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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잘 나가던 톱 매니저에서 제작자로 성공한 박성혜(48) 대표는 어떤 사람일까.
많은 궁금증이 생긴 인물이었다. 2000년대 당시 김혜수, 전도연, 정우성, 전지현 등 톱배우들이 포진한 싸이더스HQ의 매니저에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유학을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연예계 관계자는 “한국에 박성혜가 돌아오면 어마어마한 매니지먼트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었다. 그런 상상과는 다르게 덜컥 드라마 제작사를 차렸다. ‘꽃미남’과 관련된 프로젝트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KBS의 자회사 ‘몬스터유니온’의 대표 박성혜라는 이름으로 나섰다.
2016년 8월 출범한 ‘몬스터유니온’은 예능과 드라마 제작을 하는 콘텐츠 회사. ‘공영방송 KBS의 자회사’로 KBS 내부의 스타PD들을 대거 영입했다. 대부분의 인적 구성원이 KBS출신인 가운데, 톱스타 매니저와 다수의 트렌디한 드라마 제작을 한 박성혜 대표의 영입은 굉장히 신선한 바람이었다.
박대표는 “‘창의로운 놀이터’라고 설명하고 싶다. 곧 ‘몬스터 유니온’만의 독특한 킬러 콘텐츠가 나올 것”이라면서 기대를 보였다.
◇매니저 박성혜 “행복했던 지난날, 가장 찬란했던 순간.”꼭 10년 전이다. 싸이더스HQ라는 큰 조직을 버리고 미국행을 선택했다. 그의 나이 서른 여덟살이었다. 하루에 수 백 통의 전화를 받고, 스케줄을 정리했다. 수 십 명 배우들의 라인업을 살피는 것은 물론 관계자들의 미팅은 말할 것도 없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거절’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다시는 매니저는 안하겠다!’는 선언을 하며 미국으로 떠났다.
“생각해보니 거의 10년 전이네요. 가장 리즈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일 하는 여자로서 마흔을 앞둔 나의 마음은 여러가지였죠. 밖에서 보는 나의 시선과 내 안의 시선은 정반대였어요. 물론 성공과 명예에 대한 열망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 내려놓고 떠났죠. 이후 내가 선택한 길은 제작자였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사랑했던 직업은 매니저였던 것 같아요.”
‘매니저 박성혜’가 다시 업계로 돌아온 것은 2012년이었다. ‘오보이프로젝트’를 통해 ‘꽃미남 시리즈’ 드라마를 제작했다. 화려한 연예인의 이미지를 만들었던 그는 조금 더 영역을 넓혀 자신만의 생각을 담은 드라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 박성혜 대표는 “한국의 꽃미남 시리즈가 일본에서는 ‘이케멘(꽃미남) 시리즈’, 중국에서 ‘화메이난 시리즈’로 불리며 사랑을 받았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면서 “‘꽃미남’이라고 해서 외모만 보지 않았다, 나름대로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들고 집중했던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를 떠났다고 했지만,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연예계였다. 이전에는 홀로 집중했다면, 어느 순간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큰 틀을 만들고 있었다. 좋은 배우를 발탁하는 것을 넘어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발굴 하는 것. ‘이제는 매니저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보다 넓은 곳에서 그는 한국대중문화를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사람 박성혜 “대중문화 키드. 어릴적부터 보는 눈이 달랐다.”“원래부터 대중문화 키드였어요. 초등학교때 팝을 좋아했고, 하루종일 AFKN을 돌려보며 여러 드라마와 시상식을 봤죠. 한마디로 책과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아니였어요.”
떡잎부터 달랐다고 해야할까. 어린아이 박성혜는 새로운 스타탄생을 좋아했고, 많은 관련서적을 봤다고 했다. 무엇보다 책을 좋아해 상식이 풍부하다. 자연스럽게 책을 많이 읽었던 습관은 매니저가 됐을 때 시나리오를 보는 눈을 갖게되는 계기가 됐다.
“공부 보다는 대중문화를 많이 좋아했던 아이였어요(웃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배우 매니지먼트를 할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됐고요. 고등학교때도 방송부를 했고, 대학에서도 영화 동아리를 했죠. 중학교때는 쇼를 너무 좋아해서 공연을 많이 봤는데, 가끔 가수들 뒤에 서는 무용수가 있잖아요. 유독 춤을 잘추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점점 잘 하더니 가수 바로 옆에서 춤을 추길래 ‘와 드디어 성공했구나. 내가 눈여겨 봤는데…’라며 좋아했던 사람도 있어요. 그 사람이 바로 ‘철이와 미애’의 미애씨였어요.”
클 재목을 골라내고 발견하는 눈과 재미를 느꼈던 탓일까. 자연스럽게 매니저가 됐다. 사람 박성혜는 그냥 좋아하는 것을 하는, 아직도 재미있는 것을 찾고있는 중이라고 했다.
“40대 초반에 다시 새로운을 했잖아요. 그때는 잘 넘긴것 같아요. 사람 박성혜는 사실 큰 야심이 없어요. 빅픽쳐가 없다는 말과 같아요. 매니저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일이었어요. 진짜 냉정해야 하지만, 열정이 없으면 못하는 것이요. 사람 박성혜는 내가 주어진 자리에서 소박한 꿈을 꾸며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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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유니온’ 대표 박성혜 “회사만의 확실한 색깔을 보이겠다.”
‘몬스터 유니온’이라는 거대 조직의 대표로서의 포부는 확고했다. 차근차근 목적을 갖고 진화하겠다는 말이었다.
사실 이 조직을 지켜보는 매의 눈이 많다. KBS의 자회사라는 타이틀과 ‘이들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다. 타 콘텐츠회사와 달리 ‘몬스터 유니온’이 다른점은 예능과 드라마의 자체 제작시스템이라는 것. 서수민·유호진 등 예능PD 그리고 문보현 전 KBS 드라마국장과 ‘제빵왕 김탁구’ ‘동네변호사 조들호’ 이정섭 PD, ‘내 딸 서영이’ ‘브레인’ 유현기 PD, ‘태양의 후예’ 한석원 제작총괄 등 멤버가 포진해 있다.
“요즘의 제작현실은 너무 힘들죠. 1년에 80편의 작품들이 쏟아져요. 우리는 공생 그리고 상생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지가 많죠. 시장 친화적인 회사가 될 겁니다. 아직은 신생회사기 때문에 여러 작품을 공동 개발하는 시간들이 더 충분하다고 봐요. 때문에 그동안 해 온 작품은 공동 제작이 많았죠. 오리지널 작품은 내년에 많이 선보일 계획이죠.”
큰 조직이라고 하지만, 결국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접점을 알고있기에 ‘몬스터 유니온’의 대표가 된 것 같았다. 특히 그는 6월 1일 첫 방송되는 유호진PD의 ‘거기가 어딘데??’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유호진을 “인성좋고, 글 잘 쓰는 PD”라고 소개한 박대표는 “새로운 버라이어티를 기대해도 좋다”며 자랑했다.
“‘몬스터 유니온’은 문보현 드라마 부문장님과 서수민 예능 부문장님 그리고 다수의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조직이에요. 드라마와 예능을 갖춘 채널 베이스로 안착하는 게 숙원사업이죠. 무엇보다 우리 회사만의 색깔을 내는 게 중요하고요. 좋은 분들과 함께 추진력을 내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어요. 창피하지 않는, 의미있는 족적을 남기고 싶어요.”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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