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드어웨이슛 날리는 김주성[SS포토]
2015-16프로농구가 최종 챔피언을 가리기위해 6강플레이오프를 시작했다. 28일 3위 고양 오리온과 6위 원주동부가 고양실내체육관에서 두번째 대결을 펼쳤다. 동부 김주성이 오리온 장재석 마크에 페이드어웨이슛을 날리고 있다. 2016.02.28.고양 | 강영조선임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그동안 자기들끼리 했단 말인가 싶더라.”

원주 동부의 기둥 김주성(37)은 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의 6강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역대 사상 최다득점 신기록(1449점)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사력을 다한 그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동부는 오리온에게 내리 3연패를 당하며 가장 먼저 PO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 서서히 코트를 떠날 준비를 해야하는 김주성에게 이번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농구를 하는 새로운 재미에 흠뻑 빠져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부상으로 절반이 넘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계약기간을 1년 남겨둔 김주성도 이제 거센 세대교체의 격랑을 마주하게 됐다. 동부 김영만 감독은 PO 탈락이 확정된 뒤 “가드진의 세대교체는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밝힌 뒤 “김주성과의 계약이 1년 남았는데 세대교체의 과도기에 와있는 것 같다”며 센터진 재구성에 대한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김주성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준 것을 알고 있지만 ‘포스트 김주성’ 시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주성은 “2~3년은 더 뛰고 싶다”고 말했다. 결코 노욕이 아니다.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한창 때에 했던 플레이들을 똑같이 해낼 수 없지만 그런 변화에 맞춰 새로운 농구를 접목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동안 3점슛을 장착해 재미를 톡톡히 본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주성은 “이번 시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외국인선수 2명과 동시에 뛰는 재미가 있더라. 외국인선수 둘이 가운데서 버텨주니 외곽 플레이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그동안 자기들끼리 했단 말인가 싶었다”고 털어놨다. 남아있는 시간 동안 농구를 하는 새로운 재미에 더욱 빠져들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타고난 성실성과 투지는 많은 선수들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가 벤치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팀에 커다란 힘이 되고 안정감을 준다. 김주성은 그런 선수다. PO 3차전 때도 그의 몸상태는 경기에 뛸 수 없을 정도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주성은 “사실 3차전을 앞두고는 무릎에 물이 많이 찬 상태였다. 약을 먹었는데도 계속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서 고민도 많이 했다. 하는데까지 해보고 그래도 아프면 나오려고 했는데 정작 게임에 들어가니 그렇게 되지 않더라”며 껄껄 웃었다. 김주성은 이날 28분 13초를 뛰었다. 더 큰 통증을 안고도 시즌 평균에 비해 거의 한 쿼터를 더 뛰어다녔다는 얘기다. 김영만 감독도 “몸상태가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김주성이 그렇게 뛰어준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정말 고맙다”고 밝혔다.

물론 다시 한 번 챔피언 반지를 끼고 은퇴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속내지만 그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주성은 입단 이후 동부의 팀컬러를 주도한 키플레이어였다. 상징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전술의 핵으로 기능하면서 동부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그렇게 14시즌 동안 쌓은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자신의 농구 인생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 번의 우승은 그 과정에서 얻어가는 마지막 선물인 것이다. 14살이나 차이나는 까마득한 후배 허웅 등에게도 먼저 살갑게 다가가려고 애쓰는 것도 그래서다. 김주성은 “이제는 내가 아닌 젊은 선수들이 팀을 이끌면서 주목을 받아야 한다. 이번 시즌에는 두경민과 허웅이 많이 성장했으니 비시즌에 더 배우고 호흡을 맞춘다면 다음 시즌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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