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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대와 거대한 현무암 석벽이 병풍을 펼친 듯 자리한 ‘송대소’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철원=글·사진 스포츠서울 황철훈기자] 겨울 한파로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날로 커지는 동장군의 위세에 삭막함마저 드는 이 겨울. 오히려 추운 겨울 덕에 즐길 수 있는 호사가 있었으니 그중 하나가 꽁꽁 언 강 위를 걷는 얼음트레킹이다.얼어붙은 강 위를 걷는 얼음트레킹은 물길을 따라 변화무쌍한 겨울 풍광을 유유자적 즐길 수 있는 겨울 트레킹의 백미다. 굽이치던 물길은 동장군의 기세에 눌려 새하얀 얼음길을 만들었다. 거대한 스케이트장으로 변한 강물 위를 조심스레 내걷는다. 마치 깊은 산속에 들어온 듯 신비로운 주상절리 협곡이 눈앞에 펼쳐진다. 선계(仙界)를 펼친 듯 아득한 풍경, 바로 강원도 철원 한탄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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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송대소 전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용암이 빚은 태곳적 신비 ‘한탄강’

한탄강(漢灘江)의 발원지는 다름 아닌 휴전선 건너 북한 평강군 장암산이다. 136㎞ 길이 한탄강은 철원과 포천, 연천을 지나 전곡에서 임진강과 만나 서해로 흘러든다.

한탄강은 우리가 재미삼아 얘기하는 한탄(恨歎)강이 아니다. 크다, 맑다, 아름답다 등 좋은 뜻은 다 가진 은하수 한(漢)자에 여울 탄(灘)자를 쓴다. 결국 좋고 큰 여울(大灘)이란 뜻이다. 철원을 도읍지로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후백제와의 전쟁에서 패한 후 강가에서 ‘한탄’했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는 설과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으로 인한 민족의 한이 서렸다 하여 한탄강으로 불린다는 그럴싸한 설도 있지만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한탄강이 펼쳐내는 풍광은 무척이나 이채롭다. 수직으로 뻗은 주상절리대와 깎아지른 거대한 협곡은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불린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은 마치 제주도에 와있는 듯 색다른 풍경이다.

협곡에 둘러싸인 한탄강은 27만년 전 평강 화산폭발로 만들어졌다. 분출된 용암이 강을 따라 흐르다 넘쳐 철원땅을 덮었다. 거대한 용암대지 위로 흐르던 강물은 오랜 세월 침식을 거치며 무너져내려 좁고 긴 협곡을 만들었다. 지금 철원평야도 당시 용암이 뒤덮었던 용암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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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탕폭포는 물길이 좁아지지 않고 강폭 그대로 뚝 끊겨 떨어진다고 해서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로 불린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한국의 나이아가라 ‘직탕폭포’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로 불리는 ‘직탕폭포’는 고석정 상류 2㎞ 지점에 자리한 폭포다. 폭 80m에 높이 3m 규모로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하지만 80m에 달하는 강폭에서 한꺼번에 쏟아내는 물줄기는 시원하고 장쾌하다. 마치 수중보를 세운 듯 강 폭 전체가 뚝 끊겨 떨어지는 모습이 아닌 게 아니라 나이아가라 폭포를 그대로 축소해 놓은 듯하다. 동장군은 폭포를 거대한 빙벽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폭포의 거센 물줄기를 다 막아내지는 못했다. 새하얀 얼음을 뚫고 수정처럼 맑은 물이 쉴새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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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탕폭포 주변은 온통 현무암지대로 주상절리와 함께 구멍이 숭숭뚫린 현무암을 쉽게 볼 수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직탕폭포는 움직이는 이동식(?) 폭포다. 기둥모양으로 갈라져 나간 주상절리대 폭포로 앞부분이 점차 떨어져 나가는 일명 두부침식(頭部浸蝕)으로 조금씩 상류 쪽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폭포 주변은 온통 현무암과 주상절리대를 확인할 수 있다. 이곳 현무암은 제주도 현무암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제주 현무암은 새까맣지만 철원 현무암은 검붉다. 철성분이 녹아든 까닭이다. 또한 가벼운 제주 현무암과 달리 이곳의 현무암은 무게도 일반 화강암처럼 단단하고 무겁다. 그 덕에 철원 현무암은 맷돌을 비롯해 고급 바닥재, 건축자재, 방염 장비 등을 만드는 재료로 요긴하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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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소 전경. 한탄강의 절경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얼음 트레킹은 추운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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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일교 아래 ‘2018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 메인 행사장은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한탄강 얼음트레킹은 태봉대교에서 시작한다. 강을 따라 하류방향으로 약 1㎞를 걷다보면 한탄강 최고 절경을 자랑하는 송대소에 도착한다. 송대소는 이무기를 잡으러 온 개성 송도 사람 삼형제 중 둘은 물려죽고 나머지 한 명이 이무기를 잡았다는 전설이 깃는 곳이다. 또한 이곳은 명주실 한 타래가 들어갈 정도로 깊은 곳으로 전해진다. 실제 가장 깊은 곳은 수심 30m에 이른다. 아이스링크같은 얼음 위를 걸어 송대소 깊은 협곡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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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소 주상절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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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현무암 석벽과 빙폭이 펼쳐진 ‘송대소 적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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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군청 관계자들이 오는 20일 열리는 ‘2018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 행사를 위해 사전 점검차 송대소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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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겨울 추위는 송대소 일대를 거대한 스케이트장으로 만들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왼쪽으로 이어지는 석벽엔 수많은 돌기둥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주상절리대와 부챗살처럼 펼친 듯한 방사선 주상절리대가 펼쳐진다. 오른쪽은 30m 높이의 거대한 현무암 석벽이 이어진다. 아파트 10층 높이 거대한 석벽은 보는 것만으로 주눅든다. 바위틈으로 흘러내린 폭포수는 그대로 얼어 거대한 고드름을 만들었다. 결 대로 떨어져 나간 주상절리가 촘촘하게 박혀 마치 조각도로 다듬어 놓은 듯하다. 아침 햇살이 비치면 붉게 물든다 하여 적벽(赤壁)이라고 불린다. 중간중간 위험한 구간은 양쪽 석벽위에 조성된 데크길을 이용하면 된다. 왼쪽 석벽길이 생태탐방로, 오른쪽 석벽길이 한여울길이다.

