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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특급 땅볼 유도형 투수가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지난해 뜬공 대비 땅볼 비율 5.217개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이 수치가 8.750개까지 올라갔다. 지난 15일 잠실 KIA전까지 그라운드볼이 35개, 플라이볼은 고작 4개다. LG 정우영(23)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을 만들고 있다.
그만큼 구위가 압도적이다. 무섭게 움직이는 투심 패스트볼 구속이 150㎞를 훌쩍 넘는다. 올시즌 투심 평균 구속 151.4㎞, 지난 14일 잠실 KIA전에서는 최고구속 157㎞를 찍었다.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보기 힘든 사이드암 강속구 투수로 자리매김한 정우영이다.
하지만 야구에 완벽은 없다. 아무리 뛰어난 공을 던져도 안타를 맞고 실점한다. 정우영은 지난달 5일 고척 키움전에서 야시엘 푸이그에게 솔로포를 허용했다. 2020년 10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더블헤더 2차전 이후 542일 만에 맞은 홈런이었다. 작년에는 단 하나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았다.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 타구는 제어 불가능이다. 그러나 인플레이 타구는 전략을 통해 어느정도 제어가 가능하다. 그래서 나온 게 수비 시프트다. 타자 타구 성향에 맞춰 수비수의 위치를 조정해 범타 확률을 높인다. LG는 적극적으로 시프트를 펼치는 팀이다. 이따금씩 시프트 반대 방향으로 타구가 나오기도 하지만 시프트 성공사례가 더 많다.
이상하게 정우영은 반대였다. 지난시즌 유독 코스안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구위에 밀린 약한 타구가 1·2루 간으로 빠지는 코스 안타가 됐다. 타자의 배트가 부러졌음에도 시프트 반대 방향으로 타구가 형성돼 안타가 된 적도 있다. 이를 머릿속에 넣어둔 정우영은 지난 2월 류지현 감독과 코칭스태프에 시프트의 빈도를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시프트가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캠프에서 감독님, 코치님들과 이 부분에 대해 상의했다. 시프트보다는 정상 수비 위치로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정우영의 요청을 수락했다. 그는 “우영이는 우타자 상대로 좌측으로 잘 맞은 안타가 나오는 게 아닌, 2루수 방향인 우측으로 밀린 타구의 코스 안타가 많다”며 “올해는 그런 부분을 고려했다. 물론 상대 타자의 성향도 참고하지만 정우영이 등판할 때는 일반적인 투수보다는 시프트 강도를 다르게 한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긍정적이다. 올시즌 정우영은 총 12번의 병살 상황에서 5차례 병살타를 유도했다. 병살타 유도율 41.7%로 주자가 있으면 신속히 아웃카운트 2개를 올린다. 2021년 병살타 유도율은 15.5%, 2020년 병살타 유도율은 18.2%였다. KBO는 2007년부터 투수 병살타 유도율을 집계하고 있는데 역대 한 시즌 1위(50이닝 이상 소화)는 2013년 봉중근의 23.8%다. 극강의 땅볼 유도형 투수를 살리는 해답을 찾은 LG다.
정우영은 “요청을 받아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나만의 데이터도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타자들과 상대하면서 쌓인 타구 방향이 있다. 이를 기억해 내야수들에게 위치를 이동할 것을 부탁한다. 늘 내 부탁을 들어주시는 (서)건창이형에게도 정말 고맙다”고 미소지었다. 덧붙여 “내야 한 가운데로 빠지는 공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2루 간으로 빠지는 빗맞은 안타는 최소화하고 싶었다. 건창이형에게 부탁하는 위치도 이 부분이다. 올해 병살타가 잘 나오는 비결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지난 11일 잠실 한화전이 그랬다. 8회말 등판한 정우영은 선두타자 정은원을 볼넷으로 출루시켰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바로 다음 타자 최재훈에게 땅볼을 유도했고 이는 투수 땅볼 병살타가 됐다. LG 내야진은 땅볼에 대비해 움직이며 더블플레이를 완성했다. 14일 잠실 KIA전에서는 우타자 박동원과 황대인을 모두 2루 땅볼로 잡았다. 두 경기를 통해 올시즌 뜬공 대비 땅볼 8.75개, 피안타율 0.121, 병살타 유도율 41.7%의 비결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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