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오파티야(크로아티아)=김동영기자] “잘 정돈됐고, 깔끔하다.”

한국 남자 청소년 핸드볼 대표팀(U-19)이 2연승을 달렸다. 사실 미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있었다. 조용히 한국을 응원한 외국인도 있다. 독일에서 온 스테판-레오 부자다.

한국은 11일 새벽 3시(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오파티야의 홀 마리노 크베트코비치에서 열린 제10회 세계청소년선수권 순위결정전 미국과 경기에서 36-19로 이겼다. 대승이고, 완승이다.

개막 후 내리 4연패를 당했다. 1차 목표로 잡았던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하위 라운드로 내려왔다. 순위결정전이다. 여기서도 첫 경기 아이슬란드에 패하며 조금 더 밑에서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일본을 잡고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대를 잡았다. 이날은 미국을 꺾었다. 상대적으로 핸드볼은 약체다. 시종 우위에 섰고, 넉넉한 점수차로 승리했다.

이날 미국을 응원하는 관중들이 대략 40~50명 정도 됐다. 끊임없이 “USA”를 외쳤고, “디펜스”라 했다. 골이라도 들어가는 순간 크게 환호했다.

한국 쪽에도 응원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장 관리인원, 진행 가이드 등이 한국의 경기를 지켜봤다. 대한핸드볼협회에서 태극기도 지급했다.

그런데 조금 다른 이들도 있었다. 경기에 앞서 사복 차림으로 연신 사진을 찍으며 들어오는 부자가 있었다. 경기를 보기 위해 일부러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극기를 들고 열심히 한국을 응원했다. 슛이 들어가면 환호했고, 슛이 막히면 탄성을 질렀다. 골키퍼가 상대 슛을 막으면 기뻐했다. 실점 때는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아버지 스테판 씨는 “독일에서 왔다”며 “나는 사이클 선수다. 핸드볼도 좋아한다. 아들과 함께 보러 오게 됐다. 우리 아들도 운동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태극기를 들고 환한 미소도 보였다.

한국을 왜 응원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뭔가 잘 정돈된 느낌이라고 할까. ‘한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벤치에 선수들이 앉아 있는 것만 봐도 보인다. 질서정연하다. 반대편 미국 쪽은 조금 다르다”고 짚었다.

계획성 있고 ‘칼 같은’ 독일인다운 답변이 나온 셈이다. 그만큼 한국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잘 움직이고 있다는 뜻도 된다. 어디를 가든 개별로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쳐서 병원 갈 때 정도다.

통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18~19살 어린 소년들이다. 유럽에 처음 나와본 이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낯선 곳이기에 조심스럽다. 어른들이 잘 이끌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아들 레오 군은 왜 한국을 응원할까. “그냥 한국이 좋다. 잘한다. 오늘 경기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응원한다”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한국 응원단은 왜 없는지 되묻기도 했다. “미국 쪽은 관중이 많은데 어째 한국 쪽은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미국 쪽에서 “USA“를 외치자 레오 군이 ”코리아!“로 받아치기까지 했다.

이어 “멀리서 와서 그런 것 같다”며 “하루 꼬박 걸렸다고 하니 힘들었을 것 같다. 응원할 관중들이 오는 것이 쉽지 않겠다. 그래도 오늘 경기 너무 잘해서 다행이다”며 웃었다.

대신 쓴소리도 했다. 몇몇 선수들이 속공 상황에서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채 슛을 던졌는데 골키퍼에게 막힌 경우가 제법 됐다. 이걸 본 레오 군은 “매번 막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한국은 슛 정확도 64%를 기록했다. 특히 골대 근처에서 던진 슛의 정확도가 63%가 나왔다. 이쪽은 확률이 높아야 정상이다. 기회만 더 잘 살렸다면, 36점이 아니라 40점 이상도 가능했다.

이제 한국은 12일 새벽 0시30분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조지아다. 이기면 25위, 지면 26위다.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그래도 보는 이들이 있다. 3연승으로 대회를 마치는 쪽이 가장 좋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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