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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시절의 백지훈과 서울 시절의 백지훈.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현역에서 물러난 백지훈(34)의 마음은 여전히 수원 삼성으로 향해 있다.

백지훈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과 FC서울의 K리그1 정규 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은퇴 경기를 갖는다. 수원은 오랜 시간 수원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백지훈을 위해 은퇴식을 열기로 했다. 백지훈은 처음에 제안을 받고 거절했으나 수원의 적극적인 러브콜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백지훈은 “아직 은퇴했다는 실감은 나지 않는다. 다들 제가 울 것이라 하는데 잘 모르겠다. 막상 그 상황이 돼야 알 것 같은데 울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사실 백지훈은 억지로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당초 백지훈은 딕 아드보카트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의 제안을 받아 유럽에 가기를 기대했으나 서울이 수원행을 추진했다. 백지훈은 거절했으나 결국 수원으로 이적하게 됐다. K리그에선 두 구단이 선수 양도에 합의하고, 이적하는 구단의 조건이 전 구단보다 좋을 경우 선수 의사와 관계 없이 이적이 가능하다. 억지로 가기는 했지만 백지훈에게 수원은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백지훈은 “수원은 제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팀이다. 가장 오래 뛴 팀이기도 하고 가장 좋은 시절을 보낸 팀이기도 하다. 마침 수원에서 은퇴식을 열어주신다고 해 감사하게 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은퇴식 경기의 상대가 서울이다. 백지훈은 “어떻게 하다 보니 그런 은퇴식이 됐다. 이상한 우연이다”라면서 “당연히 수원을 응원할 것이다. 최근 수원이 힘들어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FA컵 준결승전도 챙겨보며 응원했는데 수원이 이겨서 정말 다행이다. 역시 (염)기훈이형은 최고의 선수다. 최근에는 연락을 하지 못했지만 늘 응원하고 있다”라고 염기훈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사실 백지훈과 수원의 인연은 고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지훈은 고교 2학년 때 김진규와 함께 전남으로 가기로 이미 합의를 마쳤다. 그런데 이후 수원에서 백지훈 영입에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백지훈은 “나중에 윤성효 감독님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수원에서 저를 데려가고 싶어했다는 것이었다. 여러모로 수원과는 인연이 깊다. 이번 은퇴식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수원에서 감사하게 추진해주셨다. 애정이 큰 팀”이라고 말했다.

전성기를 보내는 동안 백지훈은 걸출한 선배들과 함께 뛰었다. 안정환을 비롯해 이관우, 김남일, 조재진 등 국가대표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백지훈은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수원은 정말 대단한 팀이었다. 그런 훌륭한 선배들과 함께했던 것은 저에게는 행운 같은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의 수원에서 활약했다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라며 과거의 찬란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백지훈이 꼽은 수원에서의 최고의 파트너는 수비형 미드필더인 조원희다. 두 사람은 2006~2010년 수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국가대표팀에서도 함께했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다음 동작을 알 수 있는 동료였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백지훈 입장에서 활동량이 많고 수비력이 좋은 조원희는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백지훈은 “정말 좋은 선배들과 함께했는데 그 중에서도 원희형이 최고의 파트너였다고 말하고 싶다. 원희형이 뒤에 있으면 정말 마음이 편안했다. 형 덕분에 제가 잘할 수 있는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최근에 군대스리가 이벤트 경기에서 같이 뛰었는데 몸이 정말 좋더라. 현역 때보다 더 잘하는 것 같더라”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백지훈이 수원에서 인기를 구사했던 또 다른 배경은 그의 수려한 외모 덕분이었다. 백지훈은 곱상하면서도 귀공자 같은 얼굴로 유명했다. 백지훈은 “그땐 그런 이미지를 오히려 안 좋아했다. 괜히 실력보다 외모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게 축구선수에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라면서 “그리고 수원에는 정말 너무 잘생긴 형들이 많았다. 희한하게 다들 다른 스타일로 잘생겼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재진이형을 최고의 미남으로 꼽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은퇴식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팬을 만나는 자리인데 그래도 어느 정도는 좀 빼야 하지 않겠나”라며 은퇴식을 위해 체중 감량에 나섰다고 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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