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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강=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이동과의 전쟁이다.
신태용호가 국내 훈련 및 A매치를 마치고 사전 캠프지 오스트리아에서 본격 담금질을 시작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밤 늦게 오스트리아 레오강에 위치한 크랄러호프 호텔에 도착한 태극전사들은 다음 날 오전에 푹 쉬고 오후 4시부터 담금질을 시작했다. 박주호와 함께 대표팀 최고참인 이용(31)은 4일 “시차 적응도 잘 안되고 선수들 대부분이 아침에 일찍 잠에서 깨어 피곤한 것은 사실”이라며 “스웨덴과 러시아 월드컵 1차전까지 이제 2주 밖에 남지 않았다. 매일매일 훈련에 집중하고 스웨덴전에 체력과 조직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해발 1000m 안팎의 레오강은 선수들이 휴식과 훈련을 충분히 소화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태극전사들은 이날 점심으로 감자국과 닭갈비 등 한식을 먹으면서 피로를 풀었다. 마사지도 충분히 받으며 컨디션을 조율했다.
좋은 곳에 짐을 풀어 ‘통쾌한 반란’을 일으킬 준비를 차근차근 쌓고 있다. 다만 지난달 21일 최종 훈련 소집 때부터 대표팀 이동 거리가 유례 없이 길어 걱정스럽다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신태용호는 21일 사상 처음으로 서울광장에서 출정식을 한 뒤 파주 NFC로 이동해 26일까지 훈련한 뒤 대구로 내려갔다. 28일 온두라스전을 하고 다음 날 버스편으로 전주로 직행해 지난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을 치렀다. 선수들은 그날 밤 상경하지 않고, 하루를 전주에서 묵은 뒤 23인 최종엔트리 포함 여부를 통보받았다. 이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올라와 하루 쉬고 3일 인천공항에 집결했다. 레오강까지 오는 과정도 험난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까지 11시간 30분 남짓을 직항편으로 이동했고 빈에서 버스 편으로 5~6시간 움직여 크랄러호프 호텔에 도착했다.
국내 훈련 및 A매치 때부터 영남과 호남을 돌아다녔다. 레오강을 오는 과정에서도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독일 뮌헨 공항 대신 훨씬 먼 빈 공항을 선택했다. 빈~레오강 코스는 마지막 한 시간이 꼬불꼬불 산악길이어서 시간이 더욱 지체됐다. 이용은 “거의 24시간 항공 및 육로 이동을 했다”고 강행군임을 시인했다. 물론 이유는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월드컵 기간 중 잔디 및 전광판 전면 교체 공사에 들어가 쓸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차례 A매치 계획이 취소된 대구, 그리고 축구 열기가 가장 뜨거운 전주에서 국내 평가전 시리즈를 열었다. 뮌헨 공항으로 갈 경우 독일 항공을 타야 하지만 빈으로 가면 국적기를 타고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유럽까지 오는 과정에서 반영됐다.
이번 신태용호 여정과 비교되는 일정이 12년 전 독일 월드컵 대표팀, 8년 전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의 이동 경로다. 2006년엔 서울에서 두 차례 A매치를 한 뒤 영국과 노르웨이에서 해외 평가전을 한 번씩 하고 독일에 입성했다. 2010년 허정무호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에콰도르와 한 차례 A매치를 한 뒤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 도쿄로 가서 일본과 친선전을 했다. 이어 뮌헨 공항을 거쳐 전훈지인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까지 2시간 버스를 탔다. 2006년, 2010년과 비교하면 이번 대표팀은 기차 혹은 버스 이동이 유난히 많다. 상대적으로 비행기는 덜 탄다. 2010년엔 남아공에서 대회가 열린 탓에 뮌헨에서 10시간 가까이 비행해서 아프리카 남단까지 가긴 했다.
신태용호의 이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7일 볼리비아전을 130㎞나 떨어진 인스부르크에서 한다. 또 대표팀 베이스캠프를 러시아와 핀란드 국경에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잡아 다른 곳보다 30~40분 더 비행기를 타고 다녀야 한다. 결국 이동을 어떻게 관리하는가가 관건이 됐다. F조 국가 중에서 독일, 스웨덴은 유럽에 있어 러시아까지 이동이 쉽고 짧다. 멕시코는 평가전을 미국과 멕시코, 덴마크로 옮겨다니면서 하지만 베이스캠프는 수도 모스크바에 차려 대회 도중 이동거리는 짧다. 독일전은 아예 모스크바에서 열린다. 여러모로 한국이 제일 피곤한 동선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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