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
울산 현대 수비수 박주호. 최승섭기자

[울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나은이는 이제 확실히 아빠가 축구하는 것을 안다. 건후도 알아보는 나이가 됐다.”

‘나은이 아빠’ 박주호(33·울산 현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선수 황혼기 내리막길에 접어드는가 싶었더니 그야말로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그는 1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2라운드 강원FC전에 선발 출격, 90분 풀타임을 뛰며 팀의 1-0 무실점 신승을 이끌었다.

[포토] 박주호,
지난해 11월 국립체육박물관 홍보대사 사진 촬영 당시 박주호와 나은, 건후. 최승섭기자

지난 2018년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떠나 울산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까지 리그에서만 40경기를 소화하며 주력 수비수로 뛰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5월에야 개막한 올 시즌엔 초반 존재가 희미했다. 지난해 정강이 피로 골절을 참으며 무리하게 뛰었던 게 탈이 났고 제 컨디션을 되찾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호주 출신 데비이슨과 신예 설영우, 최근 영입된 홍철까지 왼쪽 풀백에 경쟁자가 즐비해지면서 박주호의 생존 경쟁은 더욱더 험난해 보였다. 하지만 ‘빅리거 출신’답게 위기를 기회 삼아 날아오르고 있다.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는 기간 정강이 피로 골절을 완벽하게 이겨냈다. 그리고 7월 들어 3경기 연속 선발로 뛰었다. 갈수록 예전 경기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대구FC 원정 경기에서는 가파른 오름세를 타는 상대 브라질 공격수 세징야를 완벽하게 밀착 마크해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개인 기량 뿐 아니라 노련한 심리전까지 뽐내며 베테랑다운 위용을 보였다.

박주호의 부활은 울산에 일거양득이다. 시즌 초반 김태환이 버티는 오른쪽과 비교해서 왼쪽의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부상에서 갓 회복돼 몸을 끌어올리는 홍철의 상태를 고려하면 박주호의 활약이 더욱더 빛난다. 또 홍철과 시너지도 그린다. 박주호는 왼쪽 풀백 뿐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도 소화 가능한 멀티 수비 자원이다. 강원전에서도 최초 왼쪽 수비를 보다가 후반 홍철이 투입되자 2선으로 전진 배치돼 상대 반격을 제어했다.

[포토] 박주호, 집이다!
지난 2018년 국가대표팀 시절 박주호와 조현우. 김도훈기자

박주호는 “지난해 우승 경쟁을 하다 보니 (정강이 피로 골절에도) 참고 버티면서 뛰어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지난해 밸런스도 무너졌고 컨디션이 안 좋았다”며 “올해 완벽하게 치료했고 100% 몸으로 시즌을 보낸다는 마음이었는데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행복하게 축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웃었다. 특히 올해 이청용, 윤빛가람, 조현우 등 국가대표팀에서 함께한 동료가 대거 울산에 합류해 더 신이 난다. 박주호는 “매일 대표팀 훈련하는 기분을 느낀다. 이미 알던 선수이고 기량적으로 훌륭하기에 더 재미있다”며 “올해는 잘 안된 경기에서도 모두 집중해 결과를 얻는 게 많아졌다. 또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다른 선수가 기회를 잡기 때문에 더 강해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도 공격진에 이청용, 수비진에 박주호 ‘두 베테랑’의 역량을 치켜세웠다. 그는 “볼을 소유하고 속공, 지공을 지속해서 펼칠 수 있는 건 두 선수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경기 조율과 더불어 선수단을 하나로 만드는 데도 고맙게 생각한다. 굉장히 든든하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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