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해시태그 최채흥으로 검색해서 제가 어떻게 던지는지 확인했죠. 직접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이든 사용하기 나름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인생 낭비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얼마든지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삼성 선발투수 최채흥(28)이 그랬다. 프로 구단 수준의 장비가 없는 상무에서 SNS를 통해 자신의 투구를 분석했고 전역 다음날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더할 나위 없는 전역신고였다. 최채흥은 지난 13일 잠실 LG전에서 5.1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전날 상무 복무를 마치고 예비역이 됐고 다음날 1군 복귀전에 임해 마운드를 지켰다.
최채흥은 14일 완벽한 전역신고를 이룬 것에 대해 “사실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3회까지는 어떻게 던졌는지 기억도 안 난다”면서도 “4회부터는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이전 경기에서 팀이 끝내기 승리를 했기 때문에 분위기를 어떻게든 이어가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2018년 입단한 최채흥은 2020시즌 11승 6패 평균자책점 3.58로 활약했다. 당해 토종 선발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았다. 그러나 이듬해 기복을 겪었고 2021년 겨울 상무에 입대했다. 그는 상무에서 보낸 시간을 두고 “운동을 열심히 많이 했다. 환경도 좋았고 감독님도 많이 배려해주셨다. 몸이 좋아진 게 느껴진다. 식사를 안 하면 결식이 되니까 주기적으로 밥 챙겨 먹고 꾸준히 운동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랜만에 1군 경기를 하는 데 기분이 정말 좋았다. ‘전역을 한 기분이 이렇구나’ 자연스럽게 느꼈다”면서 “상무에서는 많아야 30명 정도 와서 경기를 보신다. 1군은 환호성도 크게 들리고 야구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13일 경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커맨드였다. 커맨드에 장점이 있는 투수인데 그 장점을 극대화했다. 속구가 예리하게 스크라이크존 몸쪽과 바깥쪽을 통과했고 주무기 슬라이더도 예리했다. 슬라이더 구속의 변화를 주면서 타이밍을 빼앗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투구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최채흥은 상무 시절 도움을 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입대 전에 구속이 좀 떨어지고 있었다. 상무에 가서 원인을 찾으려 했고 중심 이동에 신경 쓰고 연구를 했다”며 “그런데 아무래도 내 투구를 직접 보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가 팬 분들이 찍어주신 영상에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상 경로는 SNS였다. 핸드폰 SNS 앱을 통해 상무 경기를 촬영한 팬이 올린 영상을 보면서 자기 투구 분석했다. 최채흥은 “해시태그 최채흥으로 검색해서 어떻게 던지는지 확인했다. 직접 영상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큰 도움이 됐다”며 “어떻게든 보답해드리고 싶어서 상무 유니폼을 선물로 드렸다”고 웃었다.
전역 후 첫 선발 등판을 잘 치렀다. 상무 시절 1군 무대를 간절히 바라보며 복귀를 준비했는데 그 간절함의 첫 결과물이 잘 나왔다. 최채흥은 “계산이 서는 투수가 되고 싶다. 안 아프고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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