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수현기자] '무한도전'의 원년멤버, 정형돈의 하차소식이 전해졌지만 그의 화려했던 활약상은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으로 남아있다.


지난 2002년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정형돈은 이재훈, 김인석과 '도레미트리오'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웨이러미닛'이라는 유행어와 함께 인기 개그맨으로 입지를 다진 정형돈은 2004년 '상상플러스'를 시작으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활동 범위를 넓혔다. 그리고 마침내 MBC '무모한 도전'을 만나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창대한 시작을 꿈꿨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정형돈은 공개 코디미 무대는 제 집인 양 누볐지만 온갖 몸개그와 말장난이 쏟아지는 예능계에서는 제대로 기를 펴지 못 했다. '무모한 도전'이 '무한도전'으로 개편됐지만 정형돈은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 했다. 거기에 정준하와 '뚱보' 캐릭터가 겹치면서 정형돈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캐릭터 부자인 박명수와 반대로 정형돈은 그저 '건방진 뚱보', '어색한 뚱보'같은 원초적인 별명밖에 얻지 못 했다. '웃기는 것 빼고는 뭐든지 잘 하는 캐릭터'를 갖게 된 정형돈은 "수 많은 모차르트를 받쳐줄 수 있는 피아노가 되고 싶다"며 살리에르 증후군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런 정형돈이 '포텐'을 터트린 건 2010년 '레슬링 특집'이었다. '미친 존재감 개화동 오렌지족'의 준말인 '미존개오'로 기분 좋은 상승세를 탄 정형돈은 그 기세를 몰아 이전의 주눅들고 낯가리는 모습이 아닌 '뻔뻔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주무기로 시청자들 공략에 나섰다. 헐렁하고 보잘것없는 은갈치 슈트를 패션 트렌드라고 우기더니 세계에서 유명한 패셔니스타 지드래곤에게 너무나 터무니없어 오히려 밉지 않은 뻔뻔한 패션 지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형돈에게 감사한 별명, '사대천왕'은 하하의 입에서 나왔다. '무한도전 2015년 상반기 결산'에서 하하는 "정형돈이 예능 MC 4대 천왕으로 등극했다더라"면서 MC 유재석에게 제보했다. 정형돈은 '다음은 누구를 키우실 거냐'는 말에 "글쎄, 누가 클래?"라며 도발해 스튜디오를 초토화시켰다.


29일 정형돈의 소속사 FNC 엔터테인먼트는 건강상의 문제로 방송을 쉬었던 정형돈의 '무한도전' 하차를 공식적으로 전했다. 정형돈은 떠났지만 시청자들은 아쉽지 않다. 더 이상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의 별명이 만들어질 순 없지만, 그동안 정형돈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고 끝에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지는 '무한도전' 팬이라면 너무나 잘 알기에 그의 결정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정형돈은 하차해도 그가 남긴 '무한도전'은 영원하다.


뉴미디어국 jacqueline@sportsseoul.com


사진=M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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