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배우 김윤석’의 연기를 보며 짜릿함을 맛봤다. 많은 작품 속 캐릭터를 보며 ‘사람 김윤석’의 속내도 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그리고 이번 영화 ‘미성년’을 통해 ‘감독 김윤석’을 마주했을 때는 행복했다. 오랜 시간 김윤석을 지켜보며 느껴온 감정의 변화다.

‘연기 잘 하는 주연배우’인 그가 늘 가슴 한편에 연출가로서의 꿈을 키웠고, 30여 년 만에 영화 ‘미성년’을 통해 이뤄냈다. 사실 “연기 잘 하는 배우가 감독까지 잘하겠어?”라는 의문을 품고 영화를 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의심이 미안해질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신선한 영화를 볼 수 있어 고마웠다.

“제 30여 년 꿈이었죠. 정말 요즘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성년’으로 꽉 차있어요. 저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라고 말하는 신인감독 김윤석에게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미성년’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같은 고등학교 2학년 주리(김혜준 분)와 윤아(박세진 분)가 주리의 아빠 대원(김윤석 분)과 윤아의 엄마 미희(김소진 분)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미희가 임신을 하고, 주리는 엄마 영주(염정아 분) 몰래 이 사건을 수습해보려 하지만 일이 커진다.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미성년’은 단순한 불륜 얘기만은 아니다. 어린 소녀들의 세상을 마주하는 법 그리고 현재는 부모이지만, 사실은 그들은 아직 덜 성숙한 미성년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 자신을 ‘신인감독 김윤석’이라 소개한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상황극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안에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들어있다”면서 “영화를 안심하고 즐겨달라”고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이제는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붙이며 책임감을 더하게 된 배우 겸 감독 그리고 가장인 김윤석을 만났다.

영화 ‘미성년’의 신예 김혜준(왼쪽)과 박세진. 김윤석은 실제 두 딸을 둔 아빠로 젊은 배우들과 소통을 하는 것에 주력했다. 사진 | 쇼박스 제공

배우 김윤석에게 아빠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매번 인터뷰마다 그는 사랑스러운 두 딸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해왔다. “저요? 아직은 아이들과 잘 지내는 아빠예요”라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행복함이 느껴졌다. 김윤석에게는 각각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있다. 이번 영화 내용처럼 고등학생 딸을 둔 아빠이기 때문에 실상(?)은 어떤지 궁금했다. 배우 아닌 아빠 김윤석의 하루는 딸들에게 건네는 한마디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오늘 아빠가 어디 가는 줄 알아? 재미있겠지? 아빠가 이런 일을 한다고~”

중학교 2학년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이에요. 큰 애는 못 보고, 둘째만 ‘미성년’을 봤어요. “아빠 잘 봤어!”라고 연락이 왔죠. 한 번은 우리 영화의 메이킹 촬영 기사가 딸에 대한 고민을 하더라고요. 요즘 애들은 말이 많이 없으니까. 사춘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부모와 멀어지잖아요. 그래서 제가 한 마디 했어요. “딸이랑 차를 타고 갈 때 운전을 하면 상념에 빠지지 말고, 대화를 해. 그리고 네가 어디를 갈 때는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줘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아침에 나갈 때마다 아빠의 동선과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을 해줘요. 구체적으로 꼬시는 거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그래서 아직은 딸아이들과 멀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에게 저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아이들에게 주는 것 같아요.

만만하죠. 편안한 아빠라고 말할 수 있어요. 방에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요. 이러한 관계를 끝까지 유지하는 게 가족간의 덕목이잖아요. 사소하지만 이런 것을 지키려고 노력하죠. “오늘은 ‘미성년’ 언론배급 시사야”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어! 파이팅!”하고 서로 격려를 해줄 수 있는 게 행복이 아닐까요.

서로에게 관심을 주고, 대화를 나누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아이들에게 “오늘은 뭐 먹을까?”라고 상의를 할 수 있는 아빠요. 때로는 맛있는 음식을 포장해 가기도 하고, 제가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것을 묻기도 하고요. 음식을 만드는 것을 워낙 좋아해요. 최근에요? 카레를 만들어 먹었어요.(웃음)

쉬운 얘기는 아니라고 했어요. 불륜을 많은 드라마에서 다뤘고, 유니크하게 표현해내기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라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시각이 독특하고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응원을 해줬어요. 많은 힘을 얻었죠.

“요즘 저요? 온 신경이 ‘미성년’으로 시작해서 ‘미성년’으로 끝나요”라고 할 정도로 진지했으며, 긴장감이 가득했다. 신인감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깔끔한 연출로 영화계 관계자들의 많은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떨리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직접적으로 관객들에게 선을 보이기 전이라서 그럴까. 대게 많은 감독들이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 어느 정도 소재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데, 신인감독 김윤석은 조금은 달랐다. “우선 ‘미성년’을 잘 개봉해놓고 얘기해요. 어쩌면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잖아요.”

전혀요. 우선 ‘미성년’을 잘 개봉해 놓고 다음을 생각하고 싶어요. 감독을 해보니 배우로 해보는 성취감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더라고요. 둘 다 굉장히 매력적인 작업이지만, 아직까지 ‘어느 것을 더 하겠다’ 이런 마음은 없어요. 머릿속에 정말 아무 생각도 없는 것 처럼 오로지 한 가지만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언론배급 시사 뒤 기자들의 반응 그리고 우리 영화에 나온 신인 배우들에 대한 인터뷰 및 평가들이요. 쉬운 것은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성취감 하나만큼은 최고 인 것 같아요. 지금 저요? 신인감독이요. 지금도 가슴이 떨리고 불안해하는 신인감독 김윤석입니다.

성년이 아니라는 의미도 있지만, 정말 아름다운 성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도 담아봤죠. ‘과연 누가 성년이냐, 이것이 성년의 모습이 아닌가?’라는 지점에서 출발했던 것 같아요. 마치 운전면허증을 따는 것처럼 성년이라고 누가 인정해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성년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미성년자인 아이들이 더 어른스럽죠. 이러한 점을 보여주려고 마지막 장면을 수도 없이 고친 것 같아요. 어쨌든 모든 것은 관객들의 선택이지만, 다양한 시선으로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제 마음은 평범한 순간에서 비범한 순간을 다루고 싶어요. 이미 많은 영화 속에서 하늘을 날고, 완벽한 히어로, 지구를 지키는 것들은 정말 많으니까요. 내 주변의 이야기를 소소한 캐릭터와 줄거리를 통해 묵직하고 흥미롭게 풀어내고 싶어요.

이 영화의 전체를 지배하는 흐름은 블랙코미디죠. 불륜 소재라는 기본적인 리듬이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벌이는 상황극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반드시 이 안에 여러분들의 모습이 들어있을 거예요. 불륜이라는 소재에 치우치지 말고 안심하고 영화를 즐겨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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