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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3일 오후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자신의 변호사도 모르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출석,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장 최씨 모녀 재판을 모두 담당하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가 발끈했다.

정씨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의 뇌물공여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전날 변호인을 통해 불출석 신고서를 낸 상황이었지만 깜짝 출석한 것.

이 변호사는 “정씨는 법정 출석 전에 어느 변호인과도 사전에 상의하거나 연락한 바가 없다”며 “정씨는 새벽 5시께 혼자 주거지 빌딩을 나가 대기 중인 승합차를 타고 종적을 감췄다. 21세의 여자 증인을 5시간 이상 사실상 구인·신병확보 후 변호인의 접견을 봉쇄하고 증언대에 내세운 행위는 범죄적 수법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은 재판부에 정유라를 설득해서 출석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고 하나, 그 공언은 출석 강요 내지 출석 회유였음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상민 특검보는 “증인은 출석 의무가 있다는 것을 정유라 본인에게 고지하는 등 출석하도록 합리적 노력을 해 본인의 자의적 판단으로 출석하게 된 것이다. 정씨가 이른 아침에 연락이 와, 고민 끝에 법원에 증인 출석하는 게 옳다는 뜻을 밝혔고 이동을 지원해 달라고 해서 정씨가 법원으로 가도록 도움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법정에서도 삼성 측에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 흥미를 더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정씨에게 “어머니에게서 ‘말을 굳이 돈 주고 살 필요 없다. 네 것처럼 타면 된다’는 말을 듣고 ‘살시도가 내 말이구나’라고 생각했나”라고 묻자 “그런 말은 들었지만, 내 말이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았다. 어머니 말을 듣고 살시도를 구입했거나 (소유권 문제가) 잘 해결돼서 우리가 말을 소유하게 된 거로 판단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정씨는 “(어머니로부터) 삼성이 너만 지원해준다고 소문이 나면 시끄러워지니까 살시도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듣고 삼성이 살시도를 사 줬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삼성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까 토 달지 말고 이름을 바꾸자”고 해 실제 이름을 ‘살바토르’로 바꿨다고 했다.

또 정씨는 “(승마코치인) 캄플라데로부터 ‘최씨와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가 코펜하겐에서 만나 말을 바꾸는 문제를 얘기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아무리 어머니가 임의로 처리한다 해도 안드레아스가 (삼성에) 분명히 얘기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은 관련 증언에 대해 “정씨는 승마 지원 관련 각종 계약서를 본 적도 없고, 증언 내용은 전부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다. 검찰 수사를 받는 정씨가 3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상황을 모면하려 특검이 원하는 대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맞섰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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