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쇼트트랙 마지막 경기가 펼쳐지는 강릉 아이스아레나
지난해 2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여자 1,000m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심석희 증언이 체육계 제2, 제3의 미투(나도 당했다)로 이어질 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쇼트트랙에서 성추행 추가 피해자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014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를 지낸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이번 사건 말고도 추가 피해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며 “빙상계 권력관계 탓에 피해자가 맞서 싸우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여 대표는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체육 및 시민단체들과 함께 ‘조재범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피해자나 학부모들은 폭로를 해도 자신들만 피해를 보고 바뀌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참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결국 가해자들만 죄의식 없이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거나 조직에 남아 이런 악순환 속에 폭력의 강도가 점점 세진다는 것이다.

젊은빙상인연대는 2개월 전부터 빙상계 성폭력 의혹을 조사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현재 5~6건의 의혹이 있는 가운데 두 건은 피해자를 통해 직접 성추행 의혹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엔 현역 선수들도 있다. 미성년자일 때부터 피해를 당한 선수도 있다. 피해 선수가 오는 14일께 기자회견을 열어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으나 다시 재고에 들어간 상태다. 여 대표는 “선수들이 현역 생활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결국 피해자들이 공개된 자리에 나타나기까지 망설인다는 뜻이다. 딸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아픔이 드러나지 않길 원하는 부모들의 마음도 강하다. 심석희의 경우도 증언하기까지 가족들의 만류가 컸다.

선수와 지도자로서 대표팀 생활을 했던 여 대표는 “빙상계가 다른 종목에 비해 폭력이 더 만연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며 이번 사건이 쇼트트랙 대표팀 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한 뒤 “체육계 전반의 수직적인 구조가 (폭력의)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빙상은 특정인의 권력이 커서 공론화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여 대표의 발언은 결국 오랜 기간 빙상계 최고 실세로 군림했던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사실 빙상계는 지난 2014년 소치 올림픽 직전에도 대표팀 장비담당 코치 A씨가 제자 성추행 논란에 휩싸여 사직한 적이 있다. A씨는 이후에도 개인 코치 생활을 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 때 국가대표 중에서도 그의 지도를 받은 선수가 있다. 특정 세력의 비호가 아니면 그런 일이 벌어지기 힘들다. 성추행 피해 선수가 좋은 팀 취업 등 적당한 보상을 받으면서 해당 지도자를 눈감아줬다는 얘기도 들린다. 심석희의 용기 있는 고백이 또 다른 증언의 가능성을 살리고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공개 석상에서 성추행 사실을 말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는 지켜봐야 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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