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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변수에 대응할 수 있을까. 이대로면 부상자 발생에 희비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

27일 막 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축구대표팀은 주전과 비주전 선수들의 격차를 재확인했다. 이번 대회는 해외파와 일부 K리거들이 빠진 가운데 진행됐다. 사실상 1.5군 이하 정도로 볼 수 있는 멤버였는데 홍콩, 중국을 나란히 3-0으로 이겼으나 일본에 0-3 완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상대의 승리가 정당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일방적인 내용과 결과였다.

이번 한일전 대패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동아시안컵은 테스트 성격의 대회다. 백업 멤버 기량 확인 정도가 이번 대회의 목표였다. 어차피 벤투호의 주전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손흥민을 비롯해 황의조, 황희찬, 이재성 등이 빠졌고, 대회 도중 이탈한 황인범도 일본전에 나서지 않았다. 여기에 큰 정우영, 김민재, 김영권, 김승규 등도 베스트11에 합류할 자원들이다. 레프트백 김진수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동아시안컵에 나선 선수 중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뛸 만한 자원은 없었다. 일본에 패한 것은 아쉽지만 한일전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는 경기였다.

패배보다 심각한 문제는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큰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축구선수는 늘 부상이라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11월이면 K리거들은 시즌을 마쳐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상태에 들어간다. 유럽파의 경우 한참 시즌을 보내기 때문에 경기 도중 다칠 수도 있다. 손흥민과 김민재의 경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뛰다 대표팀에 합류한다. 부상은 충분히 생각해야 할 시나리오다. 실제로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은 김민재, 권창훈 등 주력 자원들을 부상으로 인해 상실했다. 대표팀이 원하는 전력을 구성하지 못한 결정적 원인이었다.

그런데 벤투 감독은 이 리스크를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동아시안컵 같은 대회를 통해 백업 멤버들의 활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너무 안일한 태도로 일본전을 준비했다. 권경원 미드필더 테스트가 대표적이다. 전문 중앙 미드필더인 김동현을 막판 투입할 것이었다면 굳이 센터백인 권경원의 포지션을 변경해야 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결과적으로 이 실험이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의미 있는 테스트를 했어야 했다.

월드컵은 이제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벤투호의 베스트11은 일찌감치 고정되어 운영됐다. 월드컵에서 언더독인 한국은 정예 멤버의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상자가 나올 것을 대비해 백업 멤버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대로면 부상자가 한 두 명만 발생해도 벤투호는 월드컵을 망칠 수 있다. 당황스러운 것은 벤투 감독의 자세다. 그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비주전 선수들이 격차를 좁히려 하겠지만, 주전 선수들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다소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명적인 불안요소가 드러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상 손을 놓고 주전 선수들이 다치지 않기만을 기도해야 하는 분위기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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