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차마 응원해달라는 말은 못하겠어요.”
박은빈이 이번에는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됐다.
박은빈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 제작발표회에서 “제가 맡은 정세옥은 충동 조절이 안되고 두려움 없는 캐릭터”라며 “통제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세옥이 어디로 튀어나갈지 잘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은빈의 역대급 연기 변신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로 분해 국민적 사랑을 받은 박은빈은 ‘하이퍼나이프’에서 천재 외과의사이자 사이코패스적 성향의 살인마라는 정반대의 역할에 도전한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캐릭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낼지가 관건이다.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촬영 시기에 ‘하이퍼나이프’ 시나리오를 받았다는 박은빈은 “첫 장을 넘겨보니 굉장히 강렬했다”고 떠올렸다.
정세옥은 수술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가진 신경외과 의사다. 세계적인 외과의 최덕희(설경구 분)의 애제자로 인정받았지만, 그에게 버려진 뒤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합법적인 의사가 아닌 불법 수술을 집행하는 섀도우 닥터이자, 냉혹한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변모하는 인물이다.
연기 인생의 큰 도전임에도 박은빈은 “다들 믿지 않지만, 제가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작품을 고를 때 “제가 좋아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내면에서 판단하려고 한다”며 ‘하이퍼나이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떤 깊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 설렜다”고 고백했다.

‘선(善)의 탈을 쓴 살인마’라는 설정은 낯설지 않다. 미국 유명 드라마 ‘덱스터’의 덱스터 모건(마이클 C. 홀)은 법의학자이면서도 살인을 저지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여성이 사이코패스 성향의 살인마를 연기하는 사례가 드물다.
따라서 박은빈이 얼마나 밀도 있는 감정선을 보여줄지가 작품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다. 특히 사이코패스 캐릭터 자체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만큼 박은빈에게 만만치 않은 과제다.
‘성실파’ 박은빈은 특유의 열정과 노력으로 작품을 준비했다. 대학 시절 전공한 심리학도 캐릭터 분석에 도움이 됐다. 박은빈은 “반사회성을 가진 인물 혹은 악인이 주인공인 ‘피카레스크’라는 장르가 있다.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울지라도 끝에 가서는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 하는 설득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기대했다.

박은빈의 또 다른 도전은 설경구와의 연기 맞대결이다. 한때 가장 가까웠던 사제 관계가 가장 날카로운 대립 관계로 변하는 ‘심리 스릴러’의 중심에 박은빈과 설경구가 있다.
데뷔 32년 만에 처음 의사 역할을 맡은 설경구는 묵직한 카리스마를 내세워 광기 어린 천재 의사로 분한 박은빈과 마주한다. 설경구와 첫 작품인 박은빈은 “함께하는 모든 장면이 도파민이었다. 모든 장면에서 좋은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박은빈이 이 캐릭터를 맡았을 때 기대되고 흥분까지 됐다”며 “이 작품을 하게 된 이유가 박은빈”이라고 극찬했다.

한국 드라마의 주류가 아니었던 ‘여성 사이코패스 살인마’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박은빈이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하이퍼나이프’가 ‘한국형 스릴러’의 새 지평을 여는 작품이 될 전망된다. 박은빈은 “세옥을 응원하거나, 이해하길 바라지는 않는다”고 웃으며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한 가지 이유만을 목표로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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