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스포츠서울] 야구인으로서 어린 아이들이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것을 보면 늘 대견합니다. 제가 멘토가 돼 야구를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다음은 저로 인해 야구를 시작하게 된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제가 받은 글입니다.

저는 인천 은혜의 교회 그레이스 램즈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창도 집사(기주흥 아빠)입니다. 2016년 가을에 라오 브라더스 팀이 우리 교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고 램즈 에서는 홈스테이를 통해 팀원들과 교제도 하고 선학 구장에서 친선경기도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주흥이는 엄마와 함께 응원 차 선학구장을 가게 되었고 우연히 박경택(현 상인천중 감독님)의 눈에 띄어 야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공 한번 던져본 적 없었던 주흥이에게 야구를 해보라는 권유에 당황스러워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감독님께서 못 믿겠으면 이만수 감독님께 여쭤보자며 이만수 감독님을 모시고 오게 된 것이 처음 인연이었습니다.

이만수 감독님께서는 주흥를 찬찬히 보시고 만져보신 후 “집사님, 주흥이 야구시키세요! 아이 인생 가지고 제가 장난 치겠습니까? 제가 책임 질 테니 시켜보세요!”라며 권유하셨습니다. 야구의 레전드이신 이만수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은 하셨지만 저희 부부는 집에 돌아와서도 농담 반 섞으신 거겠지...라며 반신반의 하면서 주흥의 반응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주흥이는 그 일이 있고 나서 유튜브를 보면서 야구의 역사와 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야구 선수들의 흐름들을 파악하기 시작했고 혼자 이런저런 모양으로 포즈를 취해보기도 했습니다.

5개월 정도 시간이 흐른 후 4학년이 되면서 “아빠,저 야구가 하고 싶어요.”라고 속마음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캐치볼도 해보지 않는 주흥이었기 때문에 집근처 유소년 야구팀에서 취미로 한번 시작해 보자며 클럽에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개월쯤 지나서 “아빠... 저 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매일매일 야구 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주세요.”라고 심각하게 말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주흥이에게 “선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중간에 포기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어려움이 있어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 할 자신이 있으면 아빠가 밀어줄게. 일주일만 더 생각하고 다시 얘기해보자.”라고 얘기했고 주흥이는 일주일 후에 꿈이 흔들리지 않았음을 저에게 표현했습니다. 어리지만 강단있는 모습에 제 마음도 녹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주흥이에게 야구를 권유하셨던 박경택(당시 서흥초) 감독님을 찾아가 뵙고 엘리트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주흥이가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이만수 감독님께 알려드렸는데 그 후에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주흥이에게 재능기부를 해주시며 꿈을 향해 전력질주 할 수 있도록 용기도 북돋아 주셨습니다. 그 결과 6학년 시즌을 포수로 수비하면서 장타자로 성장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5할 3푼 8리 장타50%)

3월에는 상인천중학교에 입학해 꿈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늘 감독님께서 주시는 격려의 메시지로 더위도 추위도 꿋꿋하게 이겨내는 아들을 보며 저도 인생을 더 배워 나가는 것 같습니다.

혼자 잘되려고 하는 야구가 아니라 야구를 통해 함께 나누고 더 큰 일들을 해 나가야 한다는 감독님의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고 전진하는 주흥이가 되길 기도합니다.

주흥의 멘토가 되어주신 이만수 감독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이만수 전 SK감독·헐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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