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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스포츠서울 최민지기자] “노래로 치면 1절이 끝났을 뿐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박승희(스포츠토토)가 10일 경기도 가평 HS VILLE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1992년생으로 아직 젊지만 17년의 선수 경력에서 그가 써 내려간 기록은 많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최다 메달리스트(5개·전이경과 타이)로 거듭났고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난 뒤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국내 최초 쇼트트랙·롱트랙 2종목 올림픽 출전이라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뒤로하고 박승희는 정들었던 빙판을 떠나게 됐다.
대다수의 은퇴식장 분위기는 아쉬움이 감돈다. 그러나 이날 은퇴식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박승희의 표정 또한 밝았다. 끝났다는 아쉬움보단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이 더 컸기 때문이다. 박승희는 “노래에 비유하자면 1절이 끝난 느낌이다. 2절이 다시 시작되지 않겠는가. 단지 스케이트를 신지 않고, 빙판 위를 누비지 않는 것이지 다른 것을 계속 해 나갈 거니까 크게 아쉬움이 없다. 설렘이 더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승희는 어렸을 때부터 관심 있던 미술, 패션 분야 쪽으로 새로운 도전을 나선다. 아직 구체적인 진로는 없지만 1~2년 관심 분야를 공부하면서 새로운 진로를 찾아갈 계획이다. 박승희는 “어릴 때부터 미술을 너무 좋아했다. 잘하진 못해도 미술시간엔 꼭 가야했다. 색감에 예민해서 예쁜 색 있으면 찍고 싶고, 색을 쓰고 싶다. 흰 벽지만 보면 뭔가 하고 싶었다”며 “구체적이진 않지만 미술쪽, 패턴 부분을 1~2년 정도 배워 볼 생각”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최근 해설에 대한 주변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박승희는 그 가능성 또한 열어뒀다. 그는 “당장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 한 번 할 수 있지는 않을까 싶다. 좀 더 경험이 많은 분야인 쇼트트랙 해설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피드스케이팅은 4년 타 본 걸로 해설하기엔 스스로 부족함이 많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코치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박승희는 “선수 생활하면서 여자 후배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면 후배들이나 친구들이 고맙게 생각하고 괜찮아지는 모습 보면서 나중에라도 여자 선수들의 옆에서 심리 멘탈 코치를 하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한 번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다”라며 미소지었다.
선수 박승희가 아닌 일반인 박승희로서 하고 싶은 일은 수없이 많았다. 박승희는 “5월까지만 쉬고 6월부터는 공부하던 미술, 패턴 공부를 계속 할 것이다. 건강을 위해 복싱도 배우고 싶다. 전문적으로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일반인으로 운동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살을 더 빼고 싶고 여자로 살아야겠다”며 인생 2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july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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