화 커플은 젊은 주연들이 모두 바뀐 가운데에도, 낯익은 모습으로 전편에 이어 농익은 부부 연기를 선보이며 주연 같은 조연의 인기를 모았다.

'응사'에서 성동일은 프로야구 서울 쌍둥이의 코치로, 하숙집 안주인 이일화와 금슬 좋은 부부의 모습을 선보였다. 성동일은 딸과 신촌 하숙집 학생들에게는 욕(욕인데 성동일이 하면 정감있다)이 난무하는 투박한 말투로 까칠하게 굴지만, 아내 이일화에게만은 다정한 남편의 모습을 연기했다. 특히 틈만 나면 이일화에게 늦둥이 보자고 주책을 부리던 동일의 연기는 극 종반 나정의 늦둥이 동생 ‘쑥쑥이’를 만든 전개로 이어졌다.

▲ '응답하라 1988'-쌍문동 특공대 딸 혜리의 부모

이제는 빠지면 서운하다. 성동일과 이일화는 두 시리즈에 이어 이번 세번째 시리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쌍문동 반지하방에서 3남매를 키우는 부부로 출연하면서 '응답하라' 시리즈의 공식 부부로 자리매김했다. 성동일-이일화 부부 딸의 남편 찾기로 대변되기도 하는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두 사람은 워낙 자연스럽고 감칠맛 나는 부부연기로 이 시리즈가 10대에서 40~50대까지 두루 사랑받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응팔'에서 성동일 이일화 부부의 집안 형편은 전에 비해 많이 쪼그라들었다. 성동일이 '응사'에서 제법 사는 야구코치로 집을 이끄는 가장이었다면, '응팔'에선 번듯한 은행에 다니는 직장인이지만 빚 보증을 잘못 서 반지하에서 세 아이와 부대끼며 산다. 전 시리즈에서 외동딸을 키운 것과 달리 이번에는 삼남매의 부모로 나오며, 김성균-라미란 부부, 최무성(택이 아빠), 김선영(선우 엄마) 등 다른 부부와 엄마, 아빠가 등장해 그 시절 엄마아빠의 인생을 더 세밀하게 그려내 초반부터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성동일과 이일화는 '특별히 공부 못하는 대가리'라며 일명 '특공대'라 불리는 둘째 성덕선(혜리 분)과 서울대 다니는 다혈질의 큰 딸 성보라(류혜영 분), 최강 노안의 귀한 막내 성노을(최성원 분)를 키우며 그 시절에 대한 공감과 향수를 돋운다.

세 시즌 째 '응답하라'를 지키며 호흡을 맞추고 있는 성동일과 이일화는 가난함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근면·성실히 일하는 아버지, 없는 살림에도 화장품 샘플을 발라가며 알뜰살뜰 삼 남매를 키우는 어머니 역을 이번에도 200% 소화하며 시청자를 웃기고 울리고 있다. 혹시, 네번째 시리즈가 나온다면? 성동일-이일화 부부 '강추'다.

뉴미디어팀 이용수기자 purin@sportsseoul.com

사진=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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