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정규리그 우승팀 전주 KCC는 2010~2011시즌 이후 5시즌 만에 우승 도전에 나선다. 6강 플레이오프(PO)부터 4강 PO까지 6연승, 무패행진의 상승세인 고양 오리온은 2002~2003시즌 이후 13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왕좌를 노린다.
KCC 추승균(42) 감독과 오리온 추일승(53) 감독은 17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추승균 감독은 “우승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더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좋은 경기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추일승 감독도 “오랜만에 이 자리에 선 것 같다”며 잠시 감회에 젖더니 “구단, 선수, 나까지 갈구했던 자리에 섰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우승트로피를 치켜세우고 싶다”고 밝혔다. 오리온 이승현은 “우승한다면 감독님이 나를 업고 코트 한바퀴를 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추일승 감독은 “우승하면 다음 시즌 홈 개막전 때 전 관중에게 초코파이를 돌리겠다”고 공약도 내걸었다. 추승균 감독 역시 “우승하면 덩크슛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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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데이는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양 팀 사령탑이 차분한 미소 뒤에 냉정함을 숨겼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오리온의 다재다능한 가드 조 잭슨과 KCC의 ‘득점기계’ 안드레 에밋에 대한 대처법을 묻자 구체적인 대답은 피했다. 추승균 감독은 “정규리그 때보다 잭슨의 슛 성공률이 높아진 것 같다. 스피드가 워낙 좋다. 일단 될 수 있으면 공을 많이 못 잡게끔 하려고 하는데 계속 고민 중이다. 공을 많이 못 잡게 해서 밸런스를 무너뜨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6강과 4강 PO에서 워낙 잘해서 지금까지도 연구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일승 감독 역시 “에밋은 상당히 수비하기 힘든 선수다. 아무리 수비를 한다고 해도 자기 득점을 할 선수다. 차라리 다른 선수를 수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전)태풍이까지 슛이 좋아 수비하기 어려운 팀이다. 지금도 계속 고민 중인데 뭔가를 선택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오는 19일 전주에서 열린다. 이틀 뒤면 시작되는 챔피언결정전에 대한 대비가 안 됐을리 없다. 상대 핵심선수 봉쇄법을 전략적으로 감췄다고 보는 게 맞다. 추일승 감독은 “잭슨이 막히면 국내 포인트가드를 쓰겠다”고 얘기했지만 이 역시 연막작전일 수 있다.
반면 우려되는 부분은 가감없이 드러냈다. 추승균 감독은 “4강 PO를 치르면서 포워드진들의 경기 출전시간이 적어서 걱정된다. 상대 오리온의 포워드 진용이 워낙 좋아서 어떻게 봉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1주일 동안 연습하면서 보완하려고 노력 중이다. 포워드라인의 식스맨들이 얼마나 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맥을 짚었다. 추일승 감독은 “기본적으로 KCC에는 빈틈이 없다. 4강 PO를 치르면서 짜임새있게 올라왔다. 만약 체력전으로 간다면 우리가 불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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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KCC 추승균 감독과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같은 성씨다. 그래서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추추 전쟁’으로 불린다. 이 말에 추승균 감독은 “이슈가 되기 때문에 좋긴 하지만 경기에 집중하겠다. 신경쓰지 않겠다. 다만 이겼을 때 이름을 (헷갈리지 않고) 잘 써주셨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추일승 감독도 “가문의 영광이다. 흔치 않은 성씨인데 반갑다. 걸맞게 경기도 재미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승의 마지막 관문에서 만난 두 사령탑은 서로를 넘어서야 한다.
추일승 감독은 “6강과 4강 PO에서 한 번만 지고 올라가겠다고 했는데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챔프전에서는 한 번만 지고 우승하겠다”며 7전 4선승제인 챔피언결정전을 4승1패로 끝낼 뜻을 밝혔다. 추승균 감독도 “(승패 예상은) 신의 영역이다. 오리온이 워낙 잘하고 올라왔다. 하지만 우리도 4강전에서 잘했다. 1차전 경기가 잘 풀리면 일찍 끝낼 수도 있을 것 같다. 4강전 때도 얘기했지만 선수 때는 어렵게 계속 우승했다. 그래서 처음 감독맡아 도전하는 시즌이지만 쉽게 이겼으면 좋겠다”며 역시 일찍 끝내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했다.
KCC 전태풍(36)과 잭슨(24)의 자존심 대결도 미디어데이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화려한 테크닉과 정확한 3점슛 등을 앞세우는 닮은꼴 스타일의 가드인데다 시즌 경기 도중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태풍은 “잭슨은 24살 아기다. 난 프로 12년 차다. 일찍 결혼했으면 잭슨같은 아들이 있었을 수도 있다. 예전 같았으면 화를 낼 수도 있지만 지금은 다르다. 팀을 먼저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은 우승을 하고 하겠다”며 여유있게 웃었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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