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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고 레슬링부 선수들이 17일 상명고 그린공원에서 열린 창단식에서 일제히 모여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상명고등학교 레슬링부가 아픔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시작했다. 한국 레슬링의 싹을 새롭게 틔우는 것은 물론 레슬링을 통해 일반 학생들의 건강과 정신력 증진까지 바라본다.

상명고는 17일 오후 교내 그린공원에서 레슬링부 창단식을 열었다. 고등학교 팀 창단식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레슬링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레슬링계 인사와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남녀 국가대표팀 지도자까지 약 50여명의 외부인사가 참석해 이날 창단식의 남다른 의미를 증명했다. 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동메달 하나에 그치며 다소 부진했던 한국 레슬링은 학교체육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와 직면했다. 2012년 레슬링부를 창단했던 상명고 역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선수가 소리소문없이 다른 학교로 스카우트돼 학교를 떠나는 파문에 휩싸였고 결국 창단 3년 만에 레슬링부의 문을 닫았다. 그러나 배용숙 민정학원 이사겸 상명중학교 교장의 굳건한 의지로 재창단에 성공했다.

다시 시작하고 도전하는 만큼 보다 넓고 깊게 바라봤다.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함께 있는 이점을 살려 중학생들에게 생활체육의 일부로 레슬링 활동을 유도한다. 취미로 레슬링에 흥미와 재미를 느낀 일반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올라가 학업과 레슬링을 병행하는 게 상명고의 이상향이다. 배 교장은 “올해부터 중학교 방과후 활동에 레슬링이 생겼다. 사실 레슬링이 거칠고 힘들다는 선입견도 있어서 걱정도 했었다. 다행히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좋다. 정원인 50명이 꽉 찼다”며 “남학생과 여학생이 모두 참가한다. 물론 변화도 줬다. 학생들이 레슬링 유니폼을 다소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유니폼을 편한 트레이닝 복장으로 바꿨다. 그리고 여학생들은 레슬링이 아닌 레슬링을 응용한 호신술을 배운다. 매트 위에서 근력과 체력은 물론 협동심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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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숙 민정학원 이사 겸 상명중학교 교장(왼쪽에서 두 번째) 17일 상명고 그린공원에서 열린 상명고 레슬링부 창단식에서 케이크 커팅을 하고 있다.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고등학교 레슬링부는 급성장을 기대한다. 배 교장은 “재창단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실업팀 조폐공사 진형균 감독께서 꾸준히 선수들을 데리고 우리 학교로 오신다. 학생선수들이 성인선수들과 함께 훈련과 실전을 하면 동기부여도 된다”며 “우리 팀은 다가오는 전국체전부터 참가한다.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 믿는다. 이전에 레슬링부를 운영했던 경험도 있고 우리 선수들의 의지도 강하다. 시설도 꾸준히 확장할 계획이다. 훌륭한 지도자들의 지도를 받아 좋은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도 맹목적으로 성적만 쫓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레슬링부 학생들도 일반 학생들과 매일 마주하도록 해 공동체 의식과 사회성을 함양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배 교장은 “운동부라고 해서 일반 학생과 분리되고 수업을 멀리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수업일수와 수업시간을 반드시 준수하겠다. 레슬링부는 토요일도 훈련이나 경기가 있기 때문에 주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메달을 따고 난 후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모습을 수없이 많이 봤다. 우리 레슬링부 선수들이 그렇게 되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선 일반 학생들과 어울려 사회성을 키우고 레슬링 외에도 적성에 맞는 과목을 하나씩은 찾아야 한다. 단순히 뛰어난 레슬링 선수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운동선수를 양성하는 데 더 신경 쓰겠다”고 다짐했다.

상명고 레슬링부는 그레코로만형 51㎏부터 130㎏까지 다양한 체급의 선수 10명으로 창단했다. 배 교장은 “벌써부터 지도자들에게 큰 기대를 받는 선수들이 있다. 특히 130㎏ 권태훈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예전에는 몸무게가 콤플렉스였는데 레슬링을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 이런 게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활짝 웃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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