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단독 콘서트 이미지 7
그룹 에스파.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를 둘러싼 오너 리스크, 하이브-카카오 거대 자본의 침투 속에도 30년 가까이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일군 ‘정통 가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문화의 유산과 가치는 공고했다.

SM을 둘러싼 하이브와 카카오의 경영권 분쟁이 카카오의 승리로 막을 내린 가운데 ‘K팝 왕국’ SM의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하이브와 카카오가 SM 인수에 1조원 규모의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건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SM ‘고유의 가치’, 즉 IP(지식재산권)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결과적으로 그간 자사 아티스트의 IP 사업에 공을 들여온 SM의 진가가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1996년 데뷔한 H.O.T.를 시작으로 S.E.S., 신화,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SM의 K팝 IP는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더욱 가치를 오롯이 했다.

SM의 경영권을 가져간 카카오는 IT 기술과 SM의 IP를 결합해 K컬처 산업의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하이브는 SM의 IP를 통한 온라인 공연 중계부터 굿즈 판매, 팬덤 교류까지 가능한 플랫폼 사업 확장에 나선다. 결국엔 유기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온 SM 아티스트의 SMCU(SM컬쳐유니버스)가 카카오와 하이브를 만나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게 된 것이다.

하이브 카카오
하이브(위)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I.

◇ 카카오는 ‘카카오엔터 상장’, 하이브는 ‘위버스 사업 확대’

지난 한 달간 엔터 업계와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SM 인수전’이 막을 내린 가운데 카카오와 하이브가 얻게 된 건 무엇일까.

먼저 카카오는 SM 인수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욘드 코리아’ 전략에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비욘드 코리아’의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엔터는 웹툰·웹소설과 드라마·영화 등에서 경쟁력을 갖췄지만 강력한 음원 IP와 아티스트가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혀왔다. 카카오엔터의 성공적 기업공개(IPO)를 위한 마지막 퍼즐로 ‘SM 인수’가 언급된 것도 이 때문이다. SM이란 천군만마를 얻은 카카오는 2019년부터 벼르고 있던 상장을 위한 마지막 스텝만을 남겨놓게 됐다.

카카오 측은 “K팝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SM의 IP와 제작 시스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의 IT 기술과 IP 밸류체인 등을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엔터의 K팝 매니지먼트 사업은 SM 인수 성공시 연간 250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량, 연간 250만명의 공연 모객력을 갖추며 조 단위 매출로의 퀀텀 점프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브는 SM 아티스트를 통한 사업 확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SM 관련 IP 사용권을 하이브가 보유한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에 넘기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SM 아티스트의 공연, 팬 커뮤니티, 웹 콘서트, MD(Merchandise·홍보상품) 등이 위버스에서 유통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 팬덤 플랫폼 시장은 하이브의 위버스와 SM의 버블로 양분되어 있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0% 이상이라는 얘기까지 나와 유료 구독자 약 1000만명 규모의 ‘공룡’ 팬 플랫폼이 탄생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하이브가 애초 SM 경영권 인수를 추진한 것도 위버스를 키우려는 목적이 컸다. 지분 인수를 계기로 하이브가 SM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사업 확대의 물꼬를 틀 것”이라고 말했다.

NCT 127 정규 4집 리패키지 \'Ay-Yo\' 티저 이미지
그룹 NCT 127.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샤이니
그룹 샤이니.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 ‘SM 3.0’ 향방은? ‘K팝 왕국’ 다시 세운다

카카오와 ‘3.0 시대’를 여는 SM의 앞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치킨게임’을 끝낸 SM은 본격적으로 ‘SM 3.0’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 SM의 우군이었던 카카오가 SM 경영권을 갖게 되면서 현 경영진이 주창한 새로운 비전인 ‘SM 3.0’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SM이 지난달 3일 발표한 ‘SM 3.0’의 핵심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원톱으로 진행되던 음반 제작 방식에서 탈피해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를 갖춘 회사로 변모하는 것이다. 또한 2025년까지 활동 아티스트 수 21팀 이상, 연간 음반 출시 횟수 40건 이상, 연간 음반 판매량 2700만장 이상, 연간 공연 횟수 400회 이상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 NCT 도쿄를 비롯해 신인 걸그룹, 신인 보이그룹, 가상 가수 등도 내놓을 계획이다.

하이브, JYP, YG 등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북미 시장도 카카오와 시너지를 통해 다시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콘텐츠·IT 기술과 손잡고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확장 IP 개발에도 가속도를 낼 전망된다. 캐릭터 사업에서 강점을 지닌 카카오와 협력해 다양한 MD를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달 말 SM 주총에서 SM과 카카오는 새로운 이사진을 꾸릴 예정이다. 앞서 SM은 ‘2023년 정기주주총회’ 안건 공시를 통해 사내이사에 장철혁 SM 최고 재무 책임자(CFO), 김지원 SM 마케팅센터장, 최정민 SM 글로벌비즈니스센터장을 후보로 제안했다.

한 관계자는 “이수만과 SM 현 경영진 사이의 분쟁으로 브랜드 이미지와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SM은 당분간 ‘K팝 왕국’ 재건에 온 신경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가 입장문을 통해 SM의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카카오와 함께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이미지 재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브를 지지했던 일부 직원들과 사측의 갈등 봉합도 남은 숙제다.

jayee212@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