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정호원 태극기 들고 입장
5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폐막식에서 보치아 페어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정호원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 선수단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2020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불굴의 투지와 도전, 포기하지 않는 정신과 가치를 보였다. 메달의 색, 성적, 순위를 초월하는 승부욕과 목표의식은 눈부셨다. ‘장애를 보지 말고 스포츠를 보라’는 말처럼 패럴림픽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 성취감을 느끼는 선수가 있고 물론 기대이하의 성적에 실망하는 선수도 있다.

[패럴림픽] 패럴림픽 폐막식 알리는 불꽃
2020 도쿄 패럴림픽 폐막식에서 불꽃이 터지고 있다. 2021.9.5 연합뉴스,

우리나라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이다. 당초 목표는 금메달 4개, 은메달 9개, 동메달 21개로 종합순위 20위권 이내였다. 5일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친 우리나라 성적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2개로 41위에 자리했다. 대회 막판 뒷심을 보여줬지만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마지막 날 배드민턴의 김정준(43·울산중구청)이 단식에서, 김정준과 이동섭(50·제주도)이 복식에서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4일 보치아 대표팀이 패럴림픽 9회 연속 금메달로 레이스에 힘을 보탠 장면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2008 베이징대회 13위(금메달 10개, 은메달 8개, 동메달 13개), 2012 런던대회 12위(금메달 9개, 은메달 9개, 동메달 9개), 2016 리우대회 20위(금메달 7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7개)와 비교하면 하락세를 부인할 수 없다. 1968년 처음 출전한 텔아비브(이스라엘)대회 이후 53년 만에 가장 낮은 순위다. 역대 최고 성적은 1988 서울대회(금메달 40개, 은메달 35개, 동메달 19개)의 종합 7위다.

가장 많은 메달이 걸린 기초종목 수영, 육상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나오지 않았다. 리우대회 3관왕의 주역 수영 조기성(26·부산시장애인체육회)이 참가에 만족했고 육상의 전민재(44·전북장애인체육회)는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 양궁은 1968 텔아비브(이스라엘)대회 이후 53년 만에 메달을 따지 못했다. 종합 1위를 차지한 중국(금메달 96개, 은메달 60개, 동메달 51개)과 개최국 일본(11위·금메달 13개, 은메달 15개, 동메달 23개)에 크게 밀린다. 색을 구분하지 않고 메달의 총 개수로 매긴 순위가 공동 15위(24개)인 점은 그래도 위안을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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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홍 도쿄패럴림픽 선수단장  제공 | 대한장애인체육회

‘효자종목’ 탁구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6개, 동메달 6개를 따내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메달 쏠림의 이면이기도 하다. 주원홍(65·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장) 선수단장은 “늘 듣던 이야기가 저변 확대와 신인 발굴이다. 그런데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해선 크게 와 닿는 정책이 없었던 것 같다. 이번 패럴림픽을 계기로 돌아가서 제대로 된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선수단 평균 연령이 40대라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 도쿄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85명의 평균 나이는 40.5세. 도쿄패럴림픽에 선수를 15명 넘게 보낸 국가 중 평균 연령이 가장 높다. 개최국 일본은 평균 33.2세, 중국은 29.7세다. 유망주 발굴이 쉽지 않아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더딘 모습이다. 53년 만에 메달이 없는 양궁대표팀에서 여자 선수 4명은 모두 50~60대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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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옥 도쿄패럴림픽 선수단 총감독   제공 | 대한장애인체육회

이현옥 선수단 총감독은 “고령화와 세대교체는 매번 패럴림픽에서 많이 받는 질문이다. 리우대회 이후 투입한 예산이 많았지만 하향평준화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엘리트 선수에 대한 집중과 가능성 있는 선수는 차별화는 특별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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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패럴림픽 결산 인터뷰 장면  제공 | 대한장애인체육회

오완석 선수단 부단장(경기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어릴 때부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는 일이 늘어나는 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문제는 체육 시간이다. 장애인 체육 전문 인력이 있는 학교가 거의 없다 보니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체육 시간에 소외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갈수록 유망주 발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체육 전문 인력 양성 없이는 진정한 통합교육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더딘 세대교체, 취약한 저변과 함께 종목별 운영 부실도 지적 받는다. 검증된 지도자 등 전문성 있는 인력의 보강이 절실하다. 몇몇 종목에서 경기 일정과 규정을 몰라 손해를 보거나 볼 뻔한 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

차세대 주자를 확인한 점은 반갑다. 2000년생 탁구 여자의 윤지유(21·성남시청)는 이미 2016 리우대회 여자단체전(TT1-3) 동메달을 획득한 경험자다. 10대의 어린 나이에 여자 탁구의 미래로 평가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다. 1999년생 양궁 남자의 김민수(22·대구도시철도)는 두 번째 출전인 이번 대회도 메달 직전에서 패했지만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로 꼽히기에 손색 없는 기량을 발휘했다. 휠체어테니스의 임호원(23·스포츠토토)도 메달 없이 대회를 마쳤지만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잊지 못할 명승부를 펼쳤다. 세계랭킹 45위인 임호원은 단식 1회전에서 프랑스의 에이스 게탕 망기(38·29위)를 상대로 2시간39분 혈투 끝에 2-1(3-6 6-4 6-1) 역전 드라마를 썼다.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은 태권도의 첫 패럴림픽 정식종목 채택에도 불구하고 종주국의 유일한 선수로 출전해 값진 동메달을 땄다. 메달 확정 후 경기장에 앉아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던 주정훈은 “경기 시작 전부터 ‘아, 오늘 하루가 내 태권도 인생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동경의 대상이 되자’고 이야기했는데 정말 동경의 대상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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