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국내 최대 기획사 하이브와 레이블 어도어의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은 가운데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연예계에서는 민대표가 ‘카피’ 카드를 꺼낸 것이 스타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방시혁 의장은 물론, 팬덤의 역린을 건드린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대응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민대표는 하이브가 감사를 착수하고 사임을 요구한 22일, 입장문을 통해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해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니 날 해임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일릿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직접 프로듀싱을 맡은 팀이다.

하지만 이같은 입장문은 역풍을 맞았다. 하이브 내부는 물론 아일릿, 뉴진스 팬덤조차 민대표의 지나친 오만함에 등을 돌렸다.

특히 입장문에 “뉴진스 멤버 및 법정대리인들과 충분히 논의한 끝에 공식 입장을 발표하게 됐다”는 문장이 부메랑이 됐다. 가요계에서는 멤버들이 민대표와 같은 노선을 탈 경우 지난해 소속사에 전속계약해지 소송을 제기한 피프티피프티 사태가 재연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뉴진스 팬덤 버니즈도 민대표에 반기를 들었다. 일부 버니즈는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 시위용 트럭을 보내 ‘민희진은 더 이상 뉴진스와 가족을 이용하지 말라’는 등의 메시지를 표출했다.

가요계는 민대표와 멤버들의 결정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민대표가 백기를 들고 사임하는 것이다.

하이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하이브 내부에서는 민대표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배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대표의 지나치게 독선적인 리더십이 원인이다.

하지만 하이브의 요구대로 사임할 경우 이번 사태로 하나의 브랜드가 된 민대표를 잡기 위한 투자자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중견 가요 관계자는 “전 직장인 SM엔터테인먼트를 거쳐 뉴진스라는 빼어난 결과물을 낸 만큼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투자자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 역시 민대표가 사임할 경우 뉴진스라는 IP를 살리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복수의 가요 관계자들은 “민대표의 독단적인 경영에 신물이 난 현 경영진들이 ‘민희진 없는 뉴진스’를 살리기 위해 더욱 공을 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원 하이브 CEO는 23일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어도어 구성원들은 현재와 같이 맡은 바 뉴진스의 컴백과 성장을 위해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적었다. 또 “아티스트가 이번 일로 흔들리지 않도록 관계된 분들은 모두 각별히 애써달라”고 덧붙였다. 뉴진스는 다음 달 24일 더블싱글로 컴백한 뒤 6월 일본 도쿄돔 입성을 앞두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뉴진스가 민대표와 한배를 타는 것이다. 멤버들이 사측에 전속계약해지소송을 할 경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이미 피프티피프티라는 선례가 있는 만큼 명분없는 가처분 신청은 기각될 공산이 크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회사에 반기를 든 뉴진스에 더 이상 공을 들일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과연 민대표와 뉴진스가 해피엔딩을 택할지, 새드엔딩을 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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