송대소를 지나면 마당처럼 넓게 펼쳐진 ‘마당바위’가 나타난다. 한탄강 일대에서 가장 크고 넓은 화강암 바위다. 마당바위에서 승일교까지 구간은 바위와 돌과 모래 얼음이 뒤섞인 너덜지대가 이어진다. 승일교에서 1.5㎞를 더 내려가면 철원팔경 중 1경인 고석정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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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팔경 중 제1경인 ‘고석정’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철원팔경 제일경 ‘고석정’

고석정은 의적 임꺽정의 설화가 깃든 곳으로 강 한가운데 우뚝 솟은 20m 높이 거대한 기암봉이 주위를 압도한다. 기암봉은 마치 거대한 수석에 분재를 올린 듯 그 모습이 수려하다. 기암봉 상부에는 커다란 구멍이 보인다. 임꺽정이 은둔했다는 동굴 입구다. 입구는 작아 보이지만 실제 동굴 안은 족히 3~4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라 한다. 관군에 쫓긴 임꺽정이 꺽지라는 물고기로 변해 한탄강으로 숨어버렸다는 이야기와 함께 강 건너편에는 아직도 석성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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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바위. 고석정 아래 부교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형상의 기암괴석을 마주한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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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지대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고석(孤石)이라 불리는 기암봉 아래엔 기다란 모래톱이 이어진다. 건너편엔 3단으로 떨어지는 폭포수가 그대로 얼어붙어 신비로운 얼음조각을 만들었다. 모래톱 끄트머리엔 부교가 놓여있다. 고석정에서 순담계곡까지 이어지는 1.5㎞ 구간은 부교구간으로 부교와 너덜지대가 반복된다. 부교에 올라 걷다 보면 기암괴석이 줄지어 나타난다. 거북이를 닮은 바위와 잉어를 닮은 바위, 찡그린 표정의 고릴라 바위까지 각양각색 바위들을 감상하다 보면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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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정 아래에서 시작된 부교는 대교천 합수부까지 이어진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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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담계곡 입구에 놓여있는 부교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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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프팅의 명소 ‘순담계곡’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부교는 대교천이 흘러드는 합수까지 이어진다. 이내 강변을 따라 걷다 임시다리를 건너면 하얀 너럭바위가 나타난다. 현무암과 화강암이 뒤섞인 크고 작은 바위와 돌들을 지나면 다시 부교가 놓여있다. 순담계곡까지 이어지는 길은 송대소에서 봤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주상절리대가 이어지는 수직 석벽과 달리 맞춤형 퍼즐처럼 이어지는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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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빙폭이 장관을 이룬 ‘삼부연폭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겸재 정선도 반한 절경 ‘삼부연폭포’

명성산 기슭 삼부연 폭포는 직탕폭포와 함께 철원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철원군청에서 용화저수지 방향 1.8㎞ 거리, 용화터널 입구 도로변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매서운 한파에 삼부연 폭포는 거대한 빙폭(氷瀑)으로 변했지만 그 아름다움과 위용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금강산을 가던 겸재 정선이 이곳의 경치에 반해 진경산수화를 그렸을 만큼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삼부연(三釜淵)’은 폭포수가 세 번 꺾여 떨어지며 만든 웅덩이가 가마솥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삼부연의 부(釜)는 가마솥을 의미한다.

궁예가 철원을 도읍으로 후고구려(태봉)을 세울 때 이곳에서 도를 닦던 4마리의 이무기 중 3마리가 용이 돼 승천하면서 3개의 웅덩이가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각각의 웅덩이는 노귀탕, 솥탕, 가마탕으로 부른다. 미처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가 심술을 부리면 가뭄이 든다고 하며 폭포 밑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한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얼음도시’ 철원, 추울수록 더욱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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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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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대막국수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먹을 곳=

철원의 별미 막국수는 신철원 ‘철원막국수’와 내대리 ‘내대막국수’가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특히 40년 전통의 내대막국수는 새콤달콤한 육수와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면발이 특징이다. 메밀향 가득한 면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이 집은 수육도 맛있다. 돼지껍질 째 썰어 낸 두툼한 편육은 쫄깃한 돼지껍질과 야들야들한 속살이 함께 어우러져 더욱 맛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막국수가 7000원, 편육이 2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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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리버스파호텔 전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잘곳

=고석정 국민관광지에 자리한 한탄리버스파호텔은 철원팔경의 제1경 고석정의 풍광을 고스라니 품었다. 국내 유일 화산 온천수를 경험할 수 있는 스파시설과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숙박비도 평일 주말 관계없이 13만원(트윈·더블 객실 기준)으로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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