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전북 현대 스카우트가 심판 매수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축구계는 K리그 최상위권 구단인 전북 측 인사가 심판에 금품을 건넸다는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않으면서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 지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경남 구단 금품수수 사건보다 파장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전북 스카우트, 2013년 심판 금품수수 ‘충격’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도형)는 전북 관계자로부터 경기 때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K리그 소속 심판 A(41)씨와 B(36)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뒷돈을 건넨 혐의로 전북 구단 스카우트 C(52)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두 심판은 2013년 K리그 심판으로 일할 때 각각 두 차례와 세 차례에 걸쳐 C씨에게서 경기당 100만원씩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C씨가 부정한 청탁을 심판들에게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심판이 금품수수 사건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은 역시 2013년 경남FC로부터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취지로 많게는 수천만원을 받아 동료 심판 둘과 함께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검찰이 그들의 여죄를 추가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번 전북 스카우트 금품수수 사건도 포착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심판들이 부정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아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고 프로축구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사건도 재판 과정을 면밀하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리딩클럽이라 파장이 더 크다소식을 접한 축구계와 팬들은 이날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구단 이름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23일 오후부턴 ‘전북 현대’가 포털 검색어 상위권을 점령할 만큼 일반인들에게도 큰 화제가 됐다. 국내 프로스포츠 심판 금품수수 사건은 지난해 11월 역시 K리그 구단 경남이 한 것으로 먼저 밝혀졌지만 이번 전북 사례는 K리그를 더 큰 혼돈으로 몰아넣을 전망이다. 그 것은 전북이 현대자동차라는 굴지 그룹을 모기업으로 두고 2009년부터 8년간 총 4차례 국내 프로축구 우승을 할 만큼 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이기 때문이다. 실력 만큼이나 문화나 매너로 프로축구를 선도해야 할 구단 내부인사가 심판에 뒷돈을 주며 승리를 매수하려고 했던 것 자체로도 엄청난 비판과 K리그 위상 하락을 부를 수 있다.
축구인들은 “경남 땐 이미 용병 비리로 구속된 구단 CEO가 추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심판에 뒷돈을 준 정황도 나온 것이었다. 그래서 프로축구 전체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의 문제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우승권 전력을 갖추고 리딩클럽으로 인정받은 전북이 연루됐다는 점은 대중에 K리그 전체에 대한 큰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지검 외사부는 “프로축구를 포함한 스포츠계 전반에 심판 매수 행위가 있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고 천명하는 등 경남 전북 외에 제3의 구단이 나올 가능성도 제외하지 않고 있다.
◇전북 “죄송하고 책임 묻겠다”…프로연맹 “어떤 치부도 용납 못해”전북은 이날 올시즌 가장 중요한 농사인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 홈경기 멜버른 빅토리(호주)전을 하루 앞두고 있을 때였다. 1차전 원정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터라 모든 힘을 모아 승리해야 하는 시점에서 거꾸로 ‘핵폭탄급’ 악재가 터진 셈이다. 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자체 조사를 벌여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생각이다. 일단 구단이 사람(스카우트) 관리에 소홀했다는 점에선 팬들에게 죄송하고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다만 선수들은 큰 동요 없이 멜버른전 훈련에만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공식입장을 통해 “해당 스카우트가 구단에 보고 없이 진행한 일이다. 스카우트는 금일 직무가 정지됐으며, 추후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며 “개인 행동에서 비롯된 사건이지만 전북 현대 이미지 실추로 팬들께 상처를 드려 깊이 사과드린다.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며 개인의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축구계 일각에선 큰 권한이 없는 스카우트가 독단적으로 심판에 돈을 건넬 수 있는가에 대해 수긍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내기도 한다.
지난해 경남 사태 때 홍역을 치렀던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어떠한 잘못이라도 면죄부 없이 강하게 처벌할 의지 역시 전했다. 연맹 고위관계자는 “예전에 해당 스카우트 관련 얘기를 듣기는 했다. 그러나 수사 발표는 언론을 보고서야 알게 됐고,경남 때와 달리 검찰 측에서 연락도 없었다. 경남처럼 2013년 사건이라 작년 수사 때 털고 갔어야 했는데…”라며 “조금의 치부가 있어선 안 되고,특히 전북이란 구단 위상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관계가 확실히 밝혀지면 역시 합당한 징계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연맹 규정에 따르면 ‘심판 매수 등 불공정 심판 유도 행위 및 향응 제공’에 대해선 ▲제명 ▲하부리그 강등 ▲1년 이내 자격정지 ▲10점 이상 승점 감점 ▲1억원 이상 제재금 부과 ▲경고 등이 해당구단에 주어진